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들쥐' 김홍선 감독
지난 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들쥐>가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카카오웹툰(작가:루드비코)을 영상화한 <들쥐>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이름과 얼굴, 명성을 모두 빼앗긴 은둔의 작가 제문재(류준열)가 위험한 사채업자 '노자'(설경구)와 얽혀 사건의 내막을 쫓아가는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TV드라마 '보이스', '손 the guest', 영화 '역모-반란의 시대'(2017), OTT(쿠팡플레이 '미끼', 넷플릭스 '탄금') 등 플랫폼을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김홍선 감독을 만나 <들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연출하는데 가장 고민한 지점은 어떤 것이었는지.
▶김홍선 감독: “아무래도 제문재와 들쥐, 이 두 사람을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가 제일 중요했다. ‘들쥐’ 캐릭터를 특수분장하는 것도 생각했었다. 같은 듯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말이다. 성형을 했는데 저렇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류준열 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결론은 연기로 끝을 내야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상황이나 씬, 두 사람의 감정 변화의 폭을 보여줄 때 현장에서 류준열이 많은 아이디어와 대안을 내주었다. 그런 방식이 연출하는 입장에서나 연기하는 배우 모두에게 시너지를 준 것 같다.”
Q. 원작을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은 어땠는지.
▶김홍선 감독: “처음 제안 받았을 때 4권(4부)까지 대본이 나와 있었다. 카카오 원작을 갖고 이재곤 작가가 글을 쓴 것이다. 작품의 방향성과 아이디어를 계속 제공하긴 했지만 이 작가가 아니었으면 (연출 참여) 결정을 안 했을지 모른다. 굉장히 재밌었다. 1부 지나고 2부 들어가면서 폭주한다. 관객의 입장에서 너무 재밌는 것이다. 바로 이 작품 하겠다고 대표에게 말했었다.”
넷플릭스 '들쥐'
Q. 전래동화 ‘손톱 먹은 들쥐’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고 홍보를 했다.
▶김홍선 감독: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설화에서 출발하는데 이게 존재론적인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변주한다. 단순히 복수를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느냐, 그리고 그 정체성이 과연 맞느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Q. 복수극이 아니라면?
▶김홍선 감독: “단순히 서유민의 복수극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제문재의 정체성 찾기가 더 큰 문제이다. ‘너의 정체라 맞아?’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내가 나의 정체성을 누구한테 증명할 수 있는가. 내 주변의 사람들이 과연 나란 존재를 증명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을 한 번 생각해 보고 싶었다.”
넷플릭스 '들쥐' 김홍선 감독
Q. 제문재는 공황장애에 시달린다.
▶김홍선 감독: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든 표현을 하고 싶었다. 또 하나 신경 많이 썼던 건 꿈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그 꿈들이 모여서 그날 있었던 일을 보여준다. 파편적으로 보이는 과정, 처음에는 요만큼 보여주다가 점차 이야기가 더 나아가는 구조이다.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 거 같다. 그런 것들이 단서이다.”
Q. 공황장애가 보기엔 약물중독 같아 보인다. 그래서 그 캐릭터, 정체성을 더 혼란스럽게 마드는 것 같다. “제문재의 문제는 한 가지가 아니었다. 어렸을 때의 상황, 자라면서 부모의 문제, 약물 과용의 문제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투라는 감정이었다. 그런 게 뒤섞여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복합적인 것, 다면적이 이유가 된 것 같다.”
**스포일러 주의 ** Q.그러니까, 놀이동산에서 포크 악몽은 박순용이 류준열을 찌르는 사건이다.
▶김홍선 감독: “그렇다. 그런 파편이 하나의 단서라고 생각했다. 이게 증거를 찾는 범죄물은 아니지만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그 인물이 이렇게 됐어라는 것을 보여준다. 곳곳에 파편들을 심어놓는 것이 중요했다.”
Q. 넷플릭스 검수가 치밀하다고 들었다. 자막도 그러한가? ‘광수대’가 아니라 ‘강수대’라고 나오는 이유는?
▶김홍선 감독: “아, 그건 ‘강수대’가 맞다. 약간 변형을 준 것이다. 직접적으로 하기엔 문제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니. 등장하는 도시 이름도 그런 식으로 바꾼다. 특히 범죄물의 경우 일반적이다.”
Q. 류준열의 1인 2역을 위해 차별을 둔 지점이 있는지.
▶김홍선 감독: “두 사람은 같은 듯 다르다. 성격도 다르다. 그래서 두 사람의 공간에 차이를 두었다. 조명이나 공간의 형태가 좀 다르다. 비슷한 오피스텔이긴 하지만 완전하게 다른 거였다. 들쥐는 쥐굴 속에 있는 느낌을 좀 주고 싶었고. 문재는 스스로 쌓은 성 안에 갇힌 느낌을 주려고 했다. 그런 차이를 주기 위해 미술과 조명에 공을 들였다. 문재 쪽에는 광각 렌즈를, 들쥐 쪽에는 망원으로 조금 더 당겨서 보이는 느낌이 들게 했다.”
넷플릭스 '들쥐' 김홍선 감독
Q. 공개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살펴봤는지.
▶김홍선 감독: “끝까지 보셨다는 분들도 있고. 후반부로 가면서 좀 지루해진다는 분들도 계시더라. 흘러가면서 보거나 소리만 듣는다거나, 작은 화면으로 보면 놓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큰 화면으로 봐야하는데. 타이트 샷도 많고, 곳곳에 심어놓은 것이 많다. 그런 걸 봐야지 ‘아, 이랬구나’하실 수 있는데. 여유 있게, 집중해서 봐야하니까 친절한 드라마는 아닌 거 같다.”
Q. 설경구 배우는 ‘들쥐’에 이어 넷플릭스의 ‘가능한 사랑’을 찍었다.
▶김홍선 감독: “‘들쥐’ 출연을 결정하고, 이창동 감독님의 작품을 들어가게 되었다. 지금 한국 영화산업이 좀 힘들다고 한다. 사실 드라마 쪽도 쉬운 건 아닌데. 그래도 영화산업이 잘 되어 양 날개가 달려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창동 감독님 작품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연출부가 모여 일정을 짰다.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 문제였다. <가능한 사랑> 예고편을 봤는데 너무 좋았다. 그런 영화들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Q. TV드라마 연출(‘손 the guest’ 등)에서 영화(‘역모-반란의 시대’)도 찍었고, 쿠팡플레이 작품(‘미끼’)도 찍었다. 넷플릭스 작품도 이번이 세 번째이다. 플랫폼을 다 경험해 본 소감은.
▶김홍선 감독: ”아무래도 지금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곳이 넷플릭스이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더 풍족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쿠팡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부분에서는 투자를 해 준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OTT가 플러스 요소가 많다. 방송사들이 지금 OTT와 유튜브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광고 문제도. 시청자들의 패턴이 바뀌다보니 제작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OTT가 좀 더 편하긴 하다.“
Q. 설경구가 연기한 노자는 어떤 인물인가. 현업(!)을 떠나고 싶어 한다.
▶김홍선 감독: “자신이 하던 일을 완전히 세탁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문재에게 사기를 당해 도루묵이 된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조직의 언저리에 머무는 사람이다. 경계선에 선 사람이다.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려고 한다. 회복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크게 보면 가장 회복력이 좋은 사람은 형사 순용(이규형)이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들쥐'
Q. 킬러 해결사로 등장하는 박종환의 연기가 뜻밖이다.
▶김홍선 감독: “박종환 배우와는 기회가 닿지 않다가 이번에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킬러 같아 보이지 않는 킬러였으면 했다. 그냥 옆에 지나가는 아저씨 같은 모습. 의외성을 원했는데 잘 해하셨다.”
Q. 조금 센 이야기를 선호하는 것 같다. 원래 꿈이 드라마 쪽이었나, 영화 쪽이었나.
▶김홍선 감독: “심심한 것보다는 조금 강렬한 느낌의 이야기에 끌리는 것 같다. 그렇다고 특별한 이유는 없다. 원래 꿈이 영화감독이었다. 알고 보면 할리우드 키즈였다. 잘 안 풀려서 드라마를 하게 되었고, 이렇게 돌아온 것 같다. 지금도 근처, 언저리에 있는 것 같다.”
Q. 제문재의 오피스텔에 새가 날아와서 부딪치는데, 다음 장면에서 새의 깃털이 들어와있다. 이건 연속성(Continuity)의 실수 아닌가.
▶김홍선 감독: “새가 날아와서 그런 안전유리에 금이 가지는 않을 것이다. 리얼리티 보다는 시작하면서 나의 일상이 깨지기 시작한다는 은유이다. 그 장면 찍으면서 이게 과연 시청자들이 받아들일까, 말이 되냐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끌고 가면서 시청자를 설득하는 것은 저의 몫이니까. 그렇게 설득하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이다.”
“차기작은... 준비 중인 게 하나 있는데 아직 말씀 드리기가 애매한 것 같다. 작품은 운이라고 봐야한다. 때가 맞아야한다.”고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8월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들쥐>는 글로벌 TOP 10 비영어 쇼 1위에 올랐다. 공개 2주 차에 4,400,000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대한민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오만, 필리핀, 아르헨티나, 멕시코, 헝가리,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 총 45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출처: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 (netflix.com/tudum/top10)]
[사진=넷플릭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