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새해 벽두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차인표>는 ‘실존인물’ 차인표의 삶을 극화한 작품이다. 차인표가 누구인가. 넷플릭스 <차인표>에 답이 나온다. ‘운동 많이 하시는 분’, ‘반듯한 배우’, ‘젠틀맨’, ‘신사’, ‘모범신사’, ‘봉사활동’....그리고 ‘분노의 양치질’까지. 드라마 <사랑의 그대 품안에>를 기억한다면 그 노래와 그 손가락 제스처가 떠오를 것이다. 왜 그가 거절했던 영화는 다 대박 나고, 출연한 영화는 왜 죽을 쒔을까. 요즘은 왜 또 만나보기가 어려울까. 차인표는 <차인표>를 통해 그 답을 내놓는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차인표>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중견 연예인의 흥미로운 자기고백 시간이었다.
“<차인표>에서 ‘차인표’ 역할을 맡은 차인표입니다.” ZOOM을 통해 반듯한 이미지의 차인표가 기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 차인표, 마음의 굴레
“더빙할 때 단편적으로 보았고, 1월 1일 정식 공개되고 나서 전편을 보았다. 코미디와 더불어 인간의 마음의 굴레에 대해 조명을 했다고 생각한다. 한 달 동안 찍은 저예산영화라는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평점을 말하자면 영화포털에 나온 평점이랑 비슷한 것 같다.”
- 감독이 4년 전 처음 출연을 요청했을 때 거절했었다. 왜 다시 출연을 결심했나.
“그 때 거절한 이유는 영화에서 그리는 나의 처지와 현실의 나와 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저렇게까지 묘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거절했다. 그런데 4년이 흘러 출연한 이유도 사실 그 때와 같다. 내가 정체한 이유가 못마땅한데, 4년이 지났지만 똑같은 것이다. 변신을 꾀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 혹시 다른 어떤 배우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면 영화를 만들면 재미있을까? 감독이 ‘차인표’를 선택한 이유가 뭐였다고 스스로 판단하는지.
“감독님의 의도를 넘겨짚기는 그렇고. 굳이 차인표를 선택한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아마도 이미지가 고착된 배우, 톱스타를 찾지 않았나 싶다. 나에겐 희화화 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분노의 양치질’도 있고. 4년 전에 그런 이야기한 것 같다. 다른 배우 할 생각 없냐고 물었더니 나랑 꼭 하고 싶다고. 아니면 차태현 같은 배우랑 하고 싶다고 지나가는 말로 하시더라.”
- 그럼, 심경의 변화가 온 지난 4년간, 본인의 이미지가 고착화됐다고 느낀 계기 같은 게 있는지.
“우선, 작품(의뢰)이 안 들어온다. 세월이 흘렸으니 주연자리가 안 들어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배우가 어느 정도 자신의 호불호에 따라 출연작을 고를 수 있다면 행복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 정도에는 못 미치는 것이다. 다른데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나의 이미지가 고착된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변신이 시급하다고 느꼈다.”

● 대중이 생각하는 ‘차인표’
- 작품으로 보면 자기객관화가 전혀 안 된 캐릭터이다. 그런 연기를 할 때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거울을 보면서 나 자신을 보는 것처럼 구차한 느낌도 있었지만, 영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스스로 측은하게 느껴지더라도 내겐 그만큼 중요했다. 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잖은가. 깔깔 웃다가도 내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답답하다는 생각을 했다.”
- 그래도 대스타를 건물 붕괴현장에 알몸상태로 두지는 않았을 텐데. 배우로서의 소감은.
“영화가 공개된 뒤 호감-비호감이 극명하게 나뉘는 것을 보았다. 김동규 감독이 처음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는 허구와 현실이 공존하는 모호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놓고, 자기가 해석한 주인공 차인표를 앉혀놓고 대본을 쓴 것이다. 만약 내가 간섭을 하기 시작하면 이 작품은 다큐가 될 것이고 하나의 영화작품이 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나도 만족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것은 김동규 감독의 해석이다. 어쩌면 많은 대중들이 생각하는 차인표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다.”
“대중연예인은 어떤 식으로든 이미지가 포장이 되어 있다. 외부에서 포장을 해주거나, 자신이 만든 이미지이다. 저는 이번 영화에서 제게 주어진 역할에 만족하는 편이다.”
- 그래도 차인표가 차인표로서 ‘차인표’에 말할 것은 있었을 텐데.
“배우로서 정체되어있고, 이번이 변신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제가 갖고 있는 자존심, 이미지를 비워내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이것 하나만큼은 바꿔주었으면 하는 마음 자체를 비워내는 것이 어려웠다. 딱 하나, 정치인 공천하는 것은 전혀 다르니 그것만은 고쳐달라고 했다.”
- <힐링캠프>를 비롯하여 리얼리티를 통해 본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차인표의 이미지를 위해 노력하는 편인가.
“배우의 이미지란 게 그렇다. 처음부터 대중에게 이렇게 보여줘야지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느 순간에 ‘아, 사람들은 나에 대해 이런 이미지를 기대하는구나’라고 느낀다. 연예계에 오래 있으면서 하나씩 쌓인 것 같다. 살다보니 어느 순간 나를 둘러싼 이미지가 있더라. 그런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한 행동이 있다면 소소하게 시작해서, 호불호에 따라 작품 고르는데 이르기까지 제약이 있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바른생활맨이니까 나쁜 일은 안 되고 말이다. 이런 게 의식적이든 아니든 기저에 깔렸다. ‘베드 씬도 한번 안 한 배우다’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사실, 이건 배우가 할 대사는 아니다. 그렇게 기준을 정하고 스스로 통제하고, 생활의 일부처럼 살아온 것 같다. 일부러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닌데 살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그게 나의 연기인생에 정체를 가져온 것 같다. 지금은 정체된 것에서 빠져나가고 싶다.”
- 그럼 이 작품은 차인표의 연기 인생에 이정표가 되나.
“그럴 것 같다. 제 필모그래피에서 ‘비포 차인표, 애프터 차인표’의 분기점이 되었으면 한다. 이전에는 출연 작품을 고를 때 이미지에 대한 통제라든가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면 앞으로는 좀 더 자유롭게 선택할 것 같다. 넓은 스펙트럼의 역할을 하고 싶다.”

● 차인표의 진정성
- <차인표>에서 힘들었던 점은
“제목부터 내 이름 달고 오랜만에 나왔는데 힘들다고 하면 안 될 것이다. 젊은 분들과 일하며 손색없는 사람이 되도록 마음 다잡았었다. 현장에서 꼰대같이 있지 말고 어울러 일하려고 했다.”
- 차인표에게 ‘진정성’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자신이 말하는 것이랑 사는 것이 일치하는 게 진정성일 것이다.”
- 영화 속 차인표와 현실 속 차인표의 공통점은
“영화에서 아내에게 전화 받을 때 모습 그대로이다. 아내에게 꼼짝 못한다. 그런데 내가 성격이 좀 급한 편이라서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오래 갇혀 있지를 못할 것이다. 자신의 처지 같은 것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얼른 나왔을 것이다.”
- 차인표에게 전성기는 언제인가.
“물론, 세상에 처음 알려진 데뷔 초기 인기가 제일 많았을 때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바로 오늘이라 생각한다. 늘 소소하지만 행복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다면 그게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 영화에서는 차인표씨를 둘러싼 많은 소문과 이슈가 다 나온다. 반듯한 이미지의 연예인으로서 정치를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정치를 하지도 못하고 할 생각도 없고 계획도 없다. 평생 연기자로 남을 것이 아니라, 이쪽 영화계에서 뭔가 하고 싶다. 평생 창작 관련 일을 하고 싶다. 배우를 하면서 제작을 한다거나 소신 있는 분들에게 기회를 주고, 작품을 일으키는 그런 일에 일조를 하고 싶다.”
-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서 이야기해 달라. 이번 작품을 통해 차인표가 젊은 사람에게 더 많이 알려질 수 있다.
“이번 작품을 좋아해주시는 분도 있지만, 실망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분들에겐 죄송하다. 코미디 영화인 줄 알고 웃으려고 봤는데 다 보고 난 뒤 나를 보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어느 젊은 남자분이 글을 남겼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 힘이 되는 말이다. 영화하면서 내가 의도했던 소감을 남겨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제 나이 이제 55세이다. 젊은 분들에게 다가갈 방법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그분들이 다가오고 소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절 이미 잊어버린 팬분에게도 절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었다. 젊은 사람들에게 코믹하고 재밌는 아저씨로 이미지가 변신했으면 좋겠다. 양치질만 하는 줄 알았는데, 연기도 하는 사람으로.”
-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을 고를 때 어떤 점을 중요시 하는지. 혹은 했는지.
“제가 제일 못하는 것이 공포영화이다. 잘 못 보고, 관심도 없다. 그렇지 않은 영화는, 작품에 따라서 가족이 볼 수 있는 것이면 선택을 한 것 같다. 지금은 들어오는 게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 실제 매니저는 이 영화를 어떻게 평하던가.
“(옆에서 큰 소리로 말한다) 진정성을 알아봐주는 사람에게는 영화가 통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안 통할 것이다”
- 매니저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30대부터, 한류 초창기 때부터 함께 일 해온 사람이다. 오래 부대끼다보니 알게 모르게 편한 관계이다. 오랫동안 같이 일해서 별의별 이야기 다 한다. 이 작품 하라고 들이민 사람이 매니저이다. 내가 싫어할 줄 알면서도 나를 설득한 것이다. 4년 전에도, 이번에도 그랬다.”
- 아직 이 작품을 못 보신 분에게 한 마디 한다면.
“코로나 시대에 개봉도 못한 영화가 있는데, 저의 영화만이 이렇게 공개되니 감사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든다. 어려운 시기 안전하게 잘 버텨내시고 건강하게 만나기를 바랍니다.”
차인표는 변신을 꾀하기 위해 SNS도 시작했다고.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젊은 층과 호흡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늘 그의 페북을 찾아가보니, ‘눈 내린 날 일상 사진’ 밑에 댓글 하나가 눈에 띈다. ‘차인표씨의 인품, 성품으로 보아 이번 시장선거에...’라는 글이다. ‘반듯한 이미지’의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인 듯하다.
차인표가 출연한 저예산 넷플릭스영화 <차인표>는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차인표 / 차인표 페이스북-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