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코디 김(John Cody Kim) 픽사 스토리 슈퍼바이저
할리우드에서 만든 글로벌 대작의 클로징 크레딧을 보면 아시아계 이름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물론 그 중에는 한국인이 분명해 보이는 이름도 있다. 그렇다! 웬만한 작품에는 어디선가 한국(계) 스태프의 땀과 정성이 들어있는 것이다. 지난 4일 개봉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호퍼스>(감독:다니엘 총)도 그러하다. 이 작품에서는 존 코디 김(스토리슈퍼바이저)과 조성연(라이팅 아티스트)이 그 주인공이다. 개봉에 맞춰 영화사는 두 사람과의 화상인터뷰 시간을 마련했다. <호퍼스>는 사람의 의식을 동물 로봇에 담는 기술을 통해 '비버'가 된 소녀 메이블이 동물 세계에서 예상치 못한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존 코디 김(John Cody Kim)은 2021년 <호퍼스>의 개발 초기 단계에 스토리 아티스트로 합류하여 전체적인 줄거리 구상과 캐릭터 개발에 참여했다. 스토리 슈퍼바이저로 스토리 팀을 이끌며 직접 주요 시퀀스의 보드 작업을 이어갔고, 편집, 레이아웃, 비주얼 개발, 군중 부서 등 제작 전반을 이끌었다. “다니엘 총 감독이 동물로봇으로 야생의 동물을 관찰하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 작품을 처음 구상했다. 이런 콘셉트에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 같은 스파이를 섞어서 만들면 어떨까. 야생의 동물들과 함께 있으며 그들이 뭘 하는지 관찰하는 생각을 했다. 픽사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를 중시한다. 이번에도 메이블을 중심으로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2000년 픽사에 입사해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토이스토리 3’ ‘엘리멘탈’ ‘엘리오’ 등의 작업을 담당한 조성연 아티스트는 “이번 작품에는 동물이 많이 등장하고 배경으로 나무가 많다. 이것을 비주얼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동물들이 귀엽게 보이도록 동물의 털보다는 인형의 털 같은 느낌이 들도록 했다. 그리고 메이블은 일본계이다. 동양인의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반짝이는 까만 눈을 포인트로 했다. 나무 등 자연의 모습을 잘 드러내기 위해 붓으로 그린 것 같은 효과를 주었다. 나는 비버들의 서식지 장면을 주로 담당했는데 그들이 춤을 추는 것과 댐을 만드는 작업이 재밌었다.”
호퍼스
● 싸우는 메이블, 합동하는 군집
존 코디 김은 스토리를 만드는 작업에 대해 “4년 동안 메이블 캐릭터에 집중하면서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을 했다. 메이블은 환경보호 운동가로 강한 신념을 가졌다. 처음 이야기에는 그가 사람들과 충돌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관객들이 그 장면부터 보게 되면 힘들 것이다. 테스트 시사에서 그러했다. 메이블에 대한 감정이나 그가 가진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없다. 많이 싸우니까. 그래서 메이블이 왜 그곳을 보호하려고 하는지 그런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메이블이 학교에서 각종 (애완)동물들을 탈출시키는 장면이 들어간 것이다.”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과정도 설명해 주었다. “많은 아이디어는 (다니엘 총)감독님 방에서 자유롭게,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게 웃기면 그림을 그려 벽에 붙여놓는다. 그러면 각본가(제시 앤드류스)가 시나리오로 쓴다. 그림을 몇 백 장, 몇 천 장 그리는데 98퍼센트 이상이 쓰레기통으로 간다. 수많은 아이디어를 테스트하는 셈이다. 상어가 날아가는 게 어떨까? 이상한가? 그런데 그려본다. 감독과 스토리팀이 많이 싸운 장면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살아남아서 호평을 받았다.”
- 시나리오 작가와 스토리팀의 차이는?
“내가 맡은 스토리팀은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역할이다. 그림으로 우선 시각화하는 것이다. 일종의 집 만들기 전의 건축설계도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촬영계획표인 셈이다. 실제 프로덕션 들어가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처음부터 바로 작업 들어가면 비싸진다. 그림으로 먼저 표현하는 것이다. 스토리를 다듬고, 아이디어도 만들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안 맞으면 잘라내고. 3~4년 그런 식으로 진행했다. 8번 엎은 셈이다. 스토리가 잘 되었다고 결정되면 프로덕션으로 보내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집 만들기가 시작된다.”
조성연 아티스트
● 제리시장은 빌런인가?
제리 시장은 개발을 우선시하는 인물이고, 할머니의 애틋한 사랑을 받고 자연에서 자란 메이블은 자연보호를 더 중시한다. 이런 상반된 가치를 이야기로 푸는 것에 대해 존 코디 김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이 밸런스를 찾는 것이다. 시장과 다투는 장면도 그렇다. 동물 캐릭터 중에도 그런 게 있다. 악당처럼 보이지 않아야한다. 인간과 동물이 완전히 나쁘지 않고, 그렇다고 착하게만 보이지 않아야했다. <모노노케 히메>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같은 지블리 영화를 많이 보았다. 제리 시장도 숲 보호냐 고속도로 건설이냐에 대해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조성연 아티스트로 “제리 시장을 악당스럽게 묘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초반에 보면 엄마를 위해 핫케이크 굽는 장면이 있는데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그의 방에는 성공의 상징인 말 그림이 있다. 그는 임무에 충실한 시장이지 악당은 아니다. 냉철한 정치가가 아니라는 것을 밸런스 있게 표현하려고 했다. 그는 동물들의 서식지에 대해 메이블 만큼 몰랐던 것이다. 메이블은 할머니와의 개인적인 추억이 있다.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려고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 할리우드에서 픽사와 작업하는 이들의 꿈은 무엇일까?
조성연 아티스는 “학교 다닐 때 애니가 전공이었다. 학생 때 만든 <할머니>는 저의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다. 우리나라 역사이야기도 있고, 그 작품으로 영화제에도 갔었다. 저도 한국적인 게 그리워지고, 한국적인 것을 더 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여기 미국에 있다 보니 한국적 소재가 얼마나 좋은지 생각하게 된다.”
존 코디 김은 “어렸을 때부터 감독 같은 게 하고 싶었다. 스토리 만들고 이야기하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책 많이 봤고. 레고로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학교에서 혼도 나고 그랬다. 영화를 많이 찍었고, 만화도 많이 그렸다. 그런 게 합쳐지면서 애니메이션이 하고 싶어진 것이다. 칼아츠에서 애니메이션을 했다. 필름도 만들고. 2014년에 <스탠리>라고 웰시코기 나오는 좀비영화를 만들었다. 4분짜리이다. 픽사에 와서 처음 작업한 게 <호퍼스>이다. 5년 동안 작업을 같이 했다. 동물과 관계된 영화가 제게 맞는 것 같다. 앞으로 영화감독을 하게 되면 재밌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역할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감독님 머리 보면 그렇다. 머리 색깔이 많이 바뀌었다. 6년이나 걸렸으니. 그래도 그 작업이 재밌으니까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호퍼스
● AI의 미래, 픽사의 미래
“에이아이의 발전이 빠르니 업계에서 생각하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픽사는 테크니컬한 면에서 업계 탑이다. 제가 보기엔 픽사는 아티스트의 정성을 중시하는 것 같다. 다른 곳에서는 모션 캡쳐나 로토스코핑 같은 다양한 방식을 사용하지만 픽사는 여전히 하나하나, 장인정성으로, 손으로 그리고 있다. 그게 강점인 것 같다. 에이아이가 영향을 주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 <호퍼스> 작업에서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것에 에이아이를 전혀 쓰지 않았다.”(존 코디 김)
“나도 같은 생각이다. 앞으로 에이아이를 활용한다면 그야말로 도구 같은 역할일 것이다. 반복 작업에 도움을 주면 좋다. 하지만 스토리를 내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색깔을 고르는 것, 상상력은 픽사의 강점이자, 아티스트의 역할일 것 같다.”(조성연 아티스트)
마지막으로 <호퍼스>의 관람을 독려하는 인사말로 50분 남짓 진행된 화상인터뷰를 마감했다.
“<호퍼스>에는 동물들이 많이 나온다. 춤도 춘다. 신난다. 극장에서 친구들이 같이 보면 더 좋을 것이다. 브러시로 하나하나 조절하며 넣었으니, 그 웅장함을 느낄 수 있도록 큰 극장에서 보시길 권한다.” (조성연 아티스트)
“극장에서 보니 관객들의 반응이 확실하다. 놀라기도 하고, 크게 웃는다. 극장에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보면 에너지가 있다. 그게 재밌다. 집에서 혼자 보면 그런 게 없으니까. <호퍼스>에는 코미디도 있고, 공포도 있다. 이상한 스토리이다. 엉뚱하기도 하고. 그리고 동물들이 무지 귀엽다. 스토리는 감동적이고 따뜻하다. 모든 것이 버물린 영화이다. 꼭 극장에서 보시라.” (존 코디 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