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고요한 산골 마을의 아침, 밤새 쌓인 눈을 쓸고 마당에서 장작을 패는 노인이 있다. 여든여섯의 나이에도, 매일 지게를 지고 산에서 나무를 해오는 전경석(86) 씨. 여전히 옛날 아궁이에 불을 때는 이 오래된 집의 주인이다.
아내 임종순(83) 씨와 함께, 단둘이 지내던 집에 변화가 생긴 건 2년 전이다. 막내딸 순희(52) 씨가 돌아오면서 집안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160년의 세월을 품은 이 집은 경석 씨의 인생이자, 자부심이다.
평생을 살아온 집안 곳곳엔 경석 씨의 삶의 지혜가 숨어 있다. 매일 동분서주 집을 살피는 경석 씨와 그런 남편을 하루 종일 따라다니는 종순 씨. 두 사람이 이렇게 살아온 지도 어느덧 60년이 넘었다. 오후 6시면 모든 일과가 끝나는 산골짜기. 하지만 경석 씨는 또 할 일이 있다. 바로 아내와 치는 ‘고스톱’. 사실 경석 씨는 그림 맞추는 정도의 실력이라, 마을회관을 주름잡던 아내와는 영 게임이 안 된다. 그럼에도 경석 씨가 매일 아내와 판을 벌이는 데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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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에도 나랑 살 거야?”라고 묻는 경석 씨의 말에 종순 씨는 “그럼, 영감이랑 안 살면 누구랑 살아”라고 대답한다. 스물두 살 각시와 여든여섯 살 서방님은 오늘도 꼭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지난 세월이 살아 숨 쉬는 오래된 집, 그 집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세 식구의 애틋한 시간을 따라가 본다.
방송 : 2026년 2월 23일(월) ~ 27일(금) 오전 7시 50분 KBS 1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