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뉴스화면을 장식하는 이때 가정폭력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영화가 개봉한다. 박하선, 하윤경 주연의 영화 <고백>이다. 김정현, 채서진이 나왔던 독립영화 <초인>의 서은영 감독의 신작이다. <고백>은 작년 여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소개되면서 주목받은 작품이다.
사회복지사 오순(박하선)은 지금 가정폭력의 명확한 피해자로 보이는 어린 소녀 보라(감소현)를 보호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오순은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를 돌이켜보건대 보라는 폭력적인 아버지가 존재하는 집에선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박하선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서은영 감독에게 영화 <고백>에 대해 들어보았다.
- 이 영화 찍고 개봉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일단은 후반작업 기간이 길었다. 띄엄띄엄 작업하였고, 영화제에 맞추고 싶어서 기다리기도 했다. 그렇게 후반작업이 미뤄지다 작년 부천영화제에서 공개되었다. 개봉도 이제 이뤄진다.”
- BIFAN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코로나 때문에 정상적으로 상영되기가 어려웠는데.
“객석도 띄엄띄엄 앉아야했고, 상영 회차도 대폭 줄었다. 그 와중에 ‘고백’은 매진이 되었다. 영화제 기간에 GV시간도 진행했었다. 많이 떨렸었다. 제 영화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았다. 배우들도 이 영화를 좋아해 주었다. 소중한 순간이었다. 그 덕분에 배급사도 찾게 되었고 말이다.” (<고백>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배급지원상을 수상했다.)
- 전작 <초인>을 재밌게 보았기에 <고백>에 대한 기대도 컸다.
“<초인>은 부산영화제에서 공개되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정현과 채서진 배우는 엄청 신인이었다. 아무도 몰랐으니. 일단 지금 너무 잘 되어 기쁘다. 같이 작업한 것이 너무 좋고 가슴이 뿌듯하다.”
● 믿을 수 있는 배우, 하고 싶은 영화
- 박하선 배우는 처음부터 염두에 둔 캐스팅인가.
“시나리오를 많이 돌리진 않았다. 바라는 배우들이 있었다. 우순 배역은 기성배우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스태프들이 박하선 배우를 많이 추천했다. 이 연기를 하면 어울릴 것 같았고, 이 역할을 할 것 같았다.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너무 좋아하셨다. 이슈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았고, 믿을 수 있는 배우인 것 같았다. 그래서 같이 하게 되었다.”
박하선 배우는 <고백>으로 작년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장편부문 배우상을 수상했다.
- 경찰을 연기한 하윤경 배우는?
“같은 영상원 출신이고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녔다. 하윤경이 출연한 연극을 보면서 언젠가 역할을 주고 싶었다. <낙원>이라고 학교(연극원) 작품으로 대학로에까지 진출했다. 하윤경은 독립영화를 꾸준히 찍었다. (김)정현이만큼 잘 되었으면 한다. 물론 지금도 잘되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도 나온다. 갖고 있는 것이 많은 친구이다.”
- 아역 배우가 중요한 작품이다. 감소현을 어떻게 캐스팅했는지.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외향적으로 풍기는 무언가가 좋아보였다. 반했다. 보라 역할을 잘해낼 것 같았다. 연기대사를 시켜봤더니 잘하더라. 보라 역을 위해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 드디어 찾던 애가 왔구나 싶었다. 아역배우 찾는 게 힘들었다. 그만큼 보라 역할이 중요했다.”
- <초인>은 저예산 독립영화이다. 그런데, 무려 해외 로케도 했었다. 몽골!
“졸업하자마자 그 영화를 찍었다. 학교 선후배가 모여 만든 작품이다. 본편 다 찍고 몽골 장면은 마지막에 찍은 것이다. 채서진 배우, 나, 촬영감독, 피디. 이렇게 넷이 몽고에서 놀면서 찍었다. 재밌게 놀면서 말이다.”
- 몽골 촬영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EBS 해외여행 프로그램을 했던 분이 현지 코디를 해주셨다. 그 분 도움을 받아 따라가면서 촬영했다. 지나고 보니 소중한 시간이었다. 원래 김정현도 같이 가는 것을 구상했었는데 하다 보니 예산이 깎여 (김정현은) 못 갔다.”
- <초인>처럼 <고백>도 사회의 어두운 면을 많이 담고 있다.
“<고백>은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고발 영화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모두들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한다. 어쨌든 이런 이야기에는 창작자의 시선이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걸 녹아내는 것은 <초인>이나 <고백>이나 같다.”
- <고백>에선 남성의 일방적인, 폭력적인 스토킹 문제도 나온다.
“지원이(하윤경)가 경찰로서 맞닥뜨리는 사건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 아동학대 문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어떤 잘못된 신호가 왔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결과가 비슷하다. 그런 잘못된 것을 수면으로 꺼집어내어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사회는 사건이 터지면 모두들 분노한다. 굵직한 사건이 터지면 들끓는다. 그런데 달라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아동보호가 잘 되어 있는 복지국가 시스템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촘촘하게 관리된다. 이 영화를 찍을 때나 지금이나 아동관리 시스템이 더 발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사회문제를 다루는 영화
- 영화에서 보여주는 ‘보라’의 결정적 선택은 어떤 것인가.
“보라는 폭력적인 가정에서 무자비한 폭력 속에서 자랐다. 모든 경우를 흡수해서 본능적으로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보호본능일 것이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 우순이 입장에서는 자신처럼 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 평소 어떤 영화를 보는지. 최근 본 영화가 무엇인지.
“장르 색채가 강한 것 좋아한다. 최근엔 스릴러 공포물을 많이 본 것 같다. <힐하우스의 유령>, <블라이 저택의 유령>을 보았다. 드라마가 강한 공포물이다. 서사가 풍부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영화에서, TV뉴스가 전하는 소식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아이가 자살하면서 ‘모두 안녕’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왜 그런 말을 남겼을까.
“그 장면은. 그 아이는 학교폭력에 노출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과정이 모두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마음을 영화적으로 더 부각시켜주고 싶었다. 그래서 ‘모두 안녕’이라는 말을 남긴다.”
서은영 감독은 영상원 출신이다. <초인>과 <고백>을 촬영한 정기욱 촬영감독이 남편이다.
“영상원 선후배로 만났다. 나도 촬영을 전공하다가 연출로 전향했다. 그때 만나 지금까지 같이 작업한다.”
- 촬영에 관심가진 이유가 있었나.
“일단 영화과에 들어가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막연하게 촬영이란, 그림을 만드는 사람이라 더 멋있어 보였던 것 같다. 이공계 출신이라서 기물을 만지는 것에 매력을 느꼈었다. 회사를 다니다가 영상원에 다시 간 것이다. 그런데 영상원에서 공부하다보니 촬영은 내 영역이 아닌 것 같았다. 글 쓰고 이야기 만드는 것에 더 매력을 느꼈다.”
- 앞으로 어떤 감독이 되고 싶은지.
“각자 생각하는 영화적 재미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영화적 재미를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재미있는 것을 많이 찍는, 꾸준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감독이 되고 싶다.”
- 서영화 배우는 <초인>에 이어 <고백>에 출연한다.
“그렇다. 노기홍 배우도 그렇다. <초인> 도서관 장면에서 김정현 옆자리에 있는 역할이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형사로 출연했다. 작업한 배우들과 꾸준히 하고 싶다.”
- <고백>이라는 영화를 통해 영화팬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고백>은 무거운 이야기를 다룬다. 요즘 부쩍 사회적 관심이 높은 이야기이다. 아동학대, 가정폭력 같은 주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너무 무겁고 끔찍하다고 해서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영화는 그런 이유로 만든 것이다. 저 역시도 주변에 그런 문제가 없는지 잘 살펴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선 가족을 초대할 상황이 못 되었다고 한다. 영화가 개봉하면 가족들도 <고백>을 볼 것이라고 덧붙인다. 박하선, 하윤경, 감소현(아역), 서영화, 정은표가 출연하는 서은영 감독의 두 번째 감독 작품 <고백>은 24일 개봉한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서은영 감독/ 리틀빅픽처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