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의 김훈 작가가 <한국인의 밥상> 10주년 특집 4편에 동행한다.
김훈 작가는 최근 18세기의 한 사내가 쓴 책을 관심 있게 읽고 있다 밝혔는데. 그것은 조선 후기 실학자 풍석 서유구가 쓴 113권의 방대한 실용백과사전 <임원경제지> 중 일곱 권의 <정조지>다. 솥 정(鼎)에 도마 조(俎). 즉 솥과 도마라는 일상적인 조리도구를 이름으로 내세운 것에서 알 수 있듯 <정조지>는 음식백과 사전이다. 사대부 출신인 서유구는 직접 농사를 짓고, 강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생활인이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 시기에 조선의 현실에 절망했던 그는 ‘오곡도 구분 못하는 자들이 양반이다.’ ‘지금 선비들이 공부하는 것은 흙으로 만든 국이요 종이로 빚은 떡이다.’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 서유구가 “후대의 사람들이 따라 만들어먹을 수 있도록 이 책을 쓴다.”며 백성들의 눈높이에서 저술한 것이 바로 <정조지>다.
한자로 저술됐다는 태생적 한계에 가로막혀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이 책은 17여 년 동안의 길고도 집요한 번역 과정을 거쳐 최근 완역됐다. 또한 책이 한 권 한 권 차례로 번역될 때마다 그 속의 음식들을 복원해온 요리 복원가들도 만날 수 있었다.
한식 셰프인 신창호 씨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연속 미쉐린 1스타를 받았다. 그런 그가 요리 복원가들의 작업실을 찾았다. 얼마 전 <정조지> 완역 소식을 접하고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는데. 읽을수록 빠져들게 됐단다. 그동안 쌓아올린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좌우명 삼아 항상 공부하는 신창호 셰프를 위해 곽미경 · 곽유경 소장은 정조지 속 놀라운 요리 하나를 또 하나 소개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