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화려한 넷플릭스의 마지막 불꽃을 더욱 화려하게 장식한 작품은 이응복 감독의 <스위트홈>이다. 원작 웹툰 속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살아있는 듯 시리즈를 장악하며 원작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는 은유. <스위트홈> 초반부 쓰러져가는 아파트 옥상에서 발레를 하던 여고생이다. 또래 여배우라면 누구나 욕심 내볼만한 은유를 연기한 고민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고민시는 최근 KBS 드라마스페셜 <고백하지 않는 이유>에도 출연했었다. 새해년에는 KBS드라마 <오월의 청춘>과 tvN의 <지리산>에서도 만나볼 배우이다. 코로나사태로 비대면 인터넷 화상인터뷰 방식으로 고민서를 만나 ‘스위트홈’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고민시는 '스위트홈'에서 매사에 삐딱한 사춘기소녀 이은유를 연기한다. 냉소적이던 은유는 미증유의 재앙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과 맞서 싸우며 한 뼘 성장하는 캐릭터이다.
“이렇게 사랑받을 줄은 몰랐다. 배우들과 스태프, 많은 분들의 공이라 생각한다. 공개 초반에 호불호가 많이 갈렸는데 점점 많은 사람들이 좋게 봐주시는 같아 기쁘다. 카페에 갔더니 사람들이 스위트홈 재밌다고 말하더라. 파급력이 대단하구나 생각했다. SNS에서도 많은 팬분들이 사랑해 주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스위트홈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 넷플릭스로 공개된 특별한 소감은.
“<좋아하면 울리는>에 이어 두 번째 넷플릭스 작품에 출연했다. 우리나라 반응도 좋지만 외국의 팬분들 반응도 뜨거웠다. 그 사람들이 제가 우현 선배에게 했던 제스처를 따라하는 인증영상을 많이 보내주더라. 그게 ‘코리아 제스쳐’라면서.”
● 고민시, 발레하는 전사
- 첫 장면 발레 장면은 어떻게 준비했나.
“대본을 보았을 때 웹툰 속 은유 캐릭터가 많이 각색된 것을 알았다. 감독님이 은유는 무용을 한 친구이니 오프닝에 쓰일 발레연습을 많이 해달라고 주문했다. 열심히 배웠다. 전체 시퀀스를 잡아주신 선생님도 계셨다. 모양을 잘 잡아주시며 잘 이끌어주셨다. 그 장면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다.”
- 평소에 작품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캐릭터는 스스로 구축하는 부분이 있다. 작품이 비슷한 캐릭터를 찾아본다든지 주위 사람을 관찰하며 모티브를 얻거나, 저의 색깔을 맞춰가는 식이다. ‘스위트홈’의 경우에는 특정 인물을 잡기보다는 분석해가며 나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간 것이다. 넷플릭스 <버드박스>를 보며 극한상황에 몰렸을 때의 위기감, 감정의 흐름에 대해 많이 연구했다. 또한 ‘할리퀸’도 참고했다. 강렬하게, 표현자체가 셀 수도 있는 인물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연구했다.”
- 오빠 은혁을 연기한 이도현 배우와는 내년 KBS드라마에서 연인으로 나온다. 소감은?
“‘오월의 청춘’ 대본을 받고 재밌을 것 같았다. 읽으면서 상대배우로 도현 배우가 어울릴 것 같았다. 안부 전화할 때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도현씨가 작년에 출연했던 단막극 피디님(KBS드라마스페셜2019-스카우팅리포터 송민엽 피디) 작품에 캐스팅되었다고 말했는데 이미 도현 배우가 먼저 캐스팅된 상태였다. 감사하기도 했다. 한 번 호흡을 맞춰봤기에 연기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다. 도현 배우는 잠재력이 많은 배우이다. 우리 남매를 아쉬워한 분들이 좋아하실 것이다.”
은혁과 은유 남매를 연기한 이도현, 고민시 배우는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고 해서 팬들이 ‘사약 남매’라고 부른다며 고민시 배우는 좋아했다. “그래도 ‘스위트홈’에서 저의 러브라인은 현수(송강)입니다.”고 강조한다.
- 송강 배우는 <좋아하면 울리는>에 이어 다시 만났다.
“왜 여기서 만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좋아하면 울리는’에서는 잠깐 짝사랑했고,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대쉬한 셈이다. 촛불을 들고 현수에게 가는 장면을 위해 연구를 많이 했다. 둘의 연기 호흡이 좋았다. 다른 작품에서 또 만나게 된다면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 벌써부터 ‘시즌2’에 대한 기대가 높다. 시즌2의 ‘스위트홈’은 어디가 될 것 같나.
“사실 저도 너무 궁금하다. 마지막에 탈출하여 도달한 곳이 광화문이다. 이미 죽은 도시이고, 어떤 굉장한 사건이 일어날 것 같기도 하다. 당연히 어딘가로 대피하여야 될 것이다. 괴물과의 전쟁터가 될 것도 같다. 더 이상 스위트하지는 않은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겠는가.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더 넓은 공간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며 세계관이 넓어지지 않을까요?”
- ‘스위트홈’에서는 욕망, 욕심이 괴물을 만든다고 한다. 본인의 욕심이 있다면?
“다양한 이미지의 색깔을 갖고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인간의 욕망으로선 먹는 것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사주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사주공부를 하는 편이기도 하다.”
● 나의 사주는 연기
- 사주를 배운다니 특이하다. 고민시라는 이름은 누가 지어주셨나.
“철학관에서. 용한 선생님이 지어주셨다.”
- 앞으로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면이 있다면.
“1년 전까지만 해도 <마녀>에서의 여고생 이미지가 굳어진 것 같았다. 그게 부담이 되어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외향적으로 성숙한 이미지를 보이려고 노력했다. 다이어트에도 신경을 썼다. 앞으로도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배우로서의 롤 모델이 있다면.
“<첨밀밀>의 장만옥을 좋아한다. <화양연화>에서의 장만옥을 제일 좋아하고. 메릴 스트립, 제니퍼 로렌스가 나오는 영화 많이 공부하고 있다. 여성이 주체가 되는 캐릭터를 좋아하고 계속 도전하고 싶다.”
- <스위트홈>에서는 은유 말고도 윤지수(박규영), 박유리(고윤정)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다.
“처음 오디션 볼 때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세 캐릭터의 대사를 다 읽어봤다. 처음에는 다른 캐릭터를 말했다. 나에게 웹툰에서의 유리 이미지가 있었던 모양이다. 감독님이 최종적으로 은유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은유는 발레도 해야 하고, 대사로 분위기를 환기시켜줘야 한다고 하셨다. 감독님께서 <마녀>때부터 인상적으로 봤다고 하셨다. 그래서 힘을 얻었다.”
-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이번에 로맨스, 미스터리, 크리처물을 하게 되었는데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미스터리와 멜로가 섞인 작품. 강렬한 스릴러 장르도 해보고 싶다. 사극도 해보고 싶다. 한복 입은 연기는 데뷔 때 말고는 없는데 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다.”
● 연기는 계속된다
- KBS드라마 <오월의 청춘>과 tvN의 <지리산>에 캐스팅되었다. 촬영스케줄은 나왔는지.
“<지리산>은 1월 중순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세트 완성되면 투입될 것이다. <오월의 청춘>은 감독님과 배우들이 리딩 맞춰보는 단계이다. 이것도 1월 말부터 들어갈 것 같다.”
- 배우 고민시의 프로필에는 독특한 경력이 있다. 2016년에 단편영화 <평행소설>로 4회 SNS 3분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작품 소개를 좀 해달라.
“<평행소설>은 짧은 3분짜리 영화이다. 예전에 오디션을 해도 잘 안되고, 작품에 갈증이 많았을 때 제 이야기하고 싶었다. 연출 욕심도 있었고. 배우로 성공하고 싶은 욕심을 사랑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약간 철학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유튜브 찾아보면 있을 것이다.”
- 여전히 연출에 대한 욕심이 있는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소속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에도 도전해보고 싶지만 일단은 본업인 배우에 충실할 것이다. 나이가 먹고 여유가 생기면. 언제가 되었든 마음 한 편에 있습니다.”
<스위트홈>의 무서운 여고생 은유를 연기한 고민시 배우는 “코로나로 힘든 시국에 좋은 질문 많이 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스위트홈>에 관심 많이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배우로 성장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터뷰 마무리 인사를 했다.
고민시 배우에 매료되었다면 <스위트홈>보다 <평행소설>을 먼저 찾아볼 것 같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고민시- 스위트홈 스틸/ 미스틱스토리 -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