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16회로 막을 내린 OCN 토일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악귀사냥꾼 '카운터'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해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치는 권선징악 히어로물이다. 최종회는 11.0%(닐슨코리아, 전국)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OCN 개국 이래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웹툰 캐릭터 ‘소문’을 드라마에서 멋있게 구현해낸 주인공 조병규에게 드라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조병규는 작년 <스카이 캐슬>에서 차기준을 연기했었다. 꽤 많은 작품에 쉼 없이 출연한 열정의 연기자이다.
● 사이다 캐릭터 소문
“<경이로운 소문>을 무사히 마쳐서 기쁘고, 행복한 기억 갖고 갈 수 있게 해준 감독님, 스태프, 선후배, 동료 배우분들께 감사드린다. 시청자분들의 사랑과 성원 덕분에 지치지 않고 열심히 한 신 한 신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시즌2’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는데 시즌1에 대한 영광스럽고 좋은 기억이 있어서 시즌2로 간다면 행복한 고민으로 이어질 것 같다. 악귀를 타파하는 지점에서는 더 사이다스러운 장면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조병규는 감사의 인사말부터 술술 풀어가기 시작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조병규는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마치 준비한 것처럼 대답을 이어나갔다. 드라마 인기의 비결을 동료배우,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의 덕분이라고 말한다. “소문이의 성장 과정을 응원했던 전국에 계신 많은 소문이 부모님들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다"고.
- 초반부에 학교 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시청자의 카타르시스를 대신하며 공감을 이끈 것 같다.
“드라마 초반 학교폭력장면에서 소원이 성격에 사실적이지 못한 것 같아 회의적이라고 느꼈었다. 누군가를 위해 소리치고 나서는 게, 대신 응징해 주는 모습이 인간 조병규에게도 많은 카타르시스를 주었던 것 같다.”
- 드라마가 방송되는 도중에 작가교체 논란이 있었다. 작품의 전체적 줄거리와 진행상황은 어느 정도 알고 촬영에 임한 것인가. 원작 웹툰과의 차이는.
“웹툰을 기반으로 했기에 이야기의 전체적인 서사는 정해져 있었다. 후반부에 들어 갈수록 대본을 타이트하게 받다 보니 최선의 장면을 도출하기 위해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최상의 것을 뽑아내는 것이 목표였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원작과의 차이는 제작발표회 때에도 말한 것처럼 웹툰 내용을 뼈대로 가져가면서 드라마의 살을 붙여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만족한다.”
- 조병규가 연기한 소문에 대한 호평이 많다. 원작 캐릭터를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는지. 만족도는?
“원작 속 소문은 굉장히 회의적인 인물인 것 같았다. 사회적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군림하는 강자에게 항변하는게 말이 되나 싶었다. 그래서 영상화시킬 때, 소문의 능력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너무 만화적으로만 표현하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현실감이 없을 것이다. 그 차이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다. 싱크로율은 100퍼센트였다면 좋겠다. 소문이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잘 표현했는지 모르겠다. 시청자 여러분이 응원해 주셔서 확신을 갖고 연기를 한 것 간다.”
● 배우는 연기자, 조병규
- 카운터즈 멤버로 함께 출연한 유준상, 염혜란, 김세정 배우와 공연한 소감은.
“유준상 선배는 연기학도로 존경한다. 선배가 출연한 공연과 드라마를 보고 자랐다. 이번 작품을 함께 하며 연기를 할 때 허투루 준비하지 않는 자세를 배우게 되었다. 현장에서 크고 작은 일을 컨트롤 해주셨다. 염혜란 선배님과는 대여섯 작품을 같이 했는데 같이 호흡한 것은 없었다. 연기의 교범이라 생각한다. 회의를 통해 좋은 연기의 장을 펼칠 수 있었다. 김세정은 동갑내기 친구이다. 경이로운 연기자이다. 다재다능 능력이 부러울 정도이다. 촬영현장에서는 좋은 에너지를 전한다. 그 친구 덕분에 잘 마무리된 것 같다.”
- 젊은 배우로서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그만큼 많은 오디션에 참가했다. 연기에 대한 소망을 품은 것은 언제부터인지.
“뉴질랜드에서 처음 연기수업을 접했다. 연기를 한지 10년이다. 단 한 번도 배우의 꿈을 포기한 적이 없다. 끝까지 가고 싶다.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고, 나의 길에 대해 회의를 느낀 때도 있지만, 그 순간마다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끼는지 되돌아보았다. 그 때마다 한 단계 성장한 것 같다.”
- 액션 장면이 많았다. 액션연기에 대한 소감과 자신이 뽑은 최고의 액션 장면은.
“‘독고 리와인드’를 찍으면서 액션씬을 많이 했었다. 이번 드라마에서 ‘독고 리와인드’에서 만난 액션팀과 준비를 했다. 액션 장면에서는 모두 예민해진다. 스태프와 액션팀이 준비를 잘해줘서 부담감을 덜었다. 개인적으로 백향희(옥자연 분)와 도하나(김세정)의 엘리베이터신이 인상적이다. 악귀와 카운터가 좁은 공간에서 최고의 액션씬을 연출한 것 같다. 무술감독님께 경의를 표한다.”
- 제목이 [경이로운 소문]이다. 연기를 마치고보니. 소문에게 가장 경이로운 점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소문이에게서 가장 경이로운 점은 아픈 과거를 가진 소년이 혼자서 트라우마를 이겨낸다는 것이다. 너무 힘들어서 무너지고 주저앉을 뻔 하지만 주위의 친구, 할아버지 할머니, 카운터스와 함께 극복한다. 낙천적인 성격도 한 몫 한 것 같다. 오뚜기처럼 딛고 일어서는 것이 경이롭다. 초월적인 힘보다는 딛고 일어서는 게 경이로웠다고 생각한다”
-도하나(김세정)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석했나. 멜로 라인인 듯 아닌 듯 했다.
“카운터스와 악귀의 대결은 생사가 걸린 문제다. 러브라인이 알맞은 선택일까 생각했다. 멜로 라인이 들어가는 게 조심스럽기도 했다. 그렇다고 작품이 너무 무거우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실소를 자아내는 그 정도의 로맨스가 들어가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대답이 너무 잘하신다. 평소 인문학적 공부를 하시는지?
“아이고. 그렇지 않다. 대본을 많이 보고 어려운 단어가 있으면 모르는 단어 찾아보고 그런다. 독서에도 나름 흥미가 있다. 그래서 대본 많이 보고 책 열심히 보는 것 같다.”
- 배우들과 케미가 잘 맞다보니, 애드립도 많았을 것 같다.
“실제로 배우들 케미스트리가 좋았다. 그래서인지 애드리브도 상황에 맞게 툭툭 튀어나왔다. 유준상 선배가 좋은 액션을 던져주었고 그에 상응하는 좋은 리액션이 나온 것 같다. 신명휘 재판이 끝난 뒤 ‘사콜’ ‘소맥’ ‘저 미성년자에요’ 라고 말하는 장면이 그렇게 준비 없이 나온 대사이다. 그게 방송에 나왔고 말이다. 유준상 선배와 연기호흡이 잘 맞았고 그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 소문이를 연기할 때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은?
“평범한 고등학생이 어느 날 갑자기 힘이 생겼고, 시행착오도 겪고,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난다. 성장을 그린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정확하고 세밀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초반에 감정 제어를 못하고 폭력적인 면도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소문이란 인물을 사랑하게 만든다. 초반에 미성숙한 면, 과한 감정표출에 중점을 두었다. 소문이 그렇게 성장해 가는 것을 보고 응원하시는 부모님이 많아진 것 같다.”
● 배우는 나의 길
- 조병규에게 ‘경이로운 소문’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무너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후회하고 슬럼프에 빠질 때 뒤를 돌아보며 ‘경이로운 소문’을 떠올려 본다면 ‘다시 일어나라’고 내게 소리를 쳐주는 동력이 될 것 같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정도를 알려준 지침 같은 작품이 될 것이다.”
- 꾸준히 작품을 한다.
“작품을 한다는 건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소비가 많다. 80여 개의 작품에 출연했다. 쉼 없이 일했다. 별다른 취미도 없다. 내게 에너지를 충전하는 순간이 있다면 생각지도 못한 연기가 발현된다든가 함께 좋은 신을 만들어낼 때이다. 체력적으로 완전히 다운되었다가도 그 순간 확 충전된다. 그때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다음 작품을 하는 힘을 얻게 된다. 빠른 시일에 다음 작품 찾으려고 노력한다.”
- 곧 개봉할 영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를 소개하자면.
“<독고 리와인드>를 만든 최은종 감독과 친분이 쌓였다.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 사이이다. <스카이캐슬> 끝내고 <스토브리그> 들어가기 전에 이야기를 나누다고 새로운 하나 만들어보자고 그랬다. 3천만 원 투자 받아서. 친분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사흘 만에 영화를 완성했다. 부천(BIFAN)에서 상영되며 왓챠에서 상도 받았다. 상금이 3천만 원이었다. 손익분기점은 개봉도 하기 전에 넘은 셈이다. 영진위에서도 지원 받았고, 배급사도 생겼다. 기적이다. 감사하다. 새로운 작품에 갈증하고 있을 때 우리끼리 찍은 작품인데, 개봉까지 되다니 영광이다. 정말 기적이다. ”
● 희망과 웃음을 전해주고 싶다
- 실제로 카운터로서의 능력을 지니게 된다면 어떤 능력을 갖고 싶은지.
“치유능력을 갖고 싶다. 요즘처럼 답답할 때,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 어딘가에 침잠한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다면, 미약하나마 경이로운 소문이이 그런 분에게 조금의 희망과 웃음을 전해 주고 싶다.”
- 작품 고를 때 기준이 있다면.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메시지를 담은 대본인지. 그리고 같이 연기하는 선배가 누구인지.”
- <경이로운 소문>은 일종의 히어로물인데 한국의 카운터스와 마블 히어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최장물(안석환) 선배 말고는 돈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그 사람들 슈트는 튼튼하고 내구성이 단단하지만 카운터스는 내구성이 크지 않았다. 시즌2에서는 수정되어야하지 않을까 한다.
말을 잘하기에 랩을 해도 잘할 것 같다고 하자,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음반을 어떻게 내는지 모르지만 세정이에게 배워 한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사람들이 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외골수 기질이 심한 사람이다. 자기 생각을 밀어붙이는 경향도 있다. 배우로서 한 인물에 고착되거나, 하나의 문장에 머무르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다.”
“재미있는 인터뷰였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이날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조병규가 출연한 영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는 2월 3일 개봉된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조병규 HB엔터테인먼트 제공 - '경이로운 소문' 스틸/ OCN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