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냐 삼촌' 제작발표회
러시아의 위대한 극작가 안톤 체호프가 1899년 발표한 <바냐 삼촌>(바냐 아저씨)이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다.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는 5월 개막하는 연극 ‘바냐 삼촌’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총괄 프로듀서인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을 비롯해 연출가 손상규, 배우 이서진, 고아성, 양종욱, 이화정, 김수현 등이 참석했다. '바냐 삼촌'은 ‘벚꽃동산’, ‘헤다 가블러’에 이어 LG아트센터가 선보이는 세 번째 연극시리즈 작품이다.
전 세계 무대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고전 걸작의 한 편인 ‘바냐 삼촌’은 평생을 삶의 터전과 가족, 그 안의 질서에 헌신해 온 ‘바냐’와 ‘소냐’를 비롯해, 어느 순간 일상의 균열 속에서 삶 전체가 흔들리는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체호프의 <바냐 삼촌>은 지금의 관객들에게도 공감을 주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손상규 연출은 이번이 첫 대극장 무대 연출이다. 재능 있는 연출과 함께 하는 것이 한국 연극계 기여 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연극 ‘타인의 삶’으로 연극 팬의 호평을 받았던 손상규는 이번 작품 연출과 각색을 맡았다. 손 연출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의 아버지가 늦게까지 일을 하셨고, 은퇴도 늦었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바냐 삼촌'을 보며 그런 아버지가 떠올랐다. 사람 자체에 대해서 관대해져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까지 자신에 대해 엄격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최선을 다해 책임감을 가지고 하려고 하고 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손상규의 연출에 대해 동료 배우인 양종욱은 "오랫동안 함께 연기를 하며 지켜본 손상규는 기본기에 충실하다. 해석의 측면에서나 삶의 순간을 포착하는 데 이어 다른 장식적인 것과 군더더기가 없다. 어떻게 메시지를 배우들의 앙상블에 담아낼까에 집중하는 편이다 보니 작품에 힘이 있다”고 소개했다.

‘바냐 삼촌’은 배우 이서진과 고아성의 첫 연극 도전작이다.
이서진은 삶에 대한 회의와 불만을 토해내면서도 가족에 대한 애정과 꿈에 대한 순정을 간직한 ‘바냐를 연기한다. “처음 제안이 왔을 때 하지 않겠다고 거절했었다. 많은 사람과 상의 끝에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스태프들도 열정이 보여서 결국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지금 후회하고 있다. 너무 힘들다. (이게) 마지막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이어 바냐 캐릭터를 연기하는 중년배우의 감정에 대해 이서진은 "이것 맡기 전부터 갱년기를 앓고 있다"며 "사람과의 관계란 것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아주 생소한 인물을 연기한다기 보다는 현대의 저를 연기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상규 연출은 이서진이 캐스팅에 대해 "유머 감각이 있는데, 그게 이번 작품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감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이미지가 있다. 저렇게까지 불평하면서 저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것은 책임감이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열심히 하신다. 농담도 악의가 없어서 시원하게 웃을 수 있다. "
소냐로 무대 연기에 도전하는 고아성은 “연극 무대와 연극 배우에 대한 선망과 존경심이 있었다. 손상규 연출의 ‘타인의 삶’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이서진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된 상태이기에 지금이 아니면 이서진의 조카를 언제 해보겠냐 싶어서 참여했다. 연습을 하면서 지켜본 선배님이 이렇게 스윗하신 분인지 몰랐다.”
엘레나 역의 이화정 배우는 "치명적인 역할이다. 복잡한 애정 관계 속에 있는 인물인데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작품에서는 엘레나의 미모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언급들이 나오는데 그것은 연극적 판타지로 대체를 할 기대해 볼 생각이다. 대신 저는 인물이 가진 외로움이나 어떤 딜레마 이런 것들을 관객 여러분께 이해와 공감을 드릴 수 있도록 지금 준비하고 있다."
'바냐 삼촌' 제작발표회
김수현은 체호프의 작품에서 대해 "모든 이야기가 있는 극에는 사건이 있다. 그 사건들 속에 인물들이 적응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체호프의 작품에서는 그 사건이 사람의 감정, 욕망인 것 같다. 자기 속에 있는 작은 사건 하나가 시작이 되고, 또 그런 비슷한 사건을 가진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 사건이 더 커지거나 해소되는 식이다. 체호프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렇게 공감, 교류, 균형을 이루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체호프 작품의 특징을 해석했다.
이와 관련하여 손상규 연출은 "(1899년 러시아에서) 스타니슬라프스키가 이걸 무대에 올렸을 때 극작가 체호프와 싸웠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극작가가) 보드빌 수준의 코미디로 만들었는데 연출자는 왜 비극으로 풀었느냐고. 그러니 연출이 ‘그건 만드는 사람 자유’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읽느냐는 것은 각자의 프레임일 것이다. 저는 이걸 코미디로 보고 있지만 엊그제도 연습하다 울었다. 코미디인데 슬프기도 하고, 감동도 있고 그렇다."고 말했다.
'바냐 삼촌' 제작발표회
한편, LG아트센터의 ‘바냐 삼촌’과 비슷한 시기에 국립극단에서도 ‘반야 삼촌’을 준비하고 있다. ‘헤다 가블러’에 이어 ‘바냐 삼촌’까지 같은 시기, 같은 작품의 대결이 재현된 것이다. 이에 대해 손상규 연출은 “‘헤다 가블러’는 두 편 다 재밌었다. 이번에 주변에서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별 생각이 없었다. 대신 동질감이나 응원을 받는 느낌이 든다. 국립극단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간다고 하니 재밌을 것 같다. 나도 응원하는 마음이다."고 밝혔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도 "시대가 '바냐삼촌'을 불러내는 것 같다. 한 번 공부하고 복습하면 오래 기억될 것이다. 저희 공연이 먼저 시작하기에, 저희 걸 보시고 국립극단의 ‘반야 삼촌’을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어떻게 고전을 해석했는가를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서진과 고아성이 바냐 삼촌과 소냐를 연기하는 손상규 연출의 LG아트센터판 ‘바냐 삼촌’은 오는 5월 7일 개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