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경이 임시완과 함께 한편의 인생드라마를 완성했다. 외화번역가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오미주를 연기한 신세경에게서 작품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코로나로 인한 서면인터뷰이다.
- 지난 겨울 <런 온>을 향해 전력질주한 셈이다. 소감은
”작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런 온>을 향해 6개월 간 열심히 달렸다. 작품을 함께 만드는 모든 이들이 우리의 작품인 <런 온>을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정말 즐거운 6개월이었다.“
- 극중 오미주가 기선겸을 만나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주를 연기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우리 드라마에는 예측 불가능한 이벤트가 가득했다. 항상 뻔하지 않은 방향으로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말을 하더라. 주인공의 불우한 성장 배경은 우리가 많이 보아온 드라마 속 설정이지만 미주가 살아가는 방식은 달랐다. 미주는 솔직하고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니까 연기를 하면서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촬영했다.”
“미주가 살아온 환경에 대해 매이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때에도 내가 고생하며 힘들게 자랐다는 걸 알아달라는 의도는 절대 담지 않았다. 미주는 동정 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늘 그렇게 의연하던 미주가 12부에서 기정도 의원에게 끔찍한 이야기들을 듣고 선겸에게 포기하겠단 말을 전할 때,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아왔던 결핍의 감정들이 쏟아져 나와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 "서로를 잘 지키며 사랑한다는 것"
- 직접 연기한 배우로서 오미주의 매력을 꼽는다면?
“정말 좋아하는 포인트는 미주가 사과를 잘한다는 점이다. 미주는 방금 뱉은 모난 말에 대해서도 바로 사과할 줄 아는 멋쟁이다. 물론 배배 꼬아 말할 때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과 자신의 일도 무척 사랑한다는 점도 굉장히 좋다. 무엇보다도 오미주가 추구하는 사랑의 방식이 제일 마음에 든다. 서로를 잘 지켜가면서 사랑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정말 건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 <런 온>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신세경이 뽑은 명장면은?
“명장면은 정말 많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고르자면 2회 포장마차 신이다. 드라마 방영 전, 편집실에 놀러 가서 그 신을 처음 봤을 때의 두근거림이 잊을 수가 없다. 화면상으로는 마치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아주 여유 있고 몽글몽글해 보이지만 막상 촬영 때에는 느닷없이 내리는 비를 피하며 급히 찍느라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대사량도 꽤 많고, 몹시 중요한 신이라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편집된 내용을 보았는데 썸 타는 남녀의 설렘이 그대로 담겨있더라. 그래서 정말 행복했다. 술 취한 선겸을 혼자 두고 잠시 사라졌던 미주가 다시 나타날 때, 그런 선겸의 시야 안으로 운동화를 신은 미주의 발이 한 발짝 걸어 들어오는데 세상에... 나도 미주가 너무 반가워서 외마디 비명을 지를 뻔했다.”
“선겸이 달리지 않는 걸 선택했던 3부 엔딩도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꼽고 싶다. '선겸의 삶에 있어서 그토록 강렬한 선택의 순간이 또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순간에, 선겸의 언어를 미주가 통역해 주는 모습이 드라마가 표현하고자 하는 관계성의 온전한 형태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또 개인적으로는 미주가 열심히 일하는 장면들도 무척 맘에 든다. 그러한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나를 비롯한 작품 구성원 모두가 노력한 흔적이 잘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미주가 선겸에게 연고를 발라주는 신, 미주의 취중 고백에 선겸이 "그건 이미 하고 있는데"라고 답한 신, 아픈 미주에게 "없는 거 말고 있는 거 불러요"라고 선겸이 말한 신, "그림 뒤에 네가 있었나 봐"라는 대사가 나온 11회 엔딩신 등이 있다. 14부에서 지우 언니가 기정도를 향해 “내 인생 네 소품 아니야. 내 인생 주인공은 나야”라고 말하던 모습은 닭살이 돋을 정도로 멋이었다.“
● "보일때까지 기다릴게"
- 이번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 있었다면?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현실적인 연애의 단계 단계를 잘 표현해서 그 설렘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하시는 모든 분들이 작은 위로가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바람도 가지고 있었다.”
- <런 온>을 통해 대중들에게 신세경이라는 배우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가?
“신세경이라는 배우보다는, <런 온>이 종영하더라도 오미주라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기선겸과 투닥거리며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 ‘런 온’을 마치면 미주에게 한 마디 한다면.
“‘시즌2’ 기다릴게. 보일 때까지 끝까지.”
신세경이 외화번역가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오미주를 연기한 JTBC 수목극 '런 온'은 어제(4일) 최종회가 방송되었다.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최종회는 유료플랫폼 가입가구 기준 수도권 4.2%, 최고 4.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신세경/ 나무엑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