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만세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세 남녀의 숨바꼭질을 그린 차이밍량(채명량) 감독의 대만영화 <애정만세>(원제:愛情萬歲/Vive L'Amour,1994)가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31년만에 다시 개봉된다.
허우샤오시엔(후효현), 에드워드 양(양덕창)과 함께 대만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차이밍량 감독의 걸작 <애정만세>는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타이베이의 텅 빈 아파트를 드나드는 세 남녀의 엇갈림을 그린 작품으로, 차이밍량 감독을 단숨에 세계 영화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걸작이다. 1994년 제51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금마장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음향효과상 3관왕에 올랐다. 당시 후보에는 <독립시대>의 에드워드 양, <중경삼림>의 왕가위, <레드 로즈, 화이트 로즈>의 관금붕이었다는 사실은 이 수상의 영광을 짐작하게 한다.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대만에서 활동해온 차이밍량은 대사를 덜어낸 침묵과 길게 이어지는 롱테이크로 대도시를 살아가는 개인의 고독을 응시해온 세계적 거장이다. 이번 재개봉은 감독이 직접 감수한 ‘30주년 기념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상영된다.
애정만세
공개된 스틸은 한 사람이 빈 공간을 채운 이미지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세기말 대도시의 공허와 고독이 진하게 묻어난다. 4K 리마스터링을 통해 완성된 선명한 이미지는 차이밍량 감독 특유의 절제된 미장센과 빛, 공간의 질감을 더욱 또렷하게 담아내며 영화적 아름다움을 새롭게 체감하게 한다. 텅 빈 아파트 복도, 문에 꽂힌 열쇠를 발견한 한 사람, 그리고 이 이미지와 묘하게 공명하는 납골당 사진. 그 밖에도 혼자 부동산 광고를 나무에 매달기 위해 분투하는 여자, 빈 방에서 수박에 키스를 하는가 하면 드레스를 입고 거울을 보는 남자의 기이한 행동. 이어 마지막 스틸, 그가 잠든 한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는 표정에서는 뭔가 애절한 갈망이 감지된다. 서로 스쳐 지나갈 뿐 끝내 닿지 못하는 인물들의 외로움은 이 한 장 한 장의 이미지 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영화가 품고 있는 쓸쓸한 정서를 예고한다.
애정만세
<애정만세>는 차이밍량 감독의 영원한 페르소나 이강생의 존재감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차이밍량 감독은 "배우가 연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렵고도 가장 소중한 일"이고 그 점에서 이강생을 "그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배우"라고 말하며 깊은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두 사람은 <애정만세> 이후 30여 년간 거의 모든 작품을 함께하며 세계 영화사에 남을 감독과 배우의 동행을 이어오고 있다. <애정만세>에서 그는 대사보다 침묵과 몸짓으로 인물을 완성한다.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억누르고, 설명하기보다 머무르는 그의 얼굴은 현대 도시를 떠도는 한 인간의 고독을 압도적인 설득력으로 전한다
공간과 인물을 통해 세기말적 고독을 진하게 전하는 <애정만세>는 8월 12일 개봉 예정이다. 정식개봉에 앞서 이번 주말 일부 극장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