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공영방송 서울총회(PBI)
가짜뉴스와 자극적 알고리즘이 범람하는 빅테크 플랫폼 환경에서 공영미디어는 신뢰를 어떻게 지켜내야 할까. 세계공영방송 서울총회(PBI) 첫날 열린 '디지털 플랫폼과 공영미디어의 미래'(Digital Platforms and the Future of Public Service Media) 세션에서는 영국의 BBC, 싱가포르의 미디어코프, 인도의 프라사르 바라티 등 글로벌 공영미디어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플랫폼 생태계 생존 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김용찬 연세대 교수가 사회를 맡은 이번 토론의 공통 화두는 '고유한 저널리즘 가치 수호'와 '플랫폼을 향한 적극적 참여'였다.
패널들은 소셜미디어가 혼탁하다는 이유로 공영미디어가 발을 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로드리 탈판-데이비스 BBC 디렉터는 "우리가 그 자리에 없다면 플랫폼 생태계가 어떻게 개선되겠느냐"며 "AI가 뉴스를 뒤흔들수록 현장 목격자로서의 저널리즘과 인간 전문가의 분석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공영방송의 오랜 앵커 등 신뢰받는 인물(personality)을 전면에 내세워 플랫폼 전반에 걸쳐 신뢰 자산을 확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플랫폼 문법에 맞춘 제작 혁신 사례도 눈길을 끌었다. 탐 록 켕 미디어코프 CEO는 자체 우수 뉴스 500편으로 학습시킨 맞춤형 AI '스낵봇'을 도입해 틱톡 뷰 수를 3.5배 성장시킨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포맷은 숏폼에 맞추되 엄격한 저널리즘 기준을 고수한 결과, 로이터 연구소 조사에서 미디어코프는 78%라는 역대 최고 신뢰도를 기록했다"며 "본질을 잃지 않는다면 플랫폼 진출이 신뢰도를 훼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교해진 허위정보에 맞선 '조직적 경계'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가우라브 드위베디 프라사르 바라티 CEO는 "신뢰받는 앵커를 사칭한 딥페이크 사기와 알고리즘을 악용한 국가 안보 위협 캠페인이 잇따르고 있다"며 "공영방송은 단순 규탄에 그치지 않고 신속한 팩트체크와 해설형 콘텐츠로 정보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AI 이슈와 관련된 빅테크와의 주도권 싸움에서는 글로벌 연대와 민첩성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로드리 탈판-데이비스는 “AI는 공영방송이 정면으로 부딪쳐야 할 영역이다. 검색 화면에서 클릭 없이 요약만 보여주는 ‘제로 클릭(Zero-click)’ 기사 문제와 저작권 침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BBC는 전 세계 40여 개 주요 방송사 및 언론사와 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거대 빅테크 플랫폼과의 콘텐츠 라이선스 협상 및 데이터 반환을 위해 공통된 접근법과 집단적 협상력(leverage)을 확보해야 한다. 소셜미디어 도입 때 얻은 교훈처럼 이번에는 ‘빠르게, 일찍, 그리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우라브 드위베디도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민첩성’이다. 과거 주간 시청률을 보고 다음 주 제작을 고민하던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초 단위, 밀리초 단위로 청중의 반응이 측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제작 주기를 단축하며, 젊은 층이 접근하기 쉬운 형식과 스타일로 빠르게 전환해내는 민첩성이야말로 공영방송의 생존 열쇠”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