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스페셜과 함께 TV단막극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는 tvN이 지난주부터 [드라마스테이지 2021] 시즌을 시작했다. 올 시즌 첫 작품은 별안간 힙한 청춘으로 돌아간 꼰대 아저씨의 인생 2막을 보여준 <민트 컨디션>이다. 작품을 연출한 정형건 감독에게 tvN표 단막극의 특징과 ‘민트 컨디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드라마스테이지2019] 작품 ‘각색은 이미 시작됐다’를 연출하였었다. tvN에서 단막극의 의미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매년 진행되는 [드라마스테이지]는 신인작가들의 신선하고 힙한 아이디어의 경연장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스테이지]는 작가와 연출자에게 마음껏 창작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있어 미니 시리즈에서 다룰 수 없었던, 다소 실험적인 소재와 앵글, 톡톡 튀는 연출을 시도하여 색을 입힐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드라마스테이지는 매년 진화하고 있고 기성 연출자들뿐만 아니라 입봉을 앞 둔 연출자들이 참여하고 싶어 하는, 연중 프로젝트이자 축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코믹하게 힙합하게, 세대공감
- ‘민트 컨디션’을 만든 과정을 소개해 주세요.
정형건 감독: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흥미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그 흥미 포인트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할까 생각했다. 그래서 곳곳에 코믹상황과 음악, 랩, 판타지 요소를 배치했다. 흥미롭게 봤던 ‘위대한 쇼맨’의 장면을 패러디하기도 하고, 과장된 액션을 보여주고자 초고속 촬영기법도 사용했다. 70퍼센트는 주인공의 정서를 깊이 있게 표현하고, 30퍼센트는 시트콤의 캐릭터 플레이, 상황극, 코믹을 살려 작품을 완성시켰다. 결과적으로 인생의 메시지를 담은 무겁지 않고 따뜻하고 유쾌한 세대공감 코믹드라마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 지민혁, 김예림, 그리고 안우연
- 지민혁 배우와 김예림 배우를 캐스팅 한 이유는?
정형건 감독: “지민혁이 연기한 ‘문세’는 반듯한 이미지에 랩 실력이 출중해야 되는 캐릭터라 랩과 연기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찾는 게 최우선이었다. 평소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방송을 보곤 하는데, ‘고등래퍼’ 출신의 지민혁 배우가 반듯한 이미지에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 보였다. 미팅을 해보니 안정적인 발성과 연기, 랩 실력에 인성까지 훌륭했고 마치 극중 문세인 듯 착하고 반듯한 청년이었다. 인터뷰 이후 바로 낙점을 했다. 촬영 전날까지 안무연습에 노래 녹음까지 힘들었을 텐데 문세 역을 아주 훌륭하게 해내어 감사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채리 역의 김예림은 유튜브채널 [예리한 방]을 우연히 봤는데 당차고 활기차고 밝은 캐릭터가 인상 깊어 미팅을 요청했더니 흔쾌히 와주었다. 극 중 채리가 즐겨먹는 핫바, 치킨 등을 직접 가져와 먹방을 하며 연기를 해주었다. 연기도 물론 합격이었지만, 캐릭터를 분석하는 그 열정과 적극적인 모습에 만장일치로 캐스팅하게 되었고 당찬 김예림표 홍채리가 탄생하게 되었다.”
- 안우연의 목소리 연기 컨셉은 어떻게 정했는지.
정형건 감독: “우연이는 전작인 [식샤를 합시다3]에서 호흡을 맞춰서 스타일을 알고 있었다. 캐릭터를 연구하고 제작진에게 제안하고 소통하는 똑똑한 배우이다. 반듯한 이미지의 우연에게 살짝 망가지는 코믹연기를 시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해서 제안했는데, 역시 젊은 꼰대 현철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았다. 세 가지 꼰대 버전을 가지고 작가와 같이 만나서 톤 연습을 했다. 겉모습만 젊어졌고 정신은 꼰대 그대로를 연기해야했기에 매 씬마다 어떤 톤으로 발성할지, 행동은 어떻게 갈지, 걸음걸이, 아재개그 할 때의 어투 등 하나씩 그림을 그리며 확인하고 연출해 나갔다. 긴 호흡의 미니 시리즈였다면 불가능했을 스케줄이었지만 단막극에서는 가능한 확실한 장점이다. 연기자가 엔딩까지 스토리를 알고 감정흐름을 이해하고 연기를 하니까 캐릭터 소화가 잘 되었던 것 같다. 영리한 배우 안우연 덕분에 부담스럽지 않고 유쾌한 젊은꼰대 현철이 탄생하였다.”
● 꼰대와 청춘, 그리고 발전
-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샷을 하나 고른다면? 대사가 있다면?
정형건 감독: “임채무 선생님의 대사인 ‘내 마음 뜨끈한 봄이면 그게 회춘이지’라는 대사가 깔리는 엔딩 공연씬이 기억에 남는다. 극중 모든 출연자가 등장해서 함께 공연을 즐기는 장면인데 현철의 회춘극복을 옆에서 도와준 ‘문세’ ‘익스’ ‘마이키’가 부르는 ‘never come back’ 이라는 노래도 한 몫 한 것 같다. 젊은이를 싫어하는 현철이 가족들과 화해하고 주변 인물들과 인사하며 즐겁게 공연을 즐기는 장면에서 인생의 의미와 ‘민트 컨디션’의 진정한 메시지를 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 ‘민트 컨디션’을 뜻을 찾아보았는데, 제목을 이렇게 정한 이유가 있는지?
정형건 감독: “‘민트 컨디션’의 뜻은 ‘오래 됐지만 새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것을 사람에 빗대어 비운의 꼰대가 멘붕의 연속인 회춘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싶었고, 결국에는 회춘은 돌아가는 것이 아닌 발전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이러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제목으로 ‘민트컨디션’이 적절했다고 본다.”
- “시계는 리셋이 된다”는 대사가 나온다. 임채무의 직업도 시계수리공이다. 특별히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는지?
정형건 감독: “드라마를 관통하는 소재가 시간과 시계이다. 손가락 지문이 닳도록 젊은 시절 고생을 한 현철은 그래서 젊은 시절로 돌아온 지금이 싫다고 말한다. 그 지겨운 고생을 다시 하기 싫다는 것이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본 문세, 익스, 마이키는 젊음을 헛되이 소비하지 않고 좋아하는 랩으로 공연을 하며 즐기며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점점 꼰대 마인드가 변하게 된다. 시계수리공인 현철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시계를 리셋을 시킬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생각을 리셋시켜 인생을 즐겨라 는 메시지를 직업과 연상작용으로 연결시키고 싶었다.”
- 앞으로 찍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정형건 감독: “작품을 하면서 항상 같은 목표는 공감대 있는 이야기를 만들자이다. 장르의 새로운 시도 보다는 따뜻하고 온기가 넘치는 드라마, 소소하지만 인간에 관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 그 내면을 보며 편안하게 관찰하듯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연출하고 싶다.”
<민트 컨디션>으로 문을 연 tvN단막극 잔치 [드라마 스테이지2021]의 두 번 째 작품 ‘EP.안녕 도로시’는 10일(수) 밤 12시 1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