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다큐On]
15일(토) 오후 10시 15분 KBS 1TV [다큐On]에서는 전(前) WHO 사무총장을 역임한 고(故) 이종욱 박사가 남긴 족적을 살펴본다.
2006년 5월, 세계보건총회 개막을 불과 사흘 앞두고 전 세계 보건의료의 수장인 제6대 WHO 사무총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사무실에 앉아 보고서를 읽는 대신 “현장에 답이 있다”며 일년에 지구 7바퀴 반을 도는 강행군을 하며 전 세계 어려운 이웃을 직접 만나 그들을 위한 해법을 찾았던 사람, 故 이종욱 박사다.
그가 보건의료의 최전선에서 서거한 지 어느덧 20년. 거인은 떠났지만, 그가 전 세계 오지와 감염병의 최전선에 뿌려놓은 변화의 씨앗들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행동하는 사람(Man of Action)’ 이종욱 박사의 뜨거운 유산과, 그 뜻을 이어받아 세계를 바꾸고 있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실화를 <다큐온>에서 따라가 본다.
2026년 5월, 전 세계 보건의료의 심장부인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는 이종욱 박사의 서거 20주기를 맞아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이 열린 EB(집행이사회) 룸 밖 복도에는 그의 숭고했던 보건 외길을 되짚어보는 특별 사진전이 열렸다. 1970년대 경기도에 위치한 성라자로 마을의 한센병 봉사 현장에서 시작해 WHO 피지 사무소 시절, 그리고 세계 보건의 지형을 바꾼 '3 by 5' 에이즈 치료제 보급 선언과 최초의 국제 조약인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앞서갔던 거인의 거침없는 족적이 생생하게 남겨져 있다.
KBS 1TV [다큐On]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된 헌신의 유산은 동남아시아의 깊은 산악 지대, 라오스로 이어진다. 라오스는 세계 보건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이종욱 박사의 숭고한 보건 철학이 깊게 숨 쉬고 있는 유서 깊은 현장이다.
의료 혜택의 사각지대였던 라오스 시엥쿠앙의 산악 오지 마을, 아득한 산길을 뚫고 보건소 의료진이 직접 마을 주민들을 찾아가는 ‘모자보건 순회진료(아웃리치)’ 현장이다. 비가 오면 다른 지역과 이어진 길이 끊어져버리는 마을에, 출산을 앞둔 산모를 찾아가 산전 진료를 하는 모자보건 프로그램은 이 지역의 산모와 아기들의 사망률을 줄이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임신과 출산에 관한 지식이 없었던 산모들은 순회진료 때 나눠주는 임산부 영양제와 철분, 엽산 등을 받기 위해 아웃리치만을 기다리기도 한다. 이제 오지마을 산모들에게는 임신과 출산이 생명을 걸어야 하는 어렵고 두려운 과정이 아니다.
가나에는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거나, 사고, 혹은 당뇨병으로 인해 손과 발을 절단한 장애인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 적절한 의지(신체 일부를 대체하는 인공 신체)와 보조기의 부재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사회적 고립과 삶의 단절을 의미했다. 하지만 가나 수도 아크라에 위치한 국립 의지·보조기센터에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현장에는 기적 같은 변화가 시작된다.
한국의 한 대학병원에 라오스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른 아침의 회진부터 수술실까지 병원 곳곳을 누빈다. 이들은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에 참가 중인 라오스 의료진들이다. 이종욱 펠로우십은 故 이종욱 WHO 사무총장의 "물고기를 건네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현장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설립된 글로벌 보건의료 인재 양성 초청 연수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일회성 물자 원조나 단기 지원을 넘어, 개발도상국의 의사, 간호사, 보건 행정가, 의공 기사 등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전문 교육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연수생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스스로 자국의 보건의료 체계를 운영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의료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한국에서 배운 이 기술과 시스템을 그대로 들고 돌아가, 고국의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라며 고국으로 돌아가 자국의 보건의료를 이끌어갈 미래의 리더가 되겠다는 라오스 수강생들. 20년 전 지구촌의 가난하고 아픈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故 이종욱 박사의 숭고한 정신이, 오늘날 일산 백병원의 수술실에서 라오스 청년 의사들의 손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