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페어
데뷔작 <엑스 마키나>로 단박에 주목받은 알렉스 가랜드 감독은 분열된 미국의 비극을 그린 <시빌 워:분열의 시대>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이번엔 숨을 완전히 죽인 채 또 다른 전쟁의 한복판으로 관객을 내던진다. 2006년 11월, 이라크 라마디에서 펼쳐진 미군의 교전 상황을 극화한 <워페어>이다. 이 작품은 그날의 작전에 직접 참여했던 미 해군 특수부대(SEAL) 대원인 레이 멘도사가 공동 감독하였고, 그 작전에 투입되었던 소대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시나리오가 만들어졌기에 그 어떤 영화보다 전쟁의 참상과 전투의 긴박함이 리얼하게 담겨있다.
내일의 전투가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군인들이 막사에서 선정적 뮤직비디오에 열광하는 짧은 장면이 펼쳐지더니 이들은 곧바로 어둠이 깔린 이라크의 한 마을에 투입된다. 라마디에서는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네이비씰의 알파 원 소대가 이라크군 통역병을 앞세워 민간인 주택을 하나 접수한다. 이곳에 자리 잡은 미군은 곧바로 군사임무에 착수한다. 합동전술통제관(JTAC) 레이는 무전으로 공중지원을 요청하고, 저격수 엘리엇 밀러와 프랭크는 망원렌즈를 통해 길 건너편 동향을 감시한다. 건물과 도로를 오가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의심스럽다. 망원경으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고, 저격용 소총 망원렌즈의 초점을 잡고 있다. 시시각각 적의 동정을 알리는 정보가 무전으로 전해지고, 라마디 어디선가에서 이어지는 전투가 생중계되고 있다. 그 순간 저격수가 있는 2층 공간에 수류탄이 던져지고 엘리엇이 부상을 입는다. 기회를 노리던 적군이 몰려오기 시작하고 이제 특수부대원의 응사 속에 이들은 아지트를 포기하고 철수해야한다. 그들을 이동시킬 장갑차가 간신히 문 앞에 도착하지만 급조폭발물(IED)이 터지고 희생자가 늘어난다. 이제 사면초가 속에서 공중지원과 후송차량을 애타게 기다리며 리얼 전쟁의 한 복판에서 생사를 건 전투를 치러야한다.
워페어
● 수류탄, 클레모어, RPG, IED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잠깐 당시의 이라크 상황을 살펴야한다. 2001년 9월 11일, 911테러가 일어났고 미국의 부시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담 후세인이 알카에다를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2003년, 이라크를 상대로 ‘충격과 공포’ 공습작전을 펼쳐 바트당 정권을 무너뜨린다. 후세인 정권 몰락 후 이라크는 시아파와 수니파 내전이 발생하고 그 전쟁의 한복판에 던져진 미군은 발을 진퇴양난의 개미지옥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미군이 지원하는 이라크군과 반군이 곳곳에서 전투를 치를 때의 이야기이다. 라마디는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100여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요충지였다.
밀리터리 매니아가 아니어도 미군의 군사작전을 지켜보는 것은 황홀할 정도이다. 네이비실은 미군의 본진(보병부대)이 도착하기 전 포스트(OP,관측 초소)를 구축하고 아군의 진로를 확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물론 하늘에는 각종 최첨단 무기들이 날아다니며 지상의 움직임을 체크한다. 하지만 소총과 RPG, 급조폭발물로 무장한 반군의 게릴라 작전을 완벽하게 저지, 제어, 공략하지 못한다. 영화는 첨단무기와 과학전 너머의 도시게릴라전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워페어>는 해군 특수부대(SEAL) 대원들이 이라크 반군세력의 매복공격과 한 차례 실패한 구조작전을 리얼하게 따라간다. 폭발 후 중상을 입은 전우 엘리엇(코스모 자비스)과 샘(조셉 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투현장은 관객의 숨을 멎게 할 만큼 극사실주의적으로 펼쳐진다.
미 해군에서 16년을 복무한 레이 멘도사는 실제 네이비 씰 대원들이 출연한 영화 <액트 오브 밸러>를 통해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론 서바이버’, ‘아웃포스트’와 ‘시빌 워’에서 군사자문을 거쳐 마침내 가랜드와 이 작품을 공동감독을 맡게 된 것이다. 가랜드 감독은 ‘실험적’이면서도 ‘진실된’ 전쟁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기에 최고의 콤비가 된 셈이다.
멘도사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참전 베테랑의 이야기를 담은 시나리오를 보면 “항상 약병이 열려있고, 위스키 빈병이 나뒹구는 장면이 많다. 그런 이미지가 우리를 자주 연상시키는데 그게 싫었다”며, “전투를 경험한다는 것은 인간성의 가장 추악한 면과 가장 아름다운 면을 모두 목격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트라우마를 겪은 많은 사람들의 심정에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끔찍한 전우의 죽음을 목격하고,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그들 군인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전쟁의 흉맹함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영화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