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작년 여름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었던 송중기, 김태리, 유해진, 진선규 주연의 SF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송중기는 서기 2092년을 배경으로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우주쓰레기를 수거하는 ‘승리호’의 크루 태호 역을 맡아 한국영화 최초의 우주활극을 펼친다. 송중기를 만나 <승리호> 탑승 소감을 들어보았다. <승리호>는 <늑대소년>의 조성희 감독 작품이다. 송중기는 조성희 감독과의 재회 소감부터 밝혔다.
“‘늑대소년’에서 맡은 역할은 철수였고, 순이(박보영)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다. 처음 받은 시나리오는 철수와 순이의 이야기였다. 감독님은 나중에 제 역할을 태호로 바꾸었지만 딸 이름만큼은 순이로 남겨두었다. 앞으로 감독님 작품에 철수와 순이 아이덴티티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린 적도 있다. 저뿐만 아니라 조성희 감독님 영화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라면 반가워할 부분일 것 같았다.”
- 태호는 어떤 인물인가. 큰일을 겪고 조금씩 변화하는 인물인데.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인데 표현방법을 잘 모르는 인물이기도 하다. 큰 사건을 겪으면서 마음의 문이 닫혔는데 승리호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성장해 간다. 그렇다고 태호가 변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중간에 큰 사건을 겪었기에 정체되었겠지만 똑같이 흘러왔다고 생각한다. 연기하면서 그 점을 생각했다. 태호의 마음이 왜 닫혔는지. 몽타쥬로 짧게 보여줘야 하니 감정을 잘 다잡았다. 효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고민했다.”
● 한국영화, SF영화, 넷플릭스영화 '승리호'
- 한국 첫 SF영화라는 점에서 어떤 흥미를 느꼈는지.
“단지 한국의 첫 SF영화라서 선택한 것은 아니다. 조성희 감독이 시도하는 첫 우주영화라서 흥미를 느낀 것 같다. 진정성 있게, 책임감을 갖고 촬영에 임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아마 많은 장면을 블루 스크린(크로마키) 촬영을 했을 것이다. 기존 연기와 비교하여 흥미로웠던 점이 있는지.
“김태리, 유해진, 리처드 아미티지 같이 배우들과 연기를 하는 장면에서는 어려움이 없었다. 다른 언어를 쓰는 외국인 배우가 많았다. 영어도 아프리카 영어, 유럽영어가 나오고, 난 스페인어를 써야했다. 다양한 언어가 등장하니 쉽지 않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 들어가니 어렵지 않았다. 각자 따로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 각 촬영파트를 붙였을 때 생기는 문제를 막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했다. 각 파트가 뜨지 않도록. 걱정한 부분은 현장에서 많이 해결되었다. 스태프들이 워낙 준비를 철저히 해서. 정말이지 한국 스태프의 기술과 준비성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 김태리, 유해진, 진선규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진)선규 형은 익히 들어온 대로 진정성이 넘치는 사람이자 배우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졌기에 타이거박과 싱크로율이 높다. 확 다가갈 수 있는 배우이다. 김태리씨는 요즘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너무나 러블리한 배우이고 속이 꽉 차있는 배우이다. 자신감이 넘치고 배려심도 깊은 친구라고 느꼈다. 해진이형 처음 작품을 같이 했다. 굉장히 유쾌하고 농담을 잘하는 밝은 모습을 생각했는데, 만나보니 굉장히 철학적인 사람이었다. 생각의 깊이기 굉장히 깊은 분이라는 느낌이다. 세 배우 모두 여유가 넘치고 배려심이 깊었다.“
● 조성희월드, 신파성, 부성애 연기
- 조성희 감독의 <늑대소년>에 이어 다시 만났다.
“<늑대소년> 할 때는 신인배우로 만났다. 감독님도 저를 모르고 저도 감독님을 잘 몰랐다. 이번 <승리호>로 다시 만나니 진짜로 만난 것 같다. 서로에 대해 알고 있으니. 물론 <늑대소년> 끝나고 꾸준히 만나 서로 느끼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감독님은 평소 대화를 할 때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많이 듣는 편이다. 나를 오래 지켜보면서 태호랑 맞지 않나 생각하신 모양이다. 진심이 통한다고. 결이 맞고, 색깔이 맞는 사람이고 생각한다.“
- 조성희 감독님과의 앞으로 계속 하실 것인지.
“저야 감독님하고 계속 같이 하고 싶은데 제가 지겨울지 모르겠네요. 저는 ‘조성희 월드’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 정서를 좋아하는 개인이자 배우이다.”
- 감독님이 인터뷰에서 ‘승리호의 신파성’에 대해 말한 것이 있는데.
"감독님과 어제도 통화했었다. 워낙 겸손하신 분이라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신파라고 보신 영화팬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한다는 뜻일 것이다. 영화 쪽 일은 다양한 사람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는다는 그런 말씀일 것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예상하지 못한 피드백도 받았다. 그런 피드백 받는 것을 좋아한다. 칭찬뿐만 아니라 혹평도 담대하게 받아들인다.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 부성애 연기에 대해서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이다. 물론 조카들도 있지만.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봤지만 실제 접근해 본 적이 없는 엄청난 세계이다. 스크립트 안에서 답을 찾았다. 스크립트대로만 하자고 생각했다. 그 결과는 대중들이 판단할 문제일 것이다. 저로서는 최대한 발버둥쳤습니다.”
- 우주를 유영하는 장면 촬영은 어땠는지.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도 그런 장면 촬영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우주영화이니 빛의 반사가 중요할 것이다. 조명, 특수효과팀, 배우가 합심했다. 우주를 유영하는 장면은 수영하는 것 같이 동작을 연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후반작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고 하더라. 각 파트에서 리허설 많이 했다. 따로 하고 같이 테스트하고. 한국영화 현장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긴장했었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완성된 것 같다. ‘그래비티’도 보고 ‘마션’도 찾아보고 그랬는데 결과적으로 우리방식으로 잘 된 것 같다. 지금도 다른 현장에서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하다.“
- 우주SF출연 소감은.
"그냥 멋있고 샤프하게 보였다면 ‘승리호’에 안 끌렸을 것이다. 낯간지러운 것을 못 참으니. 승리호는 번쩍이는 우주선이 아니라 ‘청소선’이다. 신고 있는 양말도 구멍 났고, 입은 옷은 때에 찌들었다. 그런 게 조성희 감독 영화의 색깔이다. 친숙해서 좋았다. 조종석 장면을 포함해서 모든 장면이 스태프들이 도와주었고, 전문가가 있어서 가능했다. 혼자서는 못하는 작업이다.“
-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향후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출연제의가 있으면.
“언제든지 출연하고 싶다. 넷플릭스가 되었든 어떤 매체가 되었든. 본질적으로 드라마든 영화든 만드는 사람의 가장 큰 가치는 다양한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든 접점을 찾을 것이다.”
● 태극기를 단 승리호
-마블 영화에 익숙한 한국 영화팬에게 SF영화 '승리호'의 특별한 점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승리호> 홍보활동을 하면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한국에서 SF를 한다는 것에 물음표가 있었던 것 같다. 그게 저한테는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대본 받았을 때 CG도 없고 텍스트만 있었다. 그런데 한글로 된 ‘승리호’, 태극기가 쓰인 텍스트만 보고 소름이 돋았었다. 여태 관객으로 못 봤던 것이니 결과물이 잘 나온다면 관객분들도 좋아하고 신선하다고 느낄 것이다. 저는 확신이 있었다.“
“제가 아는 마블 매니아 분에게 문자를 받았다. 굉장히, 여러 가지 의미에서 잘 만든 작품이라고 평해 주더라. 그 사람이 그 정도 인정해 주셔서 뿌듯했다. 이게 허접한 SF는 아니구나 생각했다.”
- '승리호‘를 하면 느낀 점은.
“한국영화의 힘을 다시금 느꼈다. 봉준호 감독님이 너무나 큰 업적을 남겨주셨고, 이어서 한국 영화 스태프의 성과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작년에 콜롬비아에서 <보고타> 찍으면서 배우들과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자부심을 가져도 되겠다. 스태프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승리호>를 찍으면서 이 수준까지 온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스태프들의 힘이 컸다.”
- 넷플릭스로 보는 간편성도 있지만, 이런 영화는 큰 화면에서 굉장히 좋은 사운드로 듣고 싶어진다. 관객이 한 공간에서, 공감하며 열광하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게 만드는 장르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극장에서 따로 팬서비스 차원에서 보고 싶은 생각이 없는지.
"저도 너무나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팬서비스 차원에서라도. 제작사와 넷플릭스의 계약을 보지 못해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소통창구로, 다양한 이벤트를 기대한다. 어쨌든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는 제작진에게 공유하는 편이니 좋은 방법 찾아보겠습니다.“
- <승리호>에 이어 드라마 <빈센조>로 대중을 만나게 된다.
“곧 드라마 <빈센조>로 인사드린다. <빈센조>는 처음 도전하는 블랙코미디이다. 제가 한번도 안 해본 장르라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가족 드라마이다. 요즘 모이기 힘든데 가족들과 좋은 시간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설에도 쉬지 못하고 열심히 촬영할 것이다. 좋은 작품으로 만나 뵙겠다.”
송중기, 김태리, 유해진, 진선규 주연의 영화 <승리호>는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 나라에서 공개되었다. 송중기, 전여빈, 옥택연, 유재명이 출연하는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는 20일(토) 저녁 9시 첫 회가 방송될 예정이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송중기- ‘승리호’ 스틸/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