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1990년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당시 많은 영화팬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미국의 명문대학들인 아이비리그에 진학이 목표인 명문사립 고등학교의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전통, 명예, 규칙, 탁월함을 모토로 하는 이곳에서 아직은 어린 학생들이 부대끼는 청춘과 인생의 난제들이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키팅 선생님의 대사는 오랫동안 회자된다. 그 이야기가 연극으로 만들어져서 다시 관객에게 삶의 무게와 청춘의 고뇌를 전한다. 지난 달 18일부터 서울 종로구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차인표가 연극 데뷔작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21살에 보았던 영화이다. 이제 그 이야기를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말문을 연 차인표는 “영화 속 키팅 선생님은 30대 초반의 나이일 것이다. 학생들에게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 말한다. 아프지만 도전해보라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런 그도 경험적 확신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는 늙은 키팅이다. 살아보니 그의 말들이 더 잘 다가온다. 학생들에게 다른 인생의 틀도 있으니, 눈을 들어 다른 선택지를 한 번 보라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키팅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한 세대 전 로빈 윌리엄스 선생님이 전하는 감동을 그대로 받을 수 있을까. “조광화 연출도, 저도 어른으로서 고민한 지점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과거의 이야기를 감성팔이하는 것이 아닐까, 어른이 되어 책임도 못 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 나쁘니 고쳐야한다는 것이 아니다. 좀 더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키팅의 말이 다 옳다는 것이 아니다.”며 “이번에 자립청소년지원단체인 야나(yana)를 통해 이 작품을 관람하도록 초대했다. 연극도 보고, 배우들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보육원에서 혼자 자란 청소년들이다. 연극을 처음 보는 아이도 있었다. 보고 나서는 감동받았다, 재밌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극 한 편이 교육을 바꾼다거나 커다란 담론을 던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배우생활 33년만의 첫 연극 도전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몇 십 년 연기를 했지만 연극은 처음이다. 그래서 함께 하는 배우, 선배, 후배, 젊은 연기자에게 연극 연기에 대해 물어봤다. 무대에 맞는 성량, 호흡 방법 등에 대한 조언을 많이 들었다. 공연은 무대에 오르기 전에 수십 번, 수백 번을 거듭해서 연습한다. 배우들이 주거니 받거니 한다. 한 사람이 잘해서 되는 게 절대 아니다. 한 팀이 되어 합을 제대로 맞춰야한다. 내가 잘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도와준다. 실제 공연하면서 대사가 순간적으로 안 떠오른 적이 있는데 작은 소리로 알려준 적이 있다.”
이어 “또 연극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저는 연예인으로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저의 아내도 그렇고. 그 덕분에 저의 아이들도 잘 성장했다. 뒤늦게 연극에 참여하게 되어 대학로에 와서 보니, 연극무대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더라. 출연 제안을 받았고 두 달 동안 이들과 함께 연습했다. 젊은 사람들이 일찍 와서 열정을 불태우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저를 연극배우로 데뷔시켜준 것은 같이 출연하고, 연습하고, 함께 무대 위에 오르는 젊은 친구들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개인적으로 연극을 또 할 것이냐는 것보다는 혜택을 받은 사람으로서 젊은 사람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쓴 다섯 편의 장편소설이 연극의 원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면 잊지 못한 금언 ‘카르페 디엠’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지금의 20대들은 나의 그 시절과는 다르다. 더 어렵다.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어른으로서 책임감도 갖고 있다. 그것과는 별개로 인간으로서 말할 수 있다. ‘카르페 디엠’은 충고가 아니다.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지만 현재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 집어주는 것이다. 오늘 당신이 할 수 있는 것,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을 쌓아가듯, 습관을 쌓아 가면 길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는 차인표와 함께 연정훈, 오만석 배우가 키팅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되었다. “개막하고 첫 주에 연정훈과 오만석 배우 무대를 모니터했다. 오만석 배우는 베테랑답게 부드럽게, 디테일을 살려가면서 연기를 잘 한다. 감정을 살릴 때와 숨길 때를 잘 표현한다. 열심히 배우고 있다. 연정훈 배우는 본인이 가진 다정다감함과 부드러움이 고스란히 나오더라. 평소 젠틀하고 말이 없는데 무대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세 사람의 연기가 너무 다르다는 것은 확실하다.“
작품에서 아버지의 그늘 속에서 진짜 자신을 찾아가기 몸부림치는 학생 닐 페리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어린 시절 연기를 하겠다고 나선 젊은 시절의 차인표가 혹시 겹치는지. ”학생들은 키팅 선생님의 말을 각기 다르게 받아들인다. 학교를 그만 둔 아이도 있고, 시를 쓰는 아이도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한 아이도 있다. 키팅은 각자 씨를 갖고 태어나지만 누군가는 그 시가 싹도 틔우지 못하고 죽어 버리고, 누군가는 싹을 틔우고 아름다운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저의 경우와는 다르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고민을 안고 산다는 것을 잘 안다. 나의 경우도 고3때 제 짝이 학력고사를 앞두고, 중압감을 버티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할 선택을 했다. 그때 모두가 아파했던 것이 오버랩 되었다. 그때가 18살이었으니 이미 40년이 지났다. 이렇게 살고 보니, 학력고사 망쳐도, 좋은 대학 못 가더라도 행복하게 살아지더라. 지금 그 친구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할 일이 아니라고,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연극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연극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모양이다. 순수예술이니 시청률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영화처럼 관객 수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연기만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홍보는 저 혼자 하는 것 같다. 안하던 예능도 다해야하고 말이다.(하하)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는 잘 안되더라고 제 눈에는 안 보이는데, 연극은 잘 안되면 제 눈앞에서 바로 보이니까 그 스트레스 보통이 아니다.“
차인표 배우는 <죽은 시인의 사회> 연극 제작발표회 때 자신의 대표작이 더 이상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가 아니고 연극작품이 대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방정을 뜬 셈이다. 하지만 올해 84세인 어머니께서 생애 처음으로 연극을 보셨다. 저의 첫 공연을 보시고는 ‘네가 대표작을 이것으로 바꾼 것을 축하한다’고 문자를 보내주셨다. 그걸로 족하다. 어머니의 평가로 꿈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연기자이며, 사회운동가이며, 소설가이기도 한 차인표. 그의 무대에 대한 욕심은 어디까지일까. ”내가 쓴 소설 중 <인어사냥>을 연극으로 만들고 싶다고 해서 허락을 했다. 지금 대본 작업 중이다. 제가 출연하는 것은 아니다. 그 작품에서는 제게 맞는 것이 없다.“ (연출생각은?) “전혀 생각이 없다. 잘하시는 분이 해야죠.”란다.
차인표
차인표-오만석-연정훈(키팅), 남경읍-박지일(놀란/페리), 김락현-이재환-찬희(닐 페리), 김태균-문성현(토드 앤더슨), 임지섭-김주민(녹스), 강준규-이탁수(찰리), 김재민-시우(리처드), 하성훈-전유호(스티븐), 박소은-강희수(크리스), 최규식(피츠), 김평안(홉킨스)이 출연하는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는 9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공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