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멤버로 세계를 무대로 K팝 한류를 확산시키던 최수영이 연기자로 변신하여 자신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최수영은 지난 주 막을 내린 JTBC드라마 ‘런 온’(극본 박시현, 연출 이재훈)에서 대기업 서명그룹의 상무이자 스포츠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서단아 대표를 맡아 걸크러시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이번이 16번째 연기작품이라고 한다. [런온]을 막 끝낸 최수영을 만나 연기의 매력에 대해 들어보았다. 

 “내가 맡았던 서단아와 신세경이 연기한 오미주의 모습을 보면서 둘 다 제 청춘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서단아를 보며 소녀시대를 많이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고 말문을 열었다.

“미주에게는 엄청난 자존감이 있다. 제가 늘 생각하는, 되고 싶은 저의 모습이 그런 미주의 모습인 것 같다. 단아는 생각할수록 소녀시대 같다. 한창 활동할 때, 화려해 보이고 다 가진 것 같은, 모든 것이 주어진 모습 같지만 사실은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시간이었다.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자기관리를 해야 했고, 쉬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던 삶이, 그런 제 청춘과 닮아 있는 것 같다.”

드라마 [런 온]은 소통이 어려운 시대, 저마다 다른 언어로, 저마다 다른 속도로, 서로를 향하는 완주 로맨스 드라마다. 최수영은 순수한 미대생 이영화(강태오)와 새로운 모습의 로맨스를 펼쳤다. 

“[런 온]이 끝나 시원하고도 섭섭한 마음이 든다. 현장이 너무 좋았고, 또래 배우들과 연기하는 것이 좋았다. 대본도 너무 좋았다.”

“곧 영화 [새해전야]도 개봉된다. 감사하게도 또 한 번의 새해를 맞아 개봉을 하게 된다. 관객들도 기다렸고 저도 설레는 작품이다. 사랑스럽고 애틋한 감성의 영화라서 어느 정도 기대가 된다.”

“대본을 접하고 연기하면서 남자들의 대사라고는 딱히 생각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통쾌함을 주려고 한 적은 없다. 단아라는 캐릭터 자체가 그런 식으로 이야기할 것 같았다. 서단아는 가진 것이 많은 존재이다. 마지막까지 이른바 캐붕(캐릭터붕괴) 없이 갈 수 있었던 것은 작가님이 단아를 성장시켜주실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 배우 4명만 모여 리딩을 많이 했다. 대사를 빠르게 치고받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전달하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쟤네들 싸우는 것일까, 묘한 텐션을 전하고 싶었다. 그런 긴장감이 만들어지도록 감독님이 리드를 잘 해주셨다. 각자 캐릭터를 잘 연구해왔고, 현장에서 몰입해서 연기하니 말맛이 살아난 것 같다.”

“단아 같은 캐릭터를 잘 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제작진이 저를 믿어주시고 선택해 주셔서 감사하다.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런온] 대본이 그랬다. 독특하기도 했고, 공감이 갔었다. 그와 동시에 황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애틋함이 깔려있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던 모양이다. 어떤 역할이라도 참여하고 싶었다.”

“촬영 현장에서 내가 무슨 말만 하면 까르르하고 웃었다. 그래서 현장에 갈 때면 신세경을 웃겨야겠다는 사명감을 갖는 것 같았다. 그렇게 현장은 아침부터 텐션이 올라간다. 신나는 작업이었다. 신세경과 처음 대면하는 장면에서 의원님이 ‘통역으로 오신 오미자’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내가 낸 아이디어였는데 그렇게 완성되었다. 이런 생각을 부담감없이 나눌 수 있는 것은 상대배우와 편하게 지낼수 있어야한다. 신세경은 그런 야량을 가진 배우이다. 존경스러운 현장이었다.”

“대본을 보면 볼수록 잘 쓴 대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볼 때는 배우가 둔해서 캐치 못한 것이 있지만, 그것이 모두 큰 그림을 향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때 작가님이 새삼 위대하다는 것은 느꼈다. 배우로서 감사한 대본이었다.”

“단아를 그동안 드라마에서 많이 보아온 재벌가 딸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능동적인 인물로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텀블러를 들고 있는 게 어떨까 생각했었다. 작가님이 후반에 북극곡 캠패인을 염두에 둔 설정을 생각하셨다더라. 정의로운 부자이다. 이념과 사상이 깬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운동화는 이전에 뉴욕에서 조깅하는 여자를 본 적이 있다. 고층건물 앞에서 막 운동을 끝낸 여자에게 비서가 코트를 입혀주고, 백을 건네준다. 그렇게 출근하는 모습. 그런 단아의 모습을 이야기했더니 그런 신을 넣어주셨다. 일 잘하는 여성리더의 모습이다.”

“단아는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오직 직책으로만 사람을 본다. 실장님도, 아버지도 회장님이다. 오빠는 전무.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 것은 누구인지 관심이 없다는 것이리라. 영화가 처음 왔을 때는 그가 사회에 나서기 전이니 학생이다. 글러니 그냥 학생이라고 부를 뿐이다. 나중에 이름도 불러주고 이름도 기억해 주는 변화가 있으니 재미있었다.”

“단아와 영화의 러브라인을 응원해 주었다. 유리, 서현이처럼 연기 활동을 하는 멤버의 경우는 단아 같은 사이다 캐릭터를 제가 하는 게 통쾌하다고 느낀 모양이다. 아직 소녀시대에서 단아만큼 부자 역할을 한 사람이 없다. 부자에 예쁘게 나오니까 너무 좋다고 하더라.”

“티파니가 가장 열심히 모니터 해주었다. 단아가 제주도에서 한 영어 대사는 티파니가 번역해서 만들어준 것이다. 한국어 대사를 캐릭터의 특성과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를 잘 녹인 영어 대사로 만들어줬다.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선을 그어야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일탈하는 사람이 아니다. 안전을 추구하는 편이다. 그게 편하다고 생각하기에. 겁이 많고. 그런 것이 단아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아온 날들이 많다보니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언젠가 그 선을 넘어줄 사람을 기다린 것 같다. 단아의 인생에서는 말이다. 저도 그런 것 같다. 사실은 안 그런데 사람들이 선을 긋는다고 생각한다. 잠시의 서먹함을 깨고, 관계의 선을 넘으면 좋은데 말이다.” 

“대본을 받고 태오 배우와 대화를 많이 나눴다. 영화가 너무 어른스러워서 단아가 무장해제 되어 눈물을 흘린다고 생각했다. 태오는 다정함이 있는 톤으로 다독이듯 대사를 친다.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었다. 그 씬에서는 세 살짜리 아이의 모습을 생각했다. 본인의 창피함, 아이의 현실 자각타임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언제쯤 사랑받을 수 있을까. 복잡한 심정이 담긴 장면이다. ”

“[새해전야]를 하며 감독님께 온전히 의지한다는 게 무엇인지 새삼 깨달았다. ‘새해전야’의 커플들의 이야기이다. 각 커플의 신이 한정되어 있다. 대사도 한정되어 있고. [새해전야] 찍으러 가는 날은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을 잔뜩 안고 가지만, 감독님은 그 힘을 빼게 도와주었다. 캐릭터가 이야기의 흐름에 녹아들게. 감독님은 숲을 보시는 것이다. 오월의 감정을 살려주시는 디렉팅을 해주셨다.”

“ [런온]의 이재원 감독은 함께 아이디어를 내는 편이다. 리허설을 하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디어를 낸다. 서로를 배려하고, 캐릭터를 존중하는 마음이 녹아있다. 협업을 통해 완성된 셈이다.”

“사실, 제가 열여섯 작품밖에 안했다. 작은 것까지 합치면. 아직 도전해보지 못한 연기가 많다. 수영이가 할 수 있을까. 모험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단아 같은 캐릭터 성이 강조된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화자가 되어 작품을 이끌어가는 드라마도 하고 싶다.  지금은 어떤 선을 두지 않고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다.“

최수영이 등장한 JTBC 수목드라마[런온]은 지난 4일 막을 내렸고, 그가 출연한 영화 [새해전야]는 10일 개봉된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최수영/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