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ZOOM 화면을 뚫고 나올 듯이 씩씩하게 인사한다. <스위트홈> 속 전사 윤지수가 아니라 아직은 신인의 배우 패기가 엿보인다. 배우 박규영은 KBS 드라마스페셜 <강덕순 애정변천사>(2017)을 비롯하여 몇 편의 단막극과 CF, 뮤직비디오에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고,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남주리 역을 거쳐 최근 넷플릭스 <스위트홈>에서 야구방망이를 들고 괴물과 맞서 싸우는 윤지수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위트홈>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넷플릭스가 출연배우들과의 연쇄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코로나 여파로 화상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송강)가 가족을 다 잃은 뒤 새로 이사온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한 이야기를 그린다. 박규영은 이 지옥 같은 아파트에서 슬픈 과거를 가슴에 묻고 사는 씩씩하고 털털한 성격의 윤지수를 연기한다. 지수는 괴물에 맞서 야구방망이를 휘두른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끝내놓고, 9학점만 더 들으면 졸업이었다. 세 과목을 들었는데 ‘A+’이 두 과목, A를 한 과목 받았다.”라며 졸업의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 오디션 이야기. 맡고 싶었던 배역이 있었는지. 이 역할이 돌아온 뒤 처음 한 일은? 무슨 준비를 특별히 더 했는지.
“지수 역할로 오디션을 보았다. 원작 웹툰을 좋아했고 그 중 지수 역할을 하고 싶었었다. 감독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감독님이 옆에 있던 B팀 감독과 팔씨름해서 이기면 캐스팅하겠다고 하셨다. 아마 팔씨름할 때 그 눈빛, 무척 하고 싶다는 것을 확인하신 모양이다. 나가는 길에 대본 가져가라고 하시더라. 캐스팅 되고나서 베이스(기타)를 잘 다뤄야겠다고 생각해서 연습했다. 방망이 휘두르는 것도. 그래서 액션스쿨 다녔고 스크린야구장 가고 그랬다. 방망이와 친해지려고 노력한 것 같다.”
- 괴물이 등장하는 크리처물에 출연하는 부담감은 없었나.
“크리처물은 우리나라에서 드물었다. 그래픽 요소가 많은 작품은 처음 찍어보는 것이라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원작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 부담이 있었다. 나의 최애 캐릭터였던 지수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도 기대가 컸었다. 현장에는 크리처 역할을 하는 선배가 있었다. 연기에 몰입하기가 쉬웠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액션이 펼쳐지기에 합을 맞춰 연습하는 게 중요했다. 호흡이 잘 맞아서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 것 같다.”
- 겨울에 촬영을 했다. 반팔 옷차림이었다.
“촬영은 지난겨울에 끝냈었다. 꽤 긴 시간을 기다렸는데 좋은 반응을 받아 뿌듯하다. 추위를 이겨내는 것은 참는 것밖에 없다. (이)도현이가 ‘열정 하나로 이겨내더라.’고 말해 주었는데 고맙다. 쇠방망이가 무거웠다. 접해 본적이 없어서. 그걸 익숙하게 다루는 게 쉽지 않았다. 촬영이 없을 때도 갖고 다니며 휘두르곤 했다.”
- 작품을 다 보고 난 뒤 자신의 연기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항상 내가 참여했던 작품을 모니터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저 장면에서 좀 더 강렬하게 연기했다면, 좀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데 하는 생각뿐이다. 더 노력하겠다.”
● 스위트홈, 지수와 재헌
- 그동안 <스위트홈>을 몇 번 정도 봤는지. 자신이 보기에 가장 멋있게 나온 장면을 꼽으라면.
“전체는 3번 정도. 그리고 제가 나온 연기를 보려고 계속 본 것 같다. 이제는 <스위트홈>을 보내줘야 하는가 하면서도 넷플릭스를 켜면 계속 보게 되더라.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지하주차장 씬과 지수가 처음 등장하는 씬이다. 지하주차장은 찰라지만 독기 같은 게 보이는 순간표정이 좋다. 첫 장면은 지수가 어떤 애인지 보여주는 것이라서 좋아한다.”
- 정재헌(김남희 분)과의 연기 케미가 돋보인다.
“남희 오빠랑 나오는 장면이 많았던 것 같다. 다들 케미가 좋았다고 말씀 해주시더라. 촬영 시작 전에 다가오셔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사람 나오는 장면만 모아 뮤직비디오같이 만든 클립도 보았다. 뿌듯하고 감사드린다.”
- 두 사람의 설정은 원작과는 다르다. <스위트홈>은 어떤 영화인가.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보여주는 게 포인트인 것 같다. 괴물이 다양한 모습을 띤다. 크기도 모양도. 원작 웹툰과 연결되는 세계관도 있고, 다른 관계가 설정되기도 한다. 그런 재미가 10시간을 채운다.”
- 정재헌에 대한 지수의 감정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지수가 전사라는 입장에서 보자면 마음을 쉽게 줄 것 같지는 않다. 특정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시작된 전우애와 동료애가 있다. 이성 간의 호감은 그 사이 어디엔가 있을 것 같은 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지막 고백을 받았을 때, 재헌이 처음으로 주님의 뜻이 아니라 자신의 뜻이라고 말할 때. 그때 마음을 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재헌의 칼은?
“시즌2로 연결되면 지수에게 그 칼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방망이는 은유에게 줬으니. 최후를 맞이한 재헌을 생각하며 그 칼을 이용하지 않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재헌의 눈빛 에너지가 워낙 강했던지라 그 상황에만 집중했다. 정말 그 장면 좋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넷플릭스가 공개된 후 받은 인상적인 반응이 있다면?
“넷플릭스 월드차트를 봤다. 내가 좋아하는 ‘퀸스 갬빗’과 ‘스위트홈’이 나란히 있었다. 정말 뿌듯하다. 전 세계적 인기를 실감했다. 대박이고, 짜릿하죠. 재밌어요.”
-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졌으면 하나.
“재난상황 속에서 살아남은 인물들의 이야기니까 조금 더 ‘딥’해지고 강해질 것이다. 외적인 모습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된다. 죽음에서 살아남은 자들이니까.”
- 연기자의 꿈은 어떻게 꾸었는지. 외고 중국어과 출신인데 좋아하는, 혹은 영향을 끼친 중국어권 배우가 있다면?
“고등학교 다닐 때 연예인이나 연기자가 되는 꿈을 꾸지는 않았다. 영향을 준 것은 아니지만 최근 인상적인 중국 배우는 주동우이다. 너무 좋아한다.”
- <스위트홈>에는 고민시, 박규영, 고윤정이라는 세 배우가 트로이카 활약을 펼친다. 서로 작품 이야기를 나눴는지. 촬영 중 기억에 남은 배우가 있다면.
“이봉련 선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너무 다정하게 잘 대해 주셨다. 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감정을 보여주셨다. 감사드리고 싶다. 민시랑 윤정이랑은 같이 고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더 잘하자, 작품 잘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 나눴다. <스위트홈>이 공개된 후에도 몇 번 만났다.”
● 우연한 연기자, 노력하는 연기자
- 베이스(기타) 연습은 어떻게 했나.
“연기를 하면서 자신감 있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연습을 많이 했다. 지정곡 나오고 나서는 더욱 열심히. 지금도 손가락이 어렴풋이 기억을 하더라. 그 전에는 접해본 적이 없으니. 손가락이 아팠다. 그것 빼고는 재밌었다.”
- 우연찮게 연예인,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는데 자신의 외모나, 가진 자질로 보아 어떤 역할을 맡으면 제일 잘 할 것 같은지. 연기자로서의 각오.
“나 스스로가 특별하거나, 화려하거나, 너무 예쁘거나 그런 외모를 가졌다고는 생각한 적인 절대 없다. 누가 보면 옆집에 있을 것 같은 그런 편안한 이미지라고 생각해서 조금 다른 스타일로, 조금 다른 연기를 얹으며 다르게 봐주시는 것 같다. 특별한 역할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러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주변 사람 편하게 해주는 에너지가 연기에 묻어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어떤 모습 보여드릴지 나도 궁금하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내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니 하루가 모이고, 한해가 꽤나 보람차게 끝나더라. 매일매일 괜찮게 사는 것 같다. 이렇게 사는 게 목표이다.”
넷플릭스 <스위트홈>으로 주목받은 박규영 배우는 인터뷰를 이렇게 마무리 지었다. “박규영이라는 사람을 궁금해 하시고, 이렇게 질문해 주시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감사드린다. 올해도 제자리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계속 궁금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박규영/ 사람엔터테인먼트-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