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큐온
‘철거가 먼저인가, 기존 주민들의 주거권 확보가 먼저인가?’ 최근, 이 오래된 질문에 새로운 답을 제시하는 공간이 탄생했다. 서울 양동 쪽방촌 재개발 사업에 앞서, 140여 가구의 쪽방 주민들을 먼저 이주시킨 공공임대주택, 해든집이다.
해든집은 서울역과 남산 사이, 양동 쪽방촌 재개발을 앞두고 조성됐다. 지하 3층, 지상 18층 규모의 공공임대주택으로, 2025년 완공 이후 9월부터 이주가 시작돼 140여 세대가 입주를 완료했다. 재개발에 앞서 주민의 거처를 먼저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존 정비사업과 출발점이 달랐다. 먼저 살 공간을 확보하고, 이주를 마친 뒤 기존 건물을 철거한 최초의 민간 주도 ‘선이주 후개발’ 모델이다. 강제퇴거 등의 갈등을 관리하는 대신, 갈등이 발생하는 조건 자체를 줄이는 선택이었다. 도시의 오랜 성장 공식을 바꾸는 최초의 민간 주도 순환정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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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든집’의 또 다른 특징은 거주 공간과 함께 기존의 복지 서비스가 함께 이동했다는 점이다. 상담소는 재개발 이전부터 남대문 쪽방촌에서 주민 상담과 지원을 맡아온 기관으로, 동일한 사회복지사들이 이주 이후에도 주민을 계속 만난다. 주거 환경은 달라졌지만, 지원의 주체와 방식은 끊기지 않았다. 주민들의 생활·간호 상담, 의료·기초 생활 지원을 비롯해 자활·자립 지원, 정서 지원, 안전 점검 등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공간, 달라진 생활을 마주한 주민들을 빈틈없이 돕는다.
주거 문제는 새로운 질문이 아니다. 시대와 장소를 바꿔가며 반복되어 왔고, 해결 방식만 달라졌다. 갈등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 갈등을 다루는 태도와 방식은 선택의 문제로 남아 있다. 서울 해든집은 그 선택 중 하나를 보여준다. 주거를 먼저 확보하고, 이후의 변화를 논의하는 방식. 이 사례는 완성된 해답이라기보다, 어떤 방향이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 선택이 만들어낸 변화의 의미와 가능성을 확인해 본다. *방송 : 2025년 2월 7일(토) 오후 10시 15분 KBS 1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