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큐 인사이트> ‘소피아의 연인, 평양 러브레터’
1950년대, 전쟁의 폐허를 떠나 동유럽으로 유학 간 수천 명의 북한 청년들. 낯선 도시에서 사랑에 빠지고 새로운 삶을 꿈꿨지만 1956년은 소련공산당 20차 당대회, 헝가리 혁명, 북한 8월 종파 투쟁이 연달아 터지는 격동의 시대였다. 체제의 충돌은 평범한 행복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KBS <다큐 인사이트> ‘소피아의 연인, 평양 러브레터’는 오래된 사진과 편지, 동유럽 곳곳에 남겨진 기록을 따라 북한 청년들과 동유럽 여인들의 사랑과 이별, 고난 그리고 오랜 그리움을 되짚는다.
1962년, 북한으로 돌아가는 송제환은 “사랑하는 마리온. 수천 번의 입맞춤을 보내며 따뜻하게 안아줄게”라며 독일에 남겨진 연인에게 편지를 남겼다. 1959년 동독에서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춤을 추고 딸을 낳으며 평범한 행복을 꿈꿨다. 그러나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 송제환에게 갑작스러운 귀국 명령이 내려졌다. 당시 병원에 입원해 있던 마리온은 그가 떠나는 모습조차 볼 수 없었다.
이후 마리온은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그를 기다렸지만, 평양에서 오던 편지는 점차 끊겼다. 그렇게 수십 년이 흐른 어느 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마리온에게 믿기 어려운 소식이 찾아온다. 평생을 그리워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녀는 어떤 말을 건네게 될까.
KBS <다큐 인사이트> ‘소피아의 연인, 평양 러브레터’
■ 조국 대신 자유를 선택한 청춘들
1956년 헝가리 민주화 혁명 당시 혁명군이 되어 총을 들었던 북한 유학생이 있었다. 의학을 공부하던 최인환은 혁명 이후 해외로 탈출해 서독에서 대한민국 여권을 발급받았다. 당시 동유럽에서 새로운 사상과 자유를 접한 북한 청년들 가운데 일부는 귀국을 거부했다. 불가리아 국립문서보관소에는 이장직·이상종·최동준·최동성, 네 유학생의 망명 선언서가 남아 있다. 김일성 개인숭배와 정치적 탄압을 비판하며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들이다.
그중 이장직은 불가리아 여성 코프린카와 가정을 꾸렸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금도 코프린카는 한국 배추를 기르고, 함께 만들던 김치와 깍두기를 기억한다. 사랑과 자유를 위해 고향을 등진 청춘들. 그 선택에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이라는 대가가 따랐다.
동유럽으로 떠난 북한 청년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자녀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북한 유학생의 딸로 독일에서 태어난 리아나 강은 아버지가 평생 그리워했던 고향의 흔적을 쫓는다.
그런 그녀가 한국에서 만난 사람은 탈북민 남율주 씨. 두 사람의 아버지는 모두 동유럽으로 유학을 떠났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았다. 남율주 씨의 아버지는 불가리아에 가족을 남겨둔 채 북한으로 돌아왔고, 남율주 씨 역시 훗날 어린 아들을 북한에 두고 탈북했다.
<다큐 인사이트> ‘소피아의 연인, 평양 러브레터’는 2026년 11월 5일 목요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