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박정민이 뮤직비디오 찍으랴, 출판일 하랴, 영화 찍으랴, 뮤지컬(아니, 연극!)하랴 바쁘다. 그 와중에 신작 영화 홍보에 나섰다. 설 연휴에 개봉되는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이다. 북한과 러시아 국경 사이에서 인신매매 사건이 벌어지고 북한 보위부 소속의 박건이 사건 해결을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 급파된다. 그곳에는 국제적 마약거래를 파헤치기 위해 한국 국정원의 키 크고 잘 생긴 조인성이 와있었다. 둘이 싸우느냐고? 북한식당 ‘아리랑’에서 채선화를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남과 여가 조우한다. 어떻게 되느냐고? 류승완이 감독을 맡았다. 기대하시라! 박정민 배우를 만나 이 영화가 액션인지, 멜로인지 물어보았다.
“촬영할 때는 똑 같은 마음이다. 부담은 없었다. 개봉을 앞두고는 영화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잘 되었으면 한다. 작은 영화라면 (흥행이) 잘 안되어도 회복이 빠르겠지만, 이런 큰 영화는 배우로서 부담이 있다. 참여한 배우로 책임을 져야하니.” 설 연휴, 한국영화 기대작으로 개봉을 앞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이야기 자체가 흘러가는 방식이 굉장히 직진성을 띤다. 이 이야기를 류승완 감독이 어떻게 만들어낼지 궁금했다. 어떤 톤앤매너로 이 긴박한 이야기를 만들지, 내가 맡은 인물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은 놀랐다. 나의 어떤 면을 보고 박건 캐릭터를 맡기셨는지. 사실상 이 영화는 박건의 감정 상태를 따라 간다. 이야기가 전복되는 지점, 변곡점이 모두 박건에게서 기인한다. 이런 중요한 역할을 주신 것이 감사하다.”
(감독이 처음 박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언제인가?) “‘밀수’ 촬영 당시에 감독님이 액션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고 해서 좋게 생각한다고 했고, 할 생각이 있냐고 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 정도 이야기를 나눴었다. 이게 굉장히 남자답고, 액션이 만은 작품이라고 해서 체육관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캐스팅이 본격적으로 되고나서 박건이란 캐릭터가 멋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뭐랄까. 목적이 분명한 사람이고, 야심의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그런 인물을 만들려고 했다. 촬영이 시작되면서, 나는 오롯이 그 인물을 믿고, 취하게 된다. 박건에 가까워진 것이다.”
(멋진 박건이 어색하지는 않았는지) “절대 믿지 못하면 나 스스로가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렇다고 배우 안에서 없는 것이 나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뭔가 있다. 그것을 생각하고 발견해 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내 안의 순애보적인 것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발현된 것이라고 본다. 촬영이 10회 차 정도가 되면 그런 게 자연스럽게 발견된다.”
영화 '휴민트'
# 멜로배우 박정민
”멜로에 대한 갈증은 없었다. 그래도 이 작품은 선물처럼 찾아온 것이다. 사실 이것도 멜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구해내는 것이다. 그 대상이 채선화(신세경)인데 이렇게까지 절절한 이야기일 줄은 몰랐다. 아마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면서 감정이 좀 더 짙어지는 모양이다. 촬영 중반쯤 가서는 어쩌면 이게 멜로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언제쯤인가?) ”박건은 원래 국가에 충성하는, 원리원칙을 중시하던 사람이다. 그런 것에 익숙한 사람이 심경의 변화가 오는 지점이 있다. 신념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어렵고 쓸쓸할 때가 선화의 노래를 들을 때이다. ‘아, 이 영화가 멜로일수가 있겠구나’ 싶었다. 단 한 번도 신념과 개인적인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았던 사람이 무언가를 선택해야하는 것이다.“
”류승완 감독이 참고하라고 준 작품이 꽤 많다. 프랑스영화도 있고, 존 르카레 소설도 있고.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같은. 홍콩영화도 많이 이야기해주었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남자이야기. 그런데 그렇게 많이 말하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더 혼란스러웠다. 제가 주윤발이 아니니까. 이런 얼굴로 그런 사람을 연기하는 것은 좀 그렇다. 뭘 참고하라는 거지? 하지만 배운 것은 있다. 분위기. 한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 박건이라면 목숨을 던질 것이다. 물론 저는 그렇지 않다.“
영화 '휴민트'
#채선화와 박건의 이별 (feat. 패티 김 노래)
”물론 감정을 잡기 위해 우리만의 전사를 생각했었다. 핸드폰으로 듣게 되는 박건의 목소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박건 목소리와는 다르다. 어릴 때, 순수했을 때는 그랬을 것이다. 지금처럼 자기임무밖에 모르는 인물이 아니다. 이별을 하고 상대가 그리울 것이다. 같이 지낸 그 시간이 그리움이 물밀 듯이 다가올 때, 채선화를 다시 봤을 때 감정이 격해질 것이다.“
(다트를 던지면 임팩트 있게 등장한다)
”대본을 보고는 이거 찍기 힘들 것 같았다. 눈매의 정도, 대사의 톤 정도만 생각했다. 현장의 조명이 어떨지 모르니. 콘티만 보고 갔다. 그날 다들 엄청 열심히 찍겠구나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상대가 던지는 것은 받아서 던지라고 했다. 너무 무서웠다. 이게 언제 제대로 끝날지 모르니. 그런데 두 번인가, 세 번인가만에 기적적으로 그렇게 했다. “
박정민
# 침묵의 순간
”너무 답답하다. 개인적으로 대사에 기대는 배우이다. 말을 해야 감정이 나오는데 말없이 바라보라니. 신세경이 고문 받는 장면. 무슨 말을 해야 나의 감정이 나올 텐데. 결국 아무 표정이 없을 때가 더 영화에 어울린다고 보았다. 화보 찍을 때처럼. 그냥 몰입해가며 만들어갔다. 감독님이 그런 식으로 디렉션을 주었다. 클로즈업은 대본에 없던 것이다. 박건의 심정은 무조건 선화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 박건은 선화가 그곳에 있는 것을 알고 있었나?
”사실 그게 어려웠다. 감독님이랑 정한 것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것은 알았는데 아리랑에서 일하는 것은 몰랐다는 것이다. 박건은 원래 자기 임무를 빨리 수행하고, 채선화를 찾아보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황치성 총영사(박해준)를 따라갔다가 그곳에서 마주치게 된 것이다.“
”류승완 감독이 클래시컬한 색깔로 휴민트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잘 구현되었다고 생각한다. 감정적인 액션이 들어간 것이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북한 보위부 열성분자 박정민이 차가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옛사랑 채선화가 부르는 ‘이별’에 무장해제 당하는 류승완표 멜로액션 <휴민트>는 오늘(11일) 개봉한다.
[사진=샘컴퍼니/NE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