어제 밤 방송된 tvN 단막극 [드라마 스테이지 2021]의 ‘더 페어’(극본 추현정, 연출 민정아)가 안방극장에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더 페어’는 새로운 형벌제도인 가상범죄 프로그램을 통해 일곱 번의 강력 범죄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범인을 단죄하려는 주인공 희선의 정의실현극을 담은 단막극. 가해자에게도 피해자가 겪은 공포와 고통을 똑같이 경험하게 하는 새로운 형벌제도 ‘VCP’라는 참신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로 숨막히는 긴장감과 생각해봄직한 화두를 전했다는 호평이다.
극은 범죄 과정을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 한 고도영(차학연 분)이 차디찬 VCP 기계에 누워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와 똑같은 고통을 당하는 모습으로 시작하며 시선을 끌었다. 이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파이널 피스 연구소 류희선 대표(남규리 분)와 리본 센터의 남주철 박사(최병모 분)는 새로운 가상형벌 프로그램인 VCP에 대한 열띤 찬반 토론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도영은 “VCP가 실제 당하는 것도 아니고 다 가짜 아니냐”며 류 대표와 남 박사 두 사람의 밥그릇 싸움에 자기를 이용하지 말라며 큰소리쳤지만, 반복되는 VCP 형벌 집행에 죽음을 마주하는 것 같은 극한의 공포를 느끼게 된다. 피해자 가족들 역시 도영의 VCP 집행에 희선의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던 처음과는 달리, 거품을 물며 쇼크로 쓰러지는 도영의 모습을 보자 더 이상 이 형벌을 원하지 않았다. 특히 “대표님 우리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어요. 우리가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는 거잖아요”라며 간곡히 호소하는 노모의 모습과 VCP가 잘못됐다는 피해자 가족들의 조언에 희선은 혼란과 충격을 받는다.
남 박사 역시 희선에게 가해자의 인권을 강조하며 VCP의 문제점을 설파하던 중 희선에게 트라우마가 있었다는 과거를 알게 되며 혼란에 빠진다. 희선이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날 희선이 보는 앞에서 그녀의 엄마가 살해 됐고, 범인은 다름 아닌 남 박사 자신이 교화해서 함께 일하고 있는 강민욱(이현균 분)이었던 것.
이 모든 것이 다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 희선은 어느 날 자신의 엄마를 살해한 강민욱을 찾아가 증오와 복수심에 그를 위협했지만 멀리서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던 그의 딸의 흔들리는 눈빛에 이내 무너졌다. 이어 “왜 당신은 거기 있어? 난 아직도 이렇게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라고 주저앉아 하염없이 오열하는 모습은 보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며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묵직한 의미를 전달했다.
한편, 다음 주 수요일(14일) 밤 12시 10분에 방영되는 <드라마 스테이지 2021>에는 타인의 감정을 대신하는 대리인간이 된 한 여자가 자신을 고용한 의뢰인의 삶을 살기로 선택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심리극 ‘대리인간’(극본 차이한, 연출 조남형)이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