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가 자매로 나온 영화 <세 자매>가 드디어 오늘 극장에서 개봉한다. 코로나 속에 개봉되는 영화의 운명이란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세 자매> 속 세 주인공은 ‘코로나’만큼 험난한 생을 꿋꿋이 헤쳐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가족의 굴레, 부부의 신뢰, 세상의 편견 등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특히, 어린 시절의 기억은 악몽에 가깝다. 이 무겁고, 힘든 영화를 설계하고 완성시킨 이승원 감독을 통해 ‘세 자매’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남동에 위치한 영화사 ‘리틀빅픽쳐스’ 사무실에서 마주 앉은 그는 첫 모습부터 인상적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그의 전작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와 <세 자매>의 차이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전 두 작품은 조금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우리랑은 접점이 전혀 없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생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나의 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접근이었다. 이번 <세 자매>는 우리들이 하나쯤은 갖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똑같은 상황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세 자매의 모습을 보면서 각자 겪었을 하나의 모습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접근했다.”
● 세자매, 여성영화
- 이전 작품은 쉽게 추천하기 힘든 ‘센’ 독립영화이다. <세 자매>는 같은 감독이 만든 작품일까 싶을 정도로 여성의 서사가 돋보인다. 뭐가 달라진 것일까.
“확실히 이전 작품은 독립영화의 방식이었다. 영화를 찍어서 이승원이란 이름을 알리고 싶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이었다. 이번엔 상업적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소재 자체도 여성들의 삶을 그린다. 상업적으로 만들어지기 쉽지 않은 주제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우리나라에도 연기적으로 관객에게 찐하게 여운이 남을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 작품 구상은 오래되었나. 시나리오 작업 과정을 이야기하자면.
“작품에 대한 대략적인 구상은 내 머리 속에서 몇 개월 숙성된 것 같다. ‘문소리, 김선영 배우가 있다’. 이런 배우를 데리고 어떤 영화를 할 수 있을까. 어느 순간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매이고, 이야기를 구체화 시키다가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쓰는 것은 한두 달 정도. 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계속 늘어지는 게 싫어 개인적으로 빨리 마무리 짓고 싶었다. 초고는 4년 전에, 2016년에 쓴 것 같다. 계속 조금씩 변화 과정을 거쳤다. 촬영은 2020년 1월 시작했다. 코로나 시작과 함께 말이다.”

● 영화와 연극, 이승원과 김선영, 그리고 극단 나베
- 이승원 감독의 개인사가 궁금하다. 연극을 하다가 영화도 하고, 그 영화가 특이했고 말이다.
“30대부터 이 근처 보광동, 이태원에서 살았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있다. 외국인도 있고, 이른바 소수에 속하는 사람들이 산다. 그런 동네에 살다보니 소외되고, 뭔가 마이너한 사람들에게 시선이 가더라. 이들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해졌고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았다. 그때부터 사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늘 당해 왔고, 어쩔 수 없이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남들보다 학교를 늦게 갔다. 스물일곱에. 영화연출을 배우고 싶었다. 1년 휴학하고, 워크샵 때 단편 <모순>을 찍고 전주영화제(2014년)를 갔었다. 그리고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등록금 낼 여력도 없었을 뿐더러 뭔가를 배운다고 학교에 간다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다. 예전에 공연 쪽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20대에 군대 갔다 온 뒤, 일을 하고 먹고 살아야 하니깐.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 어린이극 만들어 연출까지 했다. 아르바이트로 말이다. 대학로에서 공연하고. 그러고 보니 영화 쪽도 제대로 한 것이 아니고, 연극도 제대로 한 것이 아니다.”
이승원 감독과 김선영 배우는 부부이다. 함께 ‘극단 나베’를 운영하고 있다. 극단 이름에 대해 궁금해졌다.
“극단 나베이다. 우리가 극단을 제대로 차린 것은 5년 정도 된 것 같다. ‘나누고 베푸는 극단’이라는 단순한 마인드로 지은 이름이다. (요즘 와선) 뜻이 애매하게 들리긴 한다. 하지만 바꾸고 싶지 않다.”
- 극단 나베가 준비 중인 작품이 있는가. 김선영 배우는 이승원 감독이 글을 써야한다고 했는데.
“극단이 있으니. 연출을 할 글을 쓰는 것은 힘들지 않다. 공연을 올릴 동안 계속 고쳐 쓰는 것이니. 정기 공연을 생각하고 있지만 코로나 문제로 힘들다. 나베 극단을 차리고 개인 돈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정말 힘들다. 지원금 사업을 받아야 극단운영이 조금이라도 수월할 텐데... 공연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습니다.”
- 돈 안 되는 연극에, 흥행이 뻔한 독립영화까지. 김선영의 어깨가 더 무겁겠다.
“극단 운영하고, 공연 올리고 하면 돈이 나간다. 사람을 데리고 하는 일이니. 김선영 배우가 일이 바빠지면 애도 봐야한다. 작품을 하려면 글을 써야하고. 자연스레 집안일을 많이 하게 된다. 이것도 역할분담인 셈이다. 저에게 일이 생기고 공연의뢰가 들어오면, 영화 시나리오 쓰게 되면, 또 그런 식으로 살아간다. 여건상 그렇게 되더라.”

연극 <인방갤> 극단 나베 인스타그램에서
● 세 자매, 세 배우
- <세자매> 캐스팅에 대해 말해보자. 주연배우들도, 조연들도 최상급 조합이다.
“캐스팅 문제는 복합적이다. 시나리오를 쓸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배우가 하고 싶은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다. 문소리 배우에게 초고를 보여주었을 때 흔쾌히 하자고 했을 때 기뻤다. 문소리 배우는 조금 까다로운 분이신데 잘 봐주신 것 같다. 김선영-문소리 하기로 했고 막내 캐스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새롭고 신선한 조합이 좋을 것 같았다. 장윤주면 최고의 조합일 것 같았다. 맞아 떨어졌던 것 같다.”
- 다시 전작. <소통과 거짓말>과 <해피뻐스데이>의 극장 개봉 결과는 참담하다.
“그렇다. 독립영화 치고도 관객 수가 많이 든 편이 아니다. 두 편 합쳐 천 명대이니. 괜찮은 영화이지만 너무 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예술전용관에도 못 올리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의외로 이 작품을 굉장히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 영화를 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영화를 찍을 때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저예산이니. 촬영 현장은 즐겁게 하자는 주의다. 센 영화를 찍을 땐 엄청 힘들다. 감독들이 강하게 밀어 붙이면 배우들이 더 힘들 것 같다. 난 그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 전작 두 편에선 감독이 직접 출연도 했다. 무지막지한 깡패로. 이번 <세 자매>에도 등장했는지.
“상황이 열악하니까. 그런 영화를 찍을 때 빨리빨리 할 수 있는 배우를 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내가 나서서 그런 역할을 한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여건상 내가 해야 할 것이 없었다. 연기는 배우들이 해야 한다. 감독이 재밌다고 한두 번 하는 건 배우들에게 실례가 된다고 생각한다. 작은 역할이라도 하려는 배우가 많다.”
- 문소리-조한철 부부 사이를 파고드는 여자로 임혜영 배우가 나와 깜짝 놀랐다.
“임혜영을 캐스팅한 것은 노래 부르는 장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였다. 이 배역을 두고 오디션을 많이 봤었다. 공개오디션을 했는데 임혜영 배우도 온 것이다. 뮤지컬 쪽에서 알아주는 톱 배우인데. 우리 영화에서 롤이 엄청 큰 것도 아니다. 작품이 많이 딜레이 되었음에도 기다려줬다.”
- 김선영 배우 말로는 연극을 할 때 연기디렉팅은 자신이 한다고 했는데.
“배우로서 역량이 뛰어나니. 극단에서 배우를 한다는 것은 작품을 하나 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배우면서 성장하는 것에 목표를 둔다. 그런 식으로 코치를 봐주고 디테일을 신경 쓰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난 연출자로서 캐릭터를 구성하고 살펴본다. 선영씨는 기본적인 연기부터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렇게 하는 게 보편적이라고 하더라. 유명한 배우도 자기 연기 봐주는 코칭스태프가 있다고 말이다. 우리끼린 할리우드시스템이라고 그런다.”
● 소통과 거짓말
- 김선영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챙겨 보시는지?
“이전에는 챙겨봤는데 요즘은 너무 많이 하니깐. 드라마 전체는 다 못 보더라도, 연기하는 부분은 보고 이야기한다.”
- <소통과 거짓말>의 제작비가 400만원이라고 해서 놀랐다. 이번 작품은 규모가 커진 셈이다. 그래도 찍으면서 아쉬웠던 장면이 있었을 것 같다.
“이 영화 찍으면서 살짝 아쉬웠던 것은 생일잔치 장면이다. 하루 동안 다 찍어야했다. 여건상 음식 준비할 만한 곳도 없었고, 코로나 때문에 (음식준비) 출장도 어려웠다. 그 장면은 이틀이나 사흘 정도는 찍어줘야 하는 씬 이었는데 말이다. 아쉽지만 최대한 찍었다. 주어진 여건 안에서 하는 것이 중요하니 말이다.”
“찍고서 편집에서 잘려나간 것은... 난 편집을 과감하게 하는 편이다. 찍어놓고 무지막지하게 편집하는 편이다. 마지막 슈퍼에 아이들 장면. 그 장면을 좀 더 길게 했으면 어떨까 싶다. 많이 찍었는데 편집에서 많이 들어냈다.”
- 코로나만 아니라면 해외 영화제에서 많이 소개되었을 것 같다.
“전작들로 영화제 다녀보고 그랬다. 결국 영화제 성격과 그해의 심사위원의 생각이 종합되어지는 것 같더라. 수상 안 되었다고 실망할 것도 없고, 수상했다고 자신의 작품이 특출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제는 그야말로 페스티벌, 축제이고 자신의 영화가 선택되어지는 것은 영화를 만든 것에 대한 포상이라고 생각한다.”
- 개봉을 앞두고 예비 관객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감독으로서 영화를 오랫동안 기다렸고, 힘들게 찍은 영화라서 개봉을 더 늦추고 싶지 않다. 한시라도 빨리 개봉되어 최대한 관객들을 만나보고 싶다. <세자매>를 보면서 가족들의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세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본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잘 살아가야한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희망을 가져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 혹시 이 영화 보고서 전작 <소통과 거짓말>과 <해피뻐스데이>를 굳이 찾아볼 영화팬에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한다면.
“제 전작을 찾아보신다며 더 낯설고,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많이 세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세자매>와 같은 공감할 수 있는 지점들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니 그런 점에 집중해서 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승원 감독과의 인터뷰에서는 전작에서의 아우라(?)보다는 <세 자매>의 섬세함이 넘치는 시간이었다. <세자매>는 오늘(27일) 개봉되고, 그의 전작들은 왓챠에서 만나볼 수 있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이승원 감독 영화 ‘세자매’ 스틸/ 리틀빅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