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몽
11월 개봉하는 영화 ‘호루몽'이 제목에 담긴 특별한 의미를 공개했다. 재일 코리안 3세 신숙옥의 삶과 투쟁을 담은 ‘호루몽’은 차별과 혐오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지켜온 신숙옥 3대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버려진 사람들의 역사와 오늘의 의미를 조명하는 스타일리시 논픽션 무비다.
영화의 제목인 ‘호루몽’은 일본어로 ‘버리다’라는 뜻의 ‘호루’와 ‘물건’을 뜻하는 ‘모노’에서 유래한 말로, 과거 도축 후 버려지던 부위를 구워 먹던 음식의 명칭이다. 영화는 이 이름에 주목해 버려진 것을 먹으며 삶을 이어온 사람들, 그리고 사회의 차별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싸워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버려진 것에서 시작된 이름은 신숙옥의 외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신숙옥으로 이어지는 3대 여성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신숙옥의 외할머니 이백란은 어린 나이에 조선에서 일본의 제지공장으로 보내져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야 했다. 어머니 케이코 역시 일본에서 태어나 살아왔지만, 재일 코리안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경험을 겪었다. 가난과 차별이라는 현실 속에서도 삶을 이어온 두 여성의 시간은 신숙옥에게로 이어졌고, 한 가족의 역사는 재일 코리안이 겪어온 차별과 생존의 역사로 확장된다.
3대에 걸쳐 이어진 이 역사 속에서 신숙옥은 차별과 혐오에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시민운동가로 살아왔다. 일본 방송의 허위 보도로 극우 세력의 표적이 된 이후에는 법정 투쟁에 나서며 맞섰다. 특히 신숙옥은 자신이 싸워야 할 대상은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무지’라고 말한다. 한 사람을 향한 공격을 넘어 차별과 혐오를 낳는 사회의 무지에 맞서고, 다음 세대를 위해 차별에 맞서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일하 감독은 ‘호루몽’을 통해 재일 코리안의 역사를 과거의 비극으로만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다음 세대에 전할 현재의 이야기로 담아내고자 했다. 신숙옥의 삶과 투쟁을 따라가며 차별과 혐오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지켜온 사람들의 시간을 조명하고, 그 역사가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을 영화에 담았다.
‘호루몽’이라는 이름에는 버려진 것에서 시작된 사람들의 생존과, 차별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이어온 신숙옥 3대 여성의 역사가 함께 담겨 있다. 버려진 것에서 시작된 이름을 통해 한 가족의 100년을 돌아보고, 차별과 혐오에 맞선 한 사람의 통쾌한 반격을 그린 영화 ‘호루몽’은 오는 11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