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가족들한테 해준 게 살아서 해준 것보다 훨씬 많은데!"
돈으로 모든 행복을 얻을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행복은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일까, 우리는 가끔 돈의 가치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우선되는 상황을 목격할 때가 있다. tvN 드라마 스테이지 시리즈의 단막극 '덕구 이즈 백'은 이러한 현대 사회의 현실을 담은 작품이다. 돈을 위해 가족이라는 가치를 저버린 한 가족을 조명하며 돈의 가치에 잠식된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Q. 보험금을 둘러싼 가족들의 욕심이 담긴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이러한 소재를 선택하고 연출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덕구 이즈 백’의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랐던 건, 나와 내 가족들이었다. '내가 가족들 사이에서 덕구였던 적이 있었나? 천복남 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라고 혼자만의 생각이였지만 섭섭하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지'하며 스스로를 부정하기도 했다. 누구나 한번쯤 복권 1등에 당첨되어 일확천금이 생기는 상황을 상상해봤을 것이다. ‘덕구 이즈 백’은 비록 과장된 상황이지만 충분히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느껴졌고, 돈 앞에서 무너지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본성의 밑바닥을 잘 보여주는 대본이였다. 그래서 이 대본라면 충분히 시청자들과 공감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연출하게 됐다.
Q. 살아 돌아온 덕구를 숨기려는 가족도 가족이지만 그러한 비밀을 알고 협박하는 이들도 등장한다. 결국 살인까지 감행하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돈의 가치에 잠식된 현대인의 모습이 보였다.
요즘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라는 말을 흔히들 한다. 가족들끼리 지금 이게 말이 되는 일인지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실은 이것보다 훨씬 잔인한 일들이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다. 단 돈 몇 푼에 일어난 살인, 재산 다툼으로 인한 가족 간 다툼 등의 소식을 접할때도 전혀 놀랍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태어날때 부터 나쁜 사람은 없다고 믿는다. 힘든 상황들이 사람들을 점점 나약하고 잔인하게 변화시키고 있을뿐이다. 돈에 잠식되는 것은 가족 사이에서도 결코 예외는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Q. 덕구 역을 맡은 배우 양경원은 '사랑의 불시착'에서 감초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캐스팅 계기는 어떠했나.
같은 팀 타동료들이 양경원 배우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작업을 했었다. 양경원씨와 함께 작업했던 팀원들로부터 이미 양경원씨 우수한 연기력에 대해서 들었던 터라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언젠가 한번쯤 같이 작업하고 싶은 나만의 배우 리스트에 양경원씨가 있었고, '덕구 이즈 백'을 연출하기로 결정되었을 때 가장 먼저 덕구로 떠올랐던 분이 양경원 배우였다. 코로나 때문에 직접 대면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본인이 직접 덕구 연기영상을 보내주셨고, 이번 캐스팅에서 이미지 다음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충청도 사투리 연기가 완벽한 것을 확인한 순간, 바로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Q. 아버지 역을 맡은 우현의 연기 또한 일품이었다. 애절한 부성이 아닌 비정한 부정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덕구 캐릭터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사실 덕구보다 더 중요한 캐릭더가 바로 '덕구의 가족 모두'다. 그런 덕구 가족을 이끌고 가는 중심이 바로 아버지인 천복남이였다. 천복남 캐릭터는 최대한 본인의 감정변화를 절제하면서 가족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으며, 그들을 이끌고 가는 강인한 가장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우현 배우는 그런 면에서 가장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할 것이라 확신했다. 우현 배우의 전 작품들을 봤을 때 그는 표정만으로도 여러 가지 감정을 극하게 끌어올리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그의 무표정한 얼굴은 때로는 큰 슬픔으로, 한편으로는 극한의 잔인함으로 무서울 정도로 잘 표현해줬다. 덕분에 이번 드라마에서도 우현 배우가 보여주는 가장의 여린 모습, 때로는 강인하면서 잔혹한 모습들이 잘 표현 된 것 같다.
Q. '덕구 이즈 백'은 훈훈한 결말을 제시하는 작품은 아니다. 이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돈때문에 점점 가혹해지고 잔인해져가는 덕구 가족들의 모습과 사지로 몰리는 아들 덕구를 안타까운 모습을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가 평소 잊고 있었던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잠시나마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를 바랐다.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고, 가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당연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Q. 결국 가족에게 버림 받은 덕구는 결국 해방되어 더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아니면 가슴 아픈 과거에 얽매여 불행한 여생을 보냈을까. 본인이 생각하는 엔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엔딩에 관해서 작가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비록 드라마에서는 덕구와 가족들의 뒷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옥 같은 현실에서 탈출한 덕구가 다른 먼 곳에서 새로이 행복한 인생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희망한다. 그리고 가족들은 서로를 탓하고 원망하면서 결국 불행에 휩싸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