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2019년 <로맨스 별책부록>, 2023년 <박하경 여행기>에 이어 오랜만에 이나영이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래도 남편(원빈)보다는 훨씬 활발하게 연기활동을 펼치는 이나영을 만나 작품 이야기와 신비주의 셀럽 부부의 근황을 들어봤다. 이나영이 출연한 ENA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은 거대한 스캔들이 되어 돌아온 과거를 정면 돌파하는 세 여성 변호사의 뜨거운 연대기이다. 이나영은 성범죄 피해자 변호 전문 로펌 L&J(Listen&Join)의 셀럽 변호사 윤라영 역을 맡아 정은채(강신재 역), 이청아(황현진 역)와 호흡을 맞췄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는 이건 대사만 잘 외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를 준비할 때에는 감정 신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하는데 이번 작품에는 그런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전체가 다 감정 신이었다. 특이한 경험이다. 촬영이 시작되면서 왜 이리 슬픈지.”
(현실적인 사건들과 연결되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드라마의 전체 흐름만 생각했다. 주제가 무겁다보니 제 마음도 무겁고 어두웠다. 접근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표현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결국 8부에 가서야 나의 아픔에 대해서 오픈하지만, 그 전까지는 숨기는 게 있어야하니까.”
(정은채, 이청아 배우와 함께 세 명의 여배우가 드라마를 펼친다) “주제나 장르가 무거운 심리스릴러이다. 여성 3명이 극을 이끌어갈 때 시청자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따라와 줄까 걱정했다. 개연성이 없으면 시청자가 이탈할 수 있다. 그런데 다행히 잘 만들어졌고, 시청자들도 이입이 잘 된 것 같다. 현장에서 연기한 배우들의 마음이 잘 전달된 것 같다.”
“사실 여배우들을 만날 일이 많이 없다. 사석에서도. 처음 드라마를 위해 만나서 리딩할 때는 어색하고 조심스럽다. 극중에서 20년지기 절친이다. 어떻게 그 느낌을 보여주어야 할지 고민했다. 멜로와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현장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친구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도 많이 찾아봤다. 감독님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배려해주었고, 촬영도 그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각자 자기 분야의 일을 하는 것을 찍었다. 각자의 캐릭터에 들어간 상태에서 만난 것이다 .편안하게, 애쓰지 않고 잘 지나간 것 같다. 현장에서는 특별한 대화가 없었다. 그냥 어디가 아프니, 얼마나 추웠니 더웠니, 뭘 먹었네 같은 소소한 이야기했다.”
(참조한 영화는?) “많이는 나오지 않지만 20년 친구가 부대끼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찾아본 영화가 그레타 거윅 작품이다. 그의 연기를 많이 좋아한다.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프란시스 하’, ‘매기스 플랜’ 같은 작품. 그레타 거윅만의 투덕거림이 있다. 그리고 변호사 나오는 작품이니 케이트 블란쳇이나 제시카 차스테인 같은 톤을 찾아봤다. 예전에 마냥 좋아해서 편하게 봤었다면 이번엔 전문가다운 느낌을 보려고 했다. 아 그러고 보니 <디스클레머>도 많이 비슷한 것 같다.”
이나영
## 신비주의 배우, 이나영의 선택
“작품을 할 때는 머리에 있는 생각보다는 본능적으로 감성에 따르는 편이다. 다음엔 어떤 작품을 할 것인가 같은 구체적인 생각은 없다. 저에겐 시나리오가 중요하다. 예전에 이런 작품이 들어왔으면 못 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지금 할 때가 되었나보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었다. 이런 다양성이 생기는 게 반가웠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다.”
(SNS를 하겠다고 했는데) “아, 그 이야기는 마치 제가 소통을 너무 안 해서 신비주의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저도 다른 배우나 아티스트 기사나 인터뷰 보고, 그들의 생활을 엿보는 것 좋아한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과 제가 하는 건 다른 것 같다. 지금도 인터뷰하면서 이야기를 하지만 아마 집에 돌아가서는 ‘내가 왜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했지?’ ‘괜히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네‘ 할지 모른다. 저의 일상이 너무 단조로운데 이게 궁금할까. 그래서 사무실 사진만 올리려고 한다.“
(연기를 오래 했는데..) ”연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박하경 여행기> 할 때 그냥 멍 때리는 연기일 것 같아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걸 끌고 가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이번 것도 모순적인 느낌이 들었다. 잡히면 안 될 것 같은, 하지만 결국 잡힌다. 그런 미묘한 감정이 있어야 하는 연기였다. 어렵지만 그런 어려워하는 것을 좋아한다. 긴장이 좀 있어야 표현이 잘된다. 다큐 보면서 연기공부 많이 하는 것 같다.“
(남편과 같이 드라마를 시청했는지) ”전체를 같이 보지는 않았다. 어색하니까. 혹시라도 딴지라도 걸면 싫으니까. 그리고 자기 목소리 들으면 어색하잖아요. 원빈씨가 보면서 ’뭐지?‘ 하면서 괜히 떠보기도 했는데 안 넘어갔다.“
ENA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
(다음 작품도 몇 년 기다려야 하는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바로 할 수도 있다. 연이 되는 시나리오를 만나면 말이다. 들어오는 작품 중에는 로맨틱 코미디도 있다.“(어떤 장르를 기다리나?) ”공포물 말고는 다 원한다. 그런 걸 너무 무서워한다. 이전에 시나리오를 볼 때 낮에, 차에서 무서운 부분은 휙휙 넘기며 봤었다. 그래서 감독님 만나서는 내용을 잘 몰라서 미안하기도 했었다. 그것 말고는 다 좋아한다. 저는 영화 보는 게 유일한 낙이라, 그 안에 들어가 보고 싶다.“
(최근에 본 영화는?)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을 봤다. 고등학생 이야기인 것만 알았다. 보면서 많이 울었다. 영화 보고 며칠을 멍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그런 영화를 접한 것 같다. 그때 <아너> 중반쯤 찍을 때였다. 저도 아픔이 있는 사람을 연기하는 것이었고, 표현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 영화를 보고 ’아, 아파도 되는구나‘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독립영화에 출연하는 것) ”저 독립영화 너무 좋아한다. 단편 <신원미상>에도 출연한다. 단순하다. 시나리오 너무 재밌어서 바로 한다고 했다. 드라마와 일정이 겹쳐 중간에 찍었다. <로제타>(다르덴 형제감독) 같다고 해야 하나. 노메이크업 연기가 너무 좋았다.“
“대단한 목표는 없다.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이다. 계속해서 내가 가진 감성과 취향이 공감이 되고, 서로 나눠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배우들은 진심이 통하는 것이 제일 좋아할 것이다. 그렇게 좋은 영화 보면 힘이 난다. <왕과 사는 남자>가 잘되어 너무 기쁘다. 이렇게 계속 하면 잘 될 것이다. 독립영화도 잘 될 것이다. 불나방처럼 계속 던질 것이다.”
“원빈 씨나 나나 신비주의 이런 것은 없다. 우리 부부는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말투도 그렇고, 말주변이 없더라도 진심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 부부 너무 ’노말‘합니다.”
“나이 드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올해만 생각하지 내년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 땀 한 땀 쌓아가는 게 나이 아닐까. 하루를 잘 살아갈 것이다. 이 드라마도 그렇게 저에게 들어온 것이다. 앞으로 어떤 영화, 어떤 사람 만날지 모른다. 그렇게 조금씩 변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이든나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