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막을 내린 김래원, 이다희 주연의 tvN 월화극 <루카: 더 비기닝>은 생명공학, 유전자조작 등 과학의 힘으로 인간의 능력을 무한대로 증폭시킨 결과 벌어지는 비극을 담은 액션추적극이다. <루카>는 다양한 영화와 TV드라마를 오가며 재미와 상상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천성일 작가가 글을 썼다. 천성일 작가는 드라마 <추노>, <7급공무원>의 극본과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7급 공무원>의 시나리오를 썼었다. 그는 <서부전선>을 직접 감독하기도 했었다. 이런 다양한 장르의 작품은 쓴 천성일 작가에게 <루카>이야기를 잠깐 들어보았다.
- 인간생체과학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서 사전 리서치를 많이 했을 것으로 보인다.
▶천성일 작가 “제일 많이 본 것은 유전자 편집과 진화에 대한 자료들이다. 바이오업계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비전공자로서 깊게 들어가 봐야 눈 감고 코끼리 다리 만지는 수준이다. 나중에 보니, 과학 술의 흐름보다 중요한 것이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인 것 같다. 결국 과학철학이 우선이더라.”
- 드라마<7급 공무원>에도 국정원이 등장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박혁권가 사악한 국정원 사람으로 등장한다. 특별한 기관을 다루는데 있어 접근법은?
▶천성일 작가“기관을 다룰 때는 ‘자연스러운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그 사람들이 할 만한 일인가가 중요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기관보다는 개인에 초점을 맞췄다.”
- 천성일 작가의 이야기는 특별한 소재에서 실마리를 잡아 이야기를 펼친다는 느낌이 든다. [루카]에서는 처음 어떤 이야기에서 실마리를 잡았는지.
▶천성일 작가“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건 정말 오래 전에 들었던 ‘생명공학’이란 단어 때문이다. 공학의 사전적 정의는 생산품의 성능을 향상 발전시키는 과학 기술이다. ‘생명과 공학’, ‘유기체와 무기체’의 두 단어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붙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 영화와 TV드라마를 집필할 때 차이가 있는지. 최근 들어 TV드라마도 거의 모든 장르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 세상이 되었다. 작가님의 접근법이 궁금하다. [루카]를 처음 쓸 때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스토리라인/캐릭터를 배치했는지.
▶천성일 작가"구성 방법에서 표현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차이를 느끼고 있다. 가장 큰 변화이자 유일한 변화는 이야기를 가장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기존에 없던 9부작이나 13부작도 플랫폼 상에서는 가능하다. ‘시즌제’와 관련해서는 다음 시즌을 하기 위해 ‘이만큼’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한 것은 아니다. 이야기 자체로 완결성은 가지되 다음 편도 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자는 게 목표였다.“
- 넷플릭스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각본을 쓰든 제작을 하든 어떤 플랫폼에서 공개할 것인지를 생각할 것 같은데, 천 작가가 보기엔 그러한 산업적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는 것 같은지?
▶천성일 작가“아직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차차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앞으로 작가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고, 프로듀서는 컨텐츠에 가장 어울리는 윈도우를 선택할 것이다.”
- [루카]를 처음 기획했을 때와 최종회를 보았을 때 아쉽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천성일 작가“만족하지 못하거나 아쉬운 건 딱 하나밖에 없다. ‘아… 조금만 더 잘 쓸 걸…’”
- 루카에서 고생한 배우들이 작가가 의도한 캐릭터를 충분히 해석해 냈는지.
▶천성일 작가“장르 특성상 초능력은 히어로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하지만 <루카>는 좀 다른 선을 가질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김래원 배우는 그 부분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고민했는데, 그 치열함이 그대로 나왔다고 느꼈다. 이다희 배우는 저렇게 많이 맞을 줄은 몰랐. 촬영하다 부상도 당하고, 너무 고생하셔서 많이 고맙고 미안하다.”
천성일 작가는 올해 방송예정인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를 썼다. 학원물이 아니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도시 속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다. 이야기꾼의 끝없는 진화를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