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환 감독
박철환 감독은 한양대 연극영화과(94학번)를 나와 <성냥팔이소녀>라는 희대의 작품의 연출부 막내로 영화판에 발을 디딘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10억>의 조감독이 있다. “그 작품 뒤에 하나 더 조감독 했었다” 그 후 꾸준히 글을 썼단다. “이게 13번째 장편 시나리오이다. 9번째 작품까지는 사람들에게 재밌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다. 10번 째 작품부터 재밌다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그 다음부터 (시나리오가) 팔리기 시작했다.” <끝장수사>는 2016년 영진위에서 주최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때 작품 제목은 <출장수사>이다. 하지만 그 영화를 찍고 7년 만에 비로소 공개된다. 감독으로선 감개무량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영화 <끝장수사>는 징계위기에 처한 보은경찰서 베테랑 형사 배성우가 ‘취미가 경찰’인 신세대 정가람과 함께 강남경찰서가 잘못 수사한 살인사건의 진범을 잡기 위해 멋진 공조수사를 펼치는 내용의 수사물이다.
Q. 공모전 당선되고 바로 영화화에 들어갔는가?
▶박철환 감독: “신인감독이라 캐스팅이 힘들었다. 영화사들마다 관심을 보이다가도 선뜻 오케이가 안 되었다. 그러다가 청년필름과 계약이 된 후 수정작업을 한 후 촬영이 시작되었다.”
영화 '끝장수사'
Q. 영화는 재밌다. 형사물로 익숙한 재료와 신선한 이야기가 적절히 믹싱된 것 같다.
▶박철환 감독: “맞다. 익숙한 맛이면서도 생소하다는 평이 많았다. 그게 대중영화가 나름 가져야할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글을 쓰거나 작품을 기획할 때부터 그런 전략을 갖게 된다. 젊었을 때보다 현실적이게 된다. 그걸 제대로 봐주신 것 같다.”
Q. 영화개봉이 지연된 것은 어떤 이유인가? 작품 문제 아니면 외부요소?
▶박철환 감독: “코로나 시국이 되면서 상황이 밀렸다. 그리고 개봉을 준비 중이었던 것 같은데. 이슈도 있고. 그게 정확한 시점은 모르겠다.“ (그동안 편집은 엄청 많이 했겠다) ”작품을 많이 보면 좋은 점이 있다. 러닝 타임이 줄어든다. 4~5분 정도 줄인 것 같다. 그동안 4~50번은 본 것 같다. 더 이상 보게 되면 안 될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는 이 편집본에 만족한다. 몇 년 뒤에 보면 모르겠지만.“
Q. 크게 바뀐 것이 있다면?
▶박철환 감독: “프롤로그 부분이다.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된 것. 뭔가 해야 할 것 같아서 고민한 결과이다. 원래 대사도 있었다. 그런데 그 부분 삭제되고 애니메이션으로 캐릭터의 전사를 간략히 소개했다. 제한된 시간에 잘 담아내었다고 생각한다. 화룡점정은 음악인 것 같다. 자연스럽게 다음 대사로 넘어간다.”
Q. 7년 만에 개봉된다니 현 시점에서는 어쩌면 구닥다리 올드스타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박철환 감독: “삼성 모바일이 마음에 걸리더라. 그런데 그런 장면이 많지는 않았다. 대신 인스타 같은 것을 뺄 수가 없으니 지금처럼 나온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박철환 감독
Q. 영화 마지막 부분에 경찰 상부 지시의 적절성(합법성)과 관련하여 ‘공무원 복무규정’운운하는 장면이 있다. 이건 12.3 사태와 관련하여 최근에 새로 넣은 장면인가? 또 보고 있으면 검찰-경찰의 관계와 관련하여 검경수사권 조정도 떠오르는데?
▶박철환 감독: “하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 때 쓴 시나리오 그대로이다. 관성적인 면이 있다.”
Q. 영화가 재밌는 것은 경찰 내부의 암투, 혹은 서울-지방 경찰의 갭이다. 왜 ‘강남 경찰’과 ‘보은 경찰’이었나?
▶박철환 감독: “시나리오 쓸 때는 지명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 사투리가 덜 심한 데를 생각했었고, 그래서 충청도를 찾아본 것이다.”
Q. 티키타카라고 해야 하나, 캐릭터간의 대화가 거의 만담수준인 경우가 많다.
▶박철환 감독: “내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나이 먹은 중년들의 대사를 잘 쓰는 것 같다. 그리고 배우들이 베테랑이어서 그런 대사가 딱 나온 것 같다. 아저씨인데 그 정도는 써야죠.”
Q. 이 작품 하기 전에 OTT(디즈니플러스 ‘그리드’와 ‘지배종’)을 연출에 참여했다. 장르물과 수사물의 차이가 있다면
▶박철환 감독: “장르물은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게 있다. ‘밀도’ 이상이 필요하다. (만들어진 작품에서) 그런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안전한 수사물을 선택한 것인지 모른다. 수사물도 장단점이 있다. 둘 다 기본적으로는 난이도가 비슷하다. 데뷔 감독이니 일단 잘 할 수 있는 것을 택했다.”
Q. 캐스팅은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는지.
▶박철환 감독: “글을 쓸 때 배우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일하다보니 캐스팅이란 것은 생각처럼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캐스팅이 이뤄지면, 그 배우에 맞게 글을 수정하면 된다. 제가 각본으로 출발했으니 큰 틀에서는 그렇게 진행된 것 같다. 캐스팅이 확정 되고나서 배우들과 미팅하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Q. 윤경호 배우는 엄청나게 억울한 사람인 듯 하다가 후반에 가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박철환 감독: “윤경호 배우는 예전부터 악역과 선역을 두루두루 잘 했다. 강남 살인사건의 유력용의자인 조동오 캐릭터를 충분히, 잘 소화할 것으로 보았다. 배우의 이미지를 활용한 것이 아니라, 그냥 배우로 캐스팅한 것이다. 기본이 잘 되어 있는 배우였기에 그냥 가져오면 되는 것이었다.”
영화 '끝장수사'
Q. 배성우와 정가람의 역할은 예전 ‘투캅스’ 조합이다. 베테랑 형사와 뉴비의 이야기. 아니면 ‘스타스키와 허치’ 같은 할리우드 전통 콤비일 수도 있고.
▶박철환 감독: “그렇다. ‘투캅스’뿐만 아리라 ‘리셀 웨폰’이나 ‘비버리 힐스 캅’ 같은 고전적 이야기도 들어있다. 배성우 배우는 <김복남 살인사건>을 보며 이런 배우가 있었나 생각했다. 드라마 <라이브>보면 작품을 끌고 가는 것을 보여주었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그를 만났는지?) “중간 중간 자주 만나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Q. 이솜 배우가 강미주 검사를 연기한다.
▶박철환 감독: “대사를 짧게 치는 것을 잘한다. 뉘앙스만 살리면 되니까. 서울에서 검사가 내려와서 회유 같은 것을 할 때 이솜이 보여주는 장면이 그렇다. 길어질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대본을 압축적으로 썼고, 이솜 배우가 그 연기를 잘 표현했다.”
Q. 좋아하는 장르가 있는지.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은?
▶박철환 감독: “수사물은 어쩌면 쉽다. 작업과정을 보면 기준과 목표 라인이 명확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협사극이다. 협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협’(俠)의 정서를 좋아한다. 그런 인물 매력을 그리고 싶다. 강호의 의가 사라지고 있지만 그걸 지키는 사람을 좋아한다.”(어떤 작품? 김용?) “김용 무협도 좋아하지만 <와호장룡> 같은 것 좋아한다.”
Q. 오래전 완성한 작품이다. 지금은 모든 분야에서 A.I가 대세이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 크리에이터로서의 생각은?
▶박철환 감독: “저도, 주위 친구들도 A.I를 많이 참고하고 있다. 나는 시나리오 작업하면서, 대사 쓸 때 ‘엇박’의 느낌을 좋아하고 그 리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A.I가 그걸 대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건 감(感)의 영역인 것 같다. 물론 ‘엇박 만들어 줘’하면 되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박철환 감독
Q. 시나리오 단계에서의 ‘엇박’이란 어떤 것인가.
▶박철환 감독: ‘시나리오 작법의 대가 로버트 맥기는 음악 단위인 비트를 시나리오에 대입했다. 신 단위와 시퀀스 단위로 전체 시나리오에 존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게 계속 있어야한다. 좋은 작품에는 그런 게 있다. 큰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은 똑같은데, 그 과정에서 계속 엇박을 주며 가야한다.“
Q. 영화의 꿈은 어떻게 키웠는지?
▶박철환 감독: “나는 94학번이고,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시네21‘, ’키노‘, ’로드쇼‘ 보며 영화의 꿈을 키웠던 사람이다. 당연히 왕가위 좋아하고 지금도 좋아한다. 주윤발 좋아했고, <백투더퓨처> 좋아했고, <인디애너 존스> 사랑했다. <펄프픽션>도. ” (한국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짝코>, 배창호 감독 좋아한다. 그 당시 상업영화를 잘 만드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 정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가 나오고, 내가 충무로에 나오니 <올드보이>가 나왔다. 큰일 났다 싶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박철환 감독: “써놓은 작품이 더 있다. 공모전 상 받은 것도 있고. 이 작품이 잘 되어, 10년 정도는 더 일하고 싶다. A.I.가 대체할 동안은 말이다.”
“<끝장수사>를 재밌게 보셨으면 한다. ‘익숙한데 새롭네’라는 반응이 나오면 고맙겠습니다”
영화 '끝장수사' 시사회
배성우, 정가람, 이솜, 윤경호, 조한철, 박수영, 우현이 출연하는 박철환 감독의 운명적 작품 <끝장수사>는 4월 2일 개봉한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