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혁 감독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연기자로 활동하던 이기혁에게는 오랜 영화감독의 꿈이 있었다. 그래서 친구 이동휘를 캐스팅하여 단편영화 <출국심사>(2019)와 <메소드연기>(2020)를 찍었다. 그리고, 그 단편 <메소드연기>를 바탕으로 장편 <메소드연기>를 완성했다. ‘코미디영화’ 한 편으로 반짝 뜬 스타 이동휘는 너무나도 정극 연기를 하고 싶지만 세상이, 대중이, 업계가 그걸 바라지 않는다. 이제 이동휘는 ‘뾰쪽귀 외계인’ 모습으로 처절한 메소드연기를 펼쳐야한다. 이기혁 감독을 만나 <메소드연기>의 정석을 들어봤다.
“첫 (장편영화) 감독 작품이다. 기분 좋은 설렘이 있다.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었었는데 일반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 보신 분들이 좋게 평가해 주셨다. 일상에서 메소드연기를 하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 포인트를 잘 이해해 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개봉을 앞둔 소감부터 밝혔다.
Q. 재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2024년)에서 상영되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그동안 수정, 편집 작업을 한 게 있는지?
▶이기혁 감독: “부산(BIFF)에서 상영된 것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영화제가 끝난 뒤 믹싱과 DI 작업을 조금 했다. 극장에서 볼 때 좋아진 부분이 있을 것이다. 작업하면서 여러 번 보다보니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물에게 개입이 되는 것 같았다. 어떤 때는 엄마의 감정이 더 크게 느껴질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이동휘와의 관계가, 또 연기를 지망하는 알바의 마음에도 공감이 간다. 그리고 동생을 위해 희생하는 형의 모습에서도 느끼는 게 있었다.”
이기혁 감독
Q. 단편을 확대한 작품이다. 그 과정이 어땠는지, 차이가 있다면?
▶이기혁 감독: “배우 생활을 할 때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단편을 만들었었다. 소품으로 준비한 음식을 누군가가 몰래 먹은 것이다. 이걸 누가 먹었을까. 그 소동극이 재밌었다. 그런 이야기를 통해 나다운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때로는 남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모습, 또는 보여주고 싶은 모습.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 속에 온전한 나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 양면성을 단편을 통해, 이동휘 배우를 통해 투영시키고 싶었다.”
Q. 단편이 코믹한 상황을 극대화했다면 장편은 더 많은 드라마를 담았다.
▶이기혁 감독: “러닝 타임 자체가 다르니. 주변 인물을 많이 가져왔다. 장편에서는 촬영 현장만을 담기에는 부족하다. 대중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것을 기획하다보니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생각났다. 가족이라지만 각자의 공간이 있다. 치킨을 먹어도 각자의 방에서 흩어져 따로 먹는다. 그렇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모여서 편 들어주는 것이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가족이 이번 장편 서사의 한 축이라고 생가했다.”
“그리고 단편과는 결이 다르다. 장편에서는 이동휘 캐릭터가 현실을 살아가며 주변인물과 부대끼며 성장하는 드라마이다. 엄마의 죽음과 극중 죽음이 맞닿았을 때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동휘의 마지막 연기에서는 조명을 낮췄다. 이동휘의 모습을 최대한 안 보여주려고 했다. 연기 자체로 평가받을 수 있게 말이다.”
메소드연기
Q. 박지환 배우가 펼치는 ‘탤런트 킴 쇼’에 대해.
▶이기혁 감독: “이동휘 배우의 서사를 초반에 확실히 설명하고 싶었다. 코미디배우이며 대중배우의 이미지가 있다. 토크쇼를 통해 그 인물을 좀 더 고립시키고 싶었다. 과감한 진행이 폭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일부러 그렇게 연출을 했다. 이동휘 배우에게 마음이 가도록 최대한 폭력적으로 찍었다. 코미디 배우이자, 패셔니스트 이동휘의 무너지는 모습과 환청이 들리는 사운드 효과까지 더해진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에너지에 대해서는 ‘지미 팰런 쇼’나 ‘조커’의 토크쇼를 참조했다. 이동휘를 고립시키고, 몰아세우기 위해서는 굉장히 센 에너지의 MC가 필요하다. 폭력적이고 거침없이, 온 스테이지와 백 스테이지에서 다른 메시지를 던져주는 인물이다. 그 배우가 박지환이라는 것을 인지 못할 정도였으면 했다.”
Q. 이동휘가 연기한 이동휘.
▶이기혁 감독: “이동휘는 일상 속에서도 유머가 넘치는 친구이다. <극한직업>이나 <응답하라>, <뷰티 인사이드> 등을 통해 웃음을 드린 배우이다. 독립영화 <국도극장> 같은 것을 보면 그가 정극을 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코미디를 리스펙하면서도 새로운 감정을 주는 배우이다. 그런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Q. 윤경호가 연기하는 형도 연기의 꿈을 가슴에 오래 품은 것 같다.
▶이기혁 감독: “이동형은 실제 저의 형을 참조했다. 3년 터울의 형은 한양대 연극영화과 나왔다. 졸업하고 회사원으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떠올려보면 (가족을 위해) 희생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도 조금이라도 영화를 하고 싶은 갈망이 남아있지 않을까. 윤경호 선배가 그 캐릭터를 잘 살려주었다. 시나리오보다 더 생동감 있게 만들어주었다.”
이기혁 감독
Q. 강찬희 배우 캐스팅.
▶이기혁 감독: “이번 작품에서 유일하게 빌런이라면 빌런이다. 전체적인 톤앤매너에서 너무 밉지 않은 빌런이어야 했다. 한편으로는 귀여워 보일 수도 있다. <스카이캐슬>에서의 유약한 모습이나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밝은 모습 등. 강찬희 배우가 그런 빌런의 힘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Q. 배우의 꿈, 영화감독의 꿈
▶이기혁 감독: “연기가 꿈이기는 했다. 논술도 좋아하고, 음악 미술 편집하는 것을 좋아했다. 핸드폰으로 영상 찍는 것이 습관화 되었다. 감독이라는 직업이 많은 파트를 다뤄야한다. 그리고 외가 쪽에 영화하는 분이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Q. 극중 드라마 피디를 연기한 공민정에 대해.
▶이기혁 감독: “개인적으로 귀에 쏙쏙 들어오는 공민정의 딕션을 좋아한다. 그리고 공민정은 생활 연기를 너무 잘 하신다. 감독 역할을 하면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다. 극중에 이동휘 배우와 작품의 방향성을 두고 싸울 때 ‘우린 (작가가) 써주는 대로 하는 거야’라고 소리친다. 그 말은 배우 이동휘에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러주는 셈이다. 그냥 감독 역할이 아니라, 현실과 타협하며 작품을 찍어내야 하는 감독의 역할이다. 감독도 현장에서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 점에서 중요한 캐릭터이다.”
Q. 마지막 이동휘의 열연 장면에 대해
▶이기혁 감독: “배우 활동을 할 때 그런 경험이 많았다. 현장이 정지된 것 같은 순간을 리얼하게 담고 싶었다. 이동휘 배우가 문자를 받은 뒤,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이동휘 캐릭터 멈춰 있는 것이니, 녹음이 끝났을 때는 모두가 움직여야한다. 그 상황에서 이동휘 배우에게 에너지를 실어주고 싶었다. (엄마의) 장례식 장면은 처음부터 안 찍을 생각이었다. 대신 수목장 장면이 배우에게 어떤 에너지로 넘겨야할지 고민한 것이다.”
Q. 극중 시상식 장면에서 현봉식이 자신이 최우식이라며 등장한다.
▶이기혁 감독: “원래는 실제 최우식을 생각했었는데 스케줄이 안 맞았다. 고민하던 중에 이동휘 배우가 현봉식을 추천했다. 이 이야기는 픽션과 넌픽션 중간 지점에 있고, ‘우리 영화는 이런 영화야’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실존인물과 가상인물을 섞어놓은 코미디적 부분이 좋았다.” (‘삼각김밥’ 장면은?) “그것도 단편에 있던 장면이었다. 원래는 한 번에 넘기는 것이었는데 이동휘의 애드리브로 한 번은 걸려 땅에 떨어지는 장면이 추가되었다. 반응이 너무 좋았다.”
Q. 가족드라마, 사극, SF라는 이질적 요소를 한곳에 모을 때 밸런스 조절은?
▶이기혁 감독: “왜 사극이어야 했을까. 코미디 배우가 근엄한 곤룡포를 입으면 아이러니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일상장면 나오다가 사극 공간으로 넘어갔을 때 시각적인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상황이 왔다갔달 때 이야기 환기도 되고,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찍고 있는 드라마 제목은 <경화수월>(鏡花水月)이다. ‘거울에 비친 꽃과 물에 비친 달’이란 뜻이다. 잡을 수 없는 대상이다. 진정성 있는 연기를 갈망하지만 쉽게 닿을 수 없는 연기자의 정서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 연결고리로 최대한 의미를 담으려고 했다.”
Q. 감독이 생각하는 ‘메소드연기’란 어떤 것인가.
▶이기혁 감독: “결국 그 인물 자체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캐릭터와 분리해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과 맞닿아 있는, 그 감정을 꺼내 연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표현해야 보는 사람이 이입할 수 있을 것이다. 연출할 때 그런 것을 생각하고 배우에게 디렉팅을 하는 편이다.”
Q. 본편 뒤에 있는 영상은 놓칠 수 없는 뒷이야기이다.
▶이기혁 감독: “쿠키영상은 긍정의 에너지로 받아주었으면 한다. 편집과정에서 이걸 넣을지 말지 고민했다. 그거 전에 엔딩은 따로 있다. 이동휘는 선글라스 너머 눈물을 머금고, 윤경호는 애써 밝은 춤을 춘다. 엄마는 더 힘차게 노래한다. 이런 게 제가 하고자 하는 메소드연기이다. 그리고 쿠키를 통해 관객분들이 충분히 긍정적 에너지를 갖고 나가시길 기대한다.”
이기혁 감독
Q. 기자시사회 때 울컥 하신 이유가 있는지.
▶이기혁 감독: “그날 부모님을 처음으로 극장에 초대했다. 유독 그날따라 김금순 배우의 병실 장면이 마음에 남더라. 나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우연히 엄마 핸드폰의 카톡 메시지를 보는데, 항상 엄마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엄마도 누군가의 친구이며, 딸이며, 동생 누나인 것이다. 그런 감정이 갑자기 세게 온 것이다. 김금순 배우가 연기한 정복자에게 투영하고 싶었던 메시지이기도 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이기혁 감독: “열심히 준비하고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연기도 할 생각이다. 당분간은 연출을 하고 싶다. 영화를 준비하며 배우는 게 있다. 이걸 발판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재밌게 웃고 눈물 흘릴 수 있는 그런 작품으로 다시 인사드리고 싶다.”
이기혁이 감독하고, 이동휘, 윤경호,강찬희, 김금순이 연기한 영화 <메소드연기>는 18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