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
로베르토 볼라뇨 이후,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혔다고 평가받는 작가 알레한드로 삼브라의 대표작 『분재(Bonsái)』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브리엘라 미스트랄과 파블로 네루다라는 탁월한 시인을 배출한 나라, 칠레에서 태어난 알레한드로 삼브라는 산문이 아닌 시(詩)를 통해 처음 문학 생활을 시작한다. 시인으로서의 경력은 그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겼고, 그것은 훗날의 모든 창작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삼브라의 첫 산문 작품인 『분재』는 형식과 서사를 자유자재로 잇고 자르고 묶는, 이른바 ‘분재’를 키우듯이 집필된 도전적인 소설이다. 저자는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시와 산문의 경계를 거침없이 넘나들며, 그야말로 통념의 벽을 허무는 혁신적인 글쓰기를 선보인 것이다. 『분재』를 쓴 삼브라는 “칠레 문학에 있어서 한 시대의 끝을 알리는 전령”(《엘 메르쿠리오》)이자 “(최근에 일어난) 가장 위대한 문학적 사건”(《라스 울티마스 노티시아스》)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진정한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는 훌리오와 에밀리아는 대학교의 ‘스페인어 통사론’ 시험을 준비하는 스터디 모임에서 함께 공부를하다가, 평소 좋아하는 문학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차츰 서로에게 빠져들게 된다. 사실상 제대로 읽은 적이 없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했다고 하는 두 사람 사이의 거짓말에서 시작된 이 사랑은, 같은 책을 읽고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가지만, 그들이 아껴 읽던 마세도니오 페르난데스의「탄탈리아(Tantalia)」라는 짧은 소설이 암시하듯이 결국 종말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문학에 대해 매일 떠들어 대면서도 그 언저리만을 떠돌던 훌리오는 『분재』라는 소설을 상상 속에서 키워 냈듯이, 진짜로 분재 한 그루를 기르기로 마음먹는다. 그리하여 분재는 영영 사라진 사랑이 되고, 되찾은 기억이 되고, 한 편의 소설이 되고, 나무 그 자체가 되어 우리 앞에 놓인다.
알레한드로 삼브라의 대표작 '분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한 엄지영의 유려한 번역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