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
<너의 이름은.>, <언어의 정원> 등에 참여한 시노미야 요시토시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가 작품 특유의 청록빛 화면을 완성한 미술·색채 비하인드 스토리가 관심을 모은다.
<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는 불꽃 공장 철거 전 마지막 여름, 4년 만에 재회한 세 친구가 환상의 불꽃 ‘슈하리’를 쏘아올리는 이틀 간의 여정을 담은 수채화 감성 애니메이션이다.
<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의 회화적인 화면은 일본화 화가로 활동해 온 시노미야 요시토시 감독의 이력에서 출발한다. <언어의 정원>에서 포스터 일러스트와 배경미술을, <너의 이름은.>에서 회상 장면 연출과 원화를 맡았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일본화에서 다져온 재료에 대한 감각을 화면 곳곳에 녹여냈다. 감독은 일본화가 돌과 식물, 조개껍데기 등을 화재(畫材)로 삼는다는 점이 나무와 흙, 기와 등으로 이루어진 일본 전통 가옥의 구성과 닮아 있다고 설명하며, “일본화의 묘미는 서로 다른 재료를 하나의 화면에 담아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감각은 영화의 중심 공간인 오비나타 불꽃 공장에 고스란히 담겼다. 오래된 목조 가옥의 지붕 두께와 구조는 물론, 나무·흙·기와·돌·동판·철 등 재료마다 다른 질감까지 세밀하게 살려낸 것. 특히 이야기의 중심인 케이타로의 집은 <너의 이름은.> 등에서 감독과 호흡을 맞춘 마지마 료코 미술감독과 감독이 각자 잘하는 분야를 결합해 완성했다. 각본 수정과 함께 먼저 구체화한 이 집의 비주얼은 작품 전체의 공간과 분위기를 이끄는 바탕이 됐다.
'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
작품 전체를 감싸는 청록빛 색채 역시 감독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긴 요소다. 공식 프로덕션 노트에 따르면, 색채가 풍부한 영상 표현은 별도의 요청 없이도 처음부터 감독 특유의 개성으로 드러났다. 제목의 ‘파리스 그린’ 또한 화면의 색과 이야기를 잇는다. 감독은 불꽃 제작업체를 취재하던 중 일본화의 안료로 알고 있던 파리스 그린이 과거 불꽃의 원료로도 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불에 태우면 푸른빛을 띠는 이 녹색 안료는 극 중 환상의 불꽃 ‘슈하리’를 완성하는 열쇠가 된다.
영화는 디지털 환경에서 제작됐지만 멀티플레인 카메라와 스톱모션 등 전통적인 기법을 함께 활용하고, 워크숍 참가자들이 직접 그린 불꽃까지 더해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화면을 완성했다. 정교한 기술에 손으로 작업할 때 생기는 작은 차이가 더해지며, 화면은 균일하게 정돈된 이미지와는 다른 질감을 얻었다.
특히 영화 중반부에는 2D 애니메이션과 스톱모션을 결합한 시퀀스가 등장하는데, 이 스톱모션 작업은 프랑스 현지에서 약 6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프랑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Miyu Productions팀이 제작한 미니어처 세트는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아, 해당 장면뿐 아니라 다른 장면의 레이아웃을 위한 참고 자료로도 활용됐다. 이처럼 일본과 프랑스의 협업으로 완성된 <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는 제작 단계였던 2024년 칸영화제 필름 마켓의 ‘애니메이션 데이’에서 소개된 5편의 작품 중 하나로 선정되며 일찌감치 주목받기도 했다.
일본화에서 출발한 회화적 감각과 프랑스 스튜디오와의 협업으로 독보적인 청록빛 화면을 완성한 <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는 현재 전국 롯데시네마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