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성 - 이서진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홉의 걸작 희곡 <바냐 삼촌>이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다. ‘바냐’는 죽은 여동생의 남편인 교수의 성공을 위해 어머니, 조카 소냐와 함께 헌신적으로 영지를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그 늙은 교수가 젊고 아름다운 새 아내 엘레나와 함께 영지로 돌아오면서 평범했던 삶은 흔들리고, 희망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지난 7일 시작된 공연을 몇 차례 무사히 치른, 바냐 삼촌의 이서진과 소냐의 고아성을 만나 처음 경험하는 연극의 참맛과 인생의 참 멋에 대해 들어보았다.
“항상 긴장된다. 언제 이런 긴장이 풀릴지 모르겠다. 관객들이 호응을 잘 해주어 힘이 되는 것 같다.”(이서진)
“영화나 드라마는 열심히 만들고 나서 후반작업이라는 조마조마한 기간이 있지만 공연은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이다.”(고아성)
Q. <바냐 삼촌>이 전하는 이야기는 어떤 것인가.
▷이서진: “대본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 같다는 것이다. 고전이지만 요즘 시대의 사람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것은 똑같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의 아닐까. 저의 삶이란 것도 바냐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마 보시는 분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고아성: “외국인의 문화를 표현한다는 게, 그 삶에 이입하는 게 어떤지 경험했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이든 인간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연습하면서, 공연하면서 중년의 위기나 노년의 허탈감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바냐 삼촌'
Q. 관객들이 많이 웃은 지점이 있다. 무대 위에서 느끼는 감정은?
▷이서진: “웃음을 참는 모습도 다 설정이다. 관객들이 그 지점에서 그렇게 많이 웃을 줄은 몰랐다. 깜짝 놀랐다. 제가 개그맨이 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감사할 따름이다.”
▷고아성: “단체 연습을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반야 삼촌’은 희극일까 비극일까. 저는 비극이라고 생각했지만 관객들이 보면서 어쩌면 희극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Q.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연극은 실시간 공연예술이다. 대사나 동선에서 실수를 하지는 않았는지.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시선이 느껴지는지.
▷고아성: “딸꾹질하는 관객이 신경이 많이 쓰였다. 주말과 평일 분위기가 다르다. 가족과 함께 관람 오는 경우가 많다. 공연은 관객과 함께 한다는 느낌이 든다. 연출이 워낙 베테랑이시다. 관객의 웃음소리에 호응하거나 기대는 부분이 생길 수 있지만 관객과 게임하지 말고 무대에 집중하라고 하셨다.”
▷이서진: ”무대에 올라가면 관객들이 사라지는 것 같다. 저만의 스타일로 연기를 하는 편이다. 연습하는 동안에도 연출이 특별히 요구한 것은 없었다. 연극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대사만 실수하지 않으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루 공연이 쉬는 날이었는데 다시 무대에 오를 때 대사가 생각나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 입이 알아서 떠들고 있더라. 긴장이 막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같다.“
이서진
Q. 연극은 처음인데 이번 무대연기가 본인 연기에 어떤 도움을 줄 것 같은지?
▷이서진: ”다음 작품을 해봐야 알 것 같다. 무대에 오르면서 매일 고민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열정을 가져본 게 언제였던가. 지금은 <바냐 삼촌>에만 집중하고 있다. 다음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저도 궁금하다.“
▷고아성: ”연기하는 것이 마치 릴레이 게임 같다. 감독님은 유달리 대사를 빨리 치는 것을 좋아한다면 나는 천천히 하는 게 미덕인데 생각하면서도 다음 작품에서 빨리 하고 있더라. 다른 작품, 드라마를 찍고 있는데 월요일에 카메라 앞에서 목소리를 크게, 제스처를 크게 하고 있더라. 벌써 이게 몸에 배었나 생각이 들었다.“
Q. 무대를 준비하며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이서진: ”운동은 예전처럼 많이 하지는 않지만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있다. 식사도 일찍 먹고. 힘들다. 연출(손상규)이 배우이다 보니 연기로 다 보여준다. 알아듣기 편하다. 대본연습 때부터 제 방식으로 연기하겠다고 했고, 그걸 연출이 너무 좋아해 주었다.연출이라면 전체를 보는 사람이라서 백프로 연출을 받아들인다.“
▷고아성: ”다른 작품을 할 때는 경험하지 못한 것은 연습할 때 역할을 서로 바꿔서 해보기도 했다. 엘레나를 연기하면서 소냐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타고난 사람인 줄 몰랐다“
Q. 손상규 연출의 <바냐 삼촌>은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나.
▷고아성: ”사랑에 대한 비중이 크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동경이 있다. 희망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한 줄기 빛처럼. 아스트로프가 사랑을 받아줬더라도 소냐는 새로운 환경보다는 영지에서 묵묵히 살아가지 않았을까?“
고아성
Q. 작품을 본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이서진: ”똑같은 반응이었다. 저를 보는 것 같다고. 무대이다 보니 느낌이 특별했던 것 같다. <반야 삼촌>을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잘 어울린다고, 제 역할에 딱 맞는다고 한다.“
Q. 자기만의 스타일로 연기를 한다는 것은?
▷이서진: ”메소드 연기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연기공부를 하면서 그게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내 캐릭터를 가져오는 방식이 좋아한다. 내 연기가 그때나 지금이나 똑 같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저의 연기 스타일인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각오를 밝힌다면.
▷고아성: “소냐의 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작은 따스한 위로는 아니다. 손상규 각색연출은 약간의 자존감이 가미되었다. 요즘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이 작품을 통해 희망의 빛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을 것이다.”
▷이서진: “이렇게 사는 것이 힘들 것이다. 바냐도 힘들고, 다들 힘들겠지만 소냐의 위로를 받고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메시지인 것 같다. 끝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서 잘 마치는 것이 목표이다.”
'바냐 삼촌'
이서진과 고아성을 비롯하여 양종욱(아스트로프), 이화정(엘레나), 김수현(세레브랴코프), 조영규(쩰레킨), 민윤재(마리야), 변윤정(마리나)이 열연을 펼치는 <바냐 삼촌>은 5월 31일까지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 LG아트센터서울 LG시그니처홀에서 공연된다.
[사진=LG아트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