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은 감독
넷플릭스 K-로코 <이 사랑 통역되나요>는 이탈리아어와 일어를 유창하게, 유려하게, 인간적으로 통역하며 사람과 사람을 소통시키는 다중언어통역사 김선호와 현실과 판타지, 현실과 트라우마를 오가며 절실하게 인간의 소통이 필요한 한류대스타 고윤정의 울퉁불퉁, 좌충우돌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KBS 드라마피디 출신의 유영은 감독이 홍작가의 판타스틱한 이야기를 아름답고, 환상적인 로맨스로 완성시켰다. 유영은 감독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동화 같은 판타지이고, 벼락스타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현실적 두려움을 담고 있다.
▶유영은 감독: “홍작가의 글에는 낯선 지점이 있다. 작품을 끝까지 보면 그런 낯선 지점도 이해가 될 것이다. 다양한 장르가 복합적으로 고려되었다. 우선은 당연히 로맨스이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의 진전, 각자의 성장을 응원하며 보기를 희망한다. 로코 장르로 가고 싶었고, 차무희(고윤정)가 보여주는 다른 자아와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극 초반에 동화적인 모습도 조금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표현들이 로코를 해치는 설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차무희를 이해하는 과정, 사랑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Q. 연출로 합류하게 된 과정은?
▶유영은 감독: “홍작가가 이 작품을 기획하면서 먼저 연락을 주셨다. 작가님들이 하려는 이야기와 저의 연출 방향이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작업하면서 캐릭터나 이야기의 방향성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눴고, 같이 만들어갔다.” (작가는 감독님의 전작 중 어떤 작품에 관심을 보였는지?) “단막극 ‘사교-땐스의 이해’, ‘연애의 흔적’과 ‘계약우정’ 이런 작품. 개성 있는 표현과 동화적인 이슈들이 작가들의 세계관과 맞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 결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캐스팅 관련, 이야기의 소재 등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함께 하게 된 모양이다.”
Q. 작가분은 촬영 현장에 자주 방문했는가?
▶유영은 감독: “현장에는 두 번 왔다. 응원하러 온 것이지만 배우의 감정에 방해가 될까, 촬영에 지장을 줄까 최대한 멀리서 서포트하는 편이었다. 연출하는 저도, 연기하는 배우들도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홍작가는 많은 작품을 해왔고, 드라마를 오래 했기에 항상 열려 있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의견을 많이 들어주시는 편이라 작업하면서 놀랐다.”
Q. 단막극과 몇 편의 KBS 미니시리즈를 거친 뒤 해외 로케이션 촬영도 많은 넷플릭스 작품을 하는 게 어렵지 않았는지.
▶유영은 감독: “로코 장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나라에서 촬영된 작품이다. 스태프, 제작피디가 경험이 많았다. 그런 유능한 스태프들이 일당백 이상으로 해주지 않았다면 이만큼 매끄럽게 진행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넷플릭스에서는 제작기간이 충분해서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이 사랑 통역되나요
Q. 넷플릭스와 작품을 해본 소감은?
▶유영은 감독: “연출자 입장에서 보자면 모든 것이 충분했다. KBS에서 드라마 만들 때 보다 준비할 시간이 많았다. 원하는 퀄리티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190여개 나라에서 동시에 방송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식으로 시청자에게 전달된다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해외 팬들을 직접 만나서 첫 회를 함께 보았다. 새로운 경험이었고, 인상적이었다.”
Q. 해외 로케지 선정을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유영은 감독: “일본의 경우는 저와 작가가 드라마 준비하면서 직접 가본 지역을 선정했다. 촬영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협조가 필요하다. 제작 파트에서 여러 문제들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캐나다 촬영도 마찬가지이다. 관광청의 협조 아래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는 여러 군데에서 찍었다. 관광객도 많으니 협조를 구해서 촬영해야 했다. 일반인들의 통행을 방해하면 안 되니까. 그런 선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Q. 이탈리아 오페라극장은 어떻게 찍은 것인가.
▶유영은 감독: “작가님이 이탈리아 에피소드를 쓸 때 그 나라의 특성이랄까 대표적인 부분을 활용하려고 했다. 그래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가사를 인용하였다. 그게 호진과 무희, 호진과 도라미의 상황을 잘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작품에 등장하는 극장은 크고 넓다기보다는 아기자기하다. 따뜻한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보통 오페라 극장을 빨간색이 강조되는데 그곳의 극장은 화이트와 청록색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이 사랑 통역되나요
Q. 홍작가의 대본에서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유영은 감독: “처음 작가님들과 이야기를 했을 때는 서로 다른 캐릭터를 가진 남녀가 만나 서 말로 인해 생긴 오해와 이해를 하게 되는 과정을 로맨틱 코미디로 진전시켜보자는 의도가 컸다. 실제 그게 제목이나 상황, 또 등장인물의 직업에도 많이 반영되었다. 중반부에 접어들면서는 단순히 말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어떤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까지 확장되었다.”
“그 과정에서 도마미라는 인물이 활용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도라미가 차무희와는 다른 자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차무희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호진이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차무희의 모습이 도라미로 발현이 된다. 결국에는 그 도라미가 호진이 무희를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작가님들이 너무 잘 하시는 동화적인 세계관, 판타지스러운 부분이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
Q. 차무희는 마지막에 엄마를 찾아가서 무엇을 확인하려고 했을까.
▶유영은 감독: “마지막에는 인물의 성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희는 자신의 상처나 어둠을 피하고 도망치려고 했던 인물이다. 12화에 이르러서는 도망가지 않고 좀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어떤 성장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엄마로부터 시작된 트라우마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엄마를 만나야만 끝날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것은 사실 두 사람의 사랑의 완성에 좀 더 방점이 찍혀야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큰 가족사를 세세히 보여주면 시선이 그쪽으로 쏠릴 것이다. 그 부분은 좀 상상에 맡겨두었다. 무희와 호진이 완벽한 해피엔딩 속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 너무 비극적인 사연의 마무리보다는 조금은 포용할 수 있는 마무리가 되기를 바랐다.”
Q. 지상파 피디라며 시청률에 연연하게 된다. 넷플릭스의 경우 작품이 공개된 뒤 시청지표나 피드백을 받았는지.
▶유영은 감독: “그런 것은 없다. 아무래도 미니시리즈의 경우 실시간으로 1부의 반응을 보게 되는데 이번엔 전체 에피소드가 동시에 공개된다. 반응도 잘 알려진 그런 랭킹을 본다. 몇 개 나라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그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시청자분들이 봐주셨으면 한다.”
Q. 차무희 엄마에 대해서 궁금하다. 왜 그랬을까요?
▶유영은 감독: “그에 대한 설정이 많았지만 결국은 무희의 엄마는 남편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다 같이 사라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그런 불안감에서 기인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추락하는 무희를 바라볼 때 엄마는 글썽이는 눈빛을 보인다. 자기처럼 사랑받지 못하는 삶을 살까 봐. 그런 표정을 지은 것이다. 어둡고 날카로운 부분보다는 어린 무희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내용적으로 담지 못했던 것은 개인의 트라우마 위주로 이야기의 무게 중심이 실리게 될 것 같아서이다. 그래서, 짧게,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유영은 감독
Q. 이이담이 형제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유영은 감독: “일부러 형제로 생각한 것은 아니다. 호진이 우연히 지선을 만나서 좋아하는 마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다. 호진의 입장에서는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강력한 이유가 있어야한다. 엇갈린 타이밍이다.”
Q. 노재원은 짧지만 강력한 존재감을 보인다. 두 사람 사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영은 감독: “처음 캐스팅 때에는 이야기 후반부에 그 인물이 얼마만큼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캐릭터적으로 엉뚱한 자기만의 세계가 있었으면 했다. 너무 악인이거나 의도가 나쁜 사람이라면 무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을 것이다. 노재원 배우가 그런 표현들을 잘 해주었다.”
Q. 주호진이 어렵게 이탈리아에 갔고, 엄마를 만나는데, 왜 엄마 결혼식 장면은 없었을까.
▶유영은 감독: “호진과 엄마의 관계된 오래된, 풀지 못한 숙제가 있는 관계이다. 일부러 이태리에 간 것이 아니다. 우연히 마주치지 않으면 풀기 힘든 과제이다. 가족 간의 잘못된 감정, 오해가 쌓이게 되면 다른 사람사이에 생긴 오해보다 더 풀기 어렵다. 두 사람의 관계를 풀어주는 것은 그런 해프닝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우연한 기회에 ‘다리오’와 얽히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성격상 오래된 오해를 풀지 못했을 것이다. 그 때 보여주는 코믹함이 두 사람의 갈등을 허물어뜨리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사랑 통역되나요
Q. 고윤정은 명품 브랜드로 치장한다. 샤넬 앰버서더의 힘인가, 넷플릭스 자본인가?
▶유영은 감독: “글쎄 정확한 금액은 잘 모르겠다. 그런 설정을 한 것은 차무희는 처음 등장할 때는 스타가 아니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이기에 초반에는 좀 캐주얼한 모습으로 접근했다. 그러다가 신변에 이상이 생기고 상황이 바뀐다. 배우로서 엄청난 인지도를 쌓은 인물로서 외향적으로 화려하게 보일 필요가 있다. 그 브랜드를 착용했을 때도 그냥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을까.”
Q. 김선호와 고윤정의 케미.
▶유영은 감독: “작가님들이 고윤정과 이미 한 번(‘환혼’) 합을 맞췄기에 강하게 확신하는 부분이 있었다. 저도 궁금했고 기대가 컸던 배우라서 좋은 캐스팅이라고 생각했다. 통통 튀는 역할과 함께 무게를 잡아줄 수 있는 연기,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에서 좋은 연기력을 보여준 김선호 배우라면 서로 균형감이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최고의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Q. 쿠로사와 히로를 연기한 일본 배우 후쿠시 소타에 대해서.
▶유영은 감독: “일본 배우를 캐스팅할 때 고려한 사항은 극중극인 <로맨틱 트립>에 어울리는 로맨스 왕자 이미지였다. 스위트하면서 악동 같은 연기를 할 배우를 고심했다. 일본 측에서 추천받기도 했다. 그 배우는 한국과의 협업에 관심이 많았고 열정적이었다. 한국영화로 많이 보고, 우리말 공부로 하였다.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Q. 그런 뛰어난 통역사를 드라마 촬영현장에 몇 달을 붙잡아둘 수 있는가.
▶유영은 감독: “극중 처지가 그랬다. 자기가 좋아했던 여자의 결혼식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그 소동에 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마침 3개월 출장이라니. 무리한 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결심을 하게 되는데 그런 감정선이 있다.”
Q. 이번 해외 촬영에서의 통역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유영은 감독: “저희도 똑같이 일본어 선생님이자 통역을 해주시는 분이 현장에 있었고, 이탈리어도 마찬가지였다. 배우에게 이탈리어를 지도해 주시면서, 또 저와 이탈리아 배우 사이에 통역을 해 주었다. 일본 배우(히로 역)와는 영어로 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중반 들어서는 한국어가 능숙해지면서 서로 좀 알아듣는 수준이었다. 처음에는 통역에 의존을 많이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말이 통하는 것이 좀 신기했다.”
유영은 감독
Q. K-드라마와 한류의 인기를 실감했는지.
▶유영은 감독: “해외촬영을 할 때 배우들을 작품으로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다. 캐나라 캘거리에서 촬영할 때 김선호 배우를 홍반장(‘갯마을 차차차’)으로, 고윤정은 낙수(‘환혼’)로 부르더라. 알아보는 것이다.”
Q. 그러면 유영은 감독님은 방송국 피디를 언제부터 꿈 꿨나요?
▶유영은 감독: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했다. 중3부터 드라마피디가 꿈이었고, 자연스레 방송사 입사 준비를 했다. 감사하게도 2012년 KBS에 입사하여 드라마를 시작했다. 10년의 세월동안 많은 작품을 했다. 조연출도하고, 단막극도 찍고. 다양한 작품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드라마를 배웠다. 감사한 마음이다.” (중3부터라. 그럼 그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지?) “뭔가 열광하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때 본 <겨울연가>이다. 학원 마치고 버스에서 내리면 9시 45분이었다. 5분 안에 달려가야 했다. 언니랑 집으로 달려가서 TV를 보았었다. 좋은 기회로 이 작품을 제안 받았고 재밌는 작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KBS에서 10년 있으면서, 다른 영역, 장르도 하고 싶었다.”
** <겨울연가>는 윤석호 감독의 KBS드라마이다. 한류대스타 배용준, 최지우가 나왔다**
“앞으로도 결핍을 가진 인물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위로와 공감을 얻고, 일상에 활력을 얻는 그런 드라마를 앞으로도 많이 만들고 싶다.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사진=넷플릭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