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가리지 않고 다재다능한 연출력을 보여주는 장진 감독이 다시 연극으로 돌아왔다.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얼음>은 한파를 뚫고,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띄어앉기 핸디캡 속에서도 변함없는 작품성과 대중성으로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연극 <얼음>은 독특한 구성의 2인극으로 잔인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열여덟 살 소년과 그 소년을 범인으로 만들어야 하는 두 형사의 이야기다. 이번 공연은 2016년 초연 작품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무대이다. 장진 감독 특유의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이야기 구성,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관객을 숨막히게 한다.
<얼음>은 단조로운 무대구성으로 이루어졌다. 무대는 오직 경찰서 취조실에서만 이뤄진다. 책상 하나를 두고 살인 혐의를 받는 소년과, 그 소년의 살인혐의를 완성시키려는 두 형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이한 것은 소년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 오직 두 형사가 오가며 책상 앞 소년을 향해 윽박지르며 긴장감을 높인다. 이들이 펼치는 심리전은 극에 긴장감을 더하고, 소리 없는 소년의 대답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잠들어 있던 새로운 감각을 깨운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냉혈한 성격의 형사1 역은 배우 정웅인, 이철민, 박호산이 맡아 연기한다. 거칠어 보이는 외형과 달리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형사2 역은 배우 이창용, 신성민, 김선호가 트리플로 연기한다.
연극 <얼음>은 3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정웅인, 이창용, 이철민, 신성민, 박호산, 김선호/ 장차, ㈜파크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