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수
1970년, 서울 청와대에서는 경호실장, 비서실장이 권좌를 충실히 보위할 때, 저 아래 부산의 중앙정보부와 부산지검 검찰들은 국가를 위해 '어떻게' 충성을 다 하고 있었을까. <내부자들>과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은 그 엄혹한 시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펼친다. 디즈니플러스의 <메이든 인 코리아>이다. 배우 서은수는 이번 작품에서 부산지방검찰청 특수부 장건영 검사실의 수사관 오예진을 연기한다. 검사 정우성과 함께 마약사업에 손을 뻗치는 중정요원 현빈의 야욕을 분쇄하기 위해 뛰고, 달리고, 소리친다. 네이티브 부산사투리로. 서은수 배우를 만나 작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합류하게 된 이야기부터. 대본은 언제 받았는지
▶서은수: “소속사를 통해 이런 작품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 그 전에 친한 동생(이주연)이 장혜은 역(장건영 검사의 여동생)으로 작품에 들어간다고 해서 진짜 부럽다고 그랬었다. 그런데 운명이었는지 회사(소속사)에서 대본이 들어왔다며 읽어보라고 그랬다. ‘너무 하고 싶어요’하고 바로 진행되었다. 내가 맡은 오혜진 캐릭터가 너무 매력이 있었고, 부산 사투리를 시원하게 할 수 있어서 한 번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었다.” * 서은수는 부산 출신이다 *
Q. 1970년대 부산 사투리는 어땠는가. 따로 준비를 했는지?
▶서은수: “작품에서는 1970년대의 부산사투리가 나온다. 지금이랑은 조금 다르다. 그래서 그런 사투리를 따로 연습했다. 말끝에 '~하예'라고 해야 하는데 입에 잘 안 붙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말투이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이거 좀 읽어 보세요’하면서 그 말투를 익혔다. 당시의 인터뷰나 뉴스를 많이 찾아봤다. 확실히 지금과 다르다. 악센트가 강하다. 연습을 많이 했다.”
Q. 오예진 캐릭터는 텐션이 꽤 높다. 극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역할이다.
▶서은수: “저의 평소 성격과는 다르다. 작품에서는 예진이만의 바이브가 있다. 활어 같은 캐릭터를 생각하며 만들어갔다.” (감독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시대적 분위기가 있다. 남자들이 가득한 마약수사반에서 여자가 일을 하려면 깡다구와 힘, 에너지가 있어야할 것이다. 평범하지 않고 활어(活魚) 같을 것이다. 감독님은 부산지검에서 일한다면 어떤 엣지가 있어야할 것 같냐고 말했다. 난 생동감 있는 인물이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첫 대본 리딩할 때 내가 준비한 것이 맞나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제가 맡은 부분에서 많이들 웃어주시더라. 내가 생각한 캐릭터가 재밌겠구나 생각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Q. 드라마 ‘수사반장1958’에서의 역할과 비교하자면?
▶서은수: “‘수사반장’ 속 이혜주도 그 시대에 자기의 목소리를 주체적으로 낼 수 있는 여성이었다. 이번에 연기한 오예진은 조금 더 뜨거운 인물인 것 같다. 활어처럼 직진하는 캐릭터이다. 온도도 다르고, 욕망도 있고, 강단도 세다.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이다.” (그런 캐릭터를 선호하는가?) “그런 것도 같다. 강단 있게 움직이는, 안주하지 않는 캐릭터를 좋아한다.”
Q. 그 시대의 오예진은 어떤 인물이었는지.
▶서은수: “처음엔 ‘미스 오’로 시작된다. 커피만 타고 잡일, 청소만 한다. 사법고시와 검사를 꿈꿨지만 여성으로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장건영 검사가 수사관으로 오면서 ‘반가워요, 오 수사관’이라고 불러주면서 직함이 생긴다. 그러면서 나도 저런 멋있는 검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봤다. 여성, 남성으로 구분하지 않고 나를 어떤 사람으로 믿어주고, 여자도 할 수 있게 힘을 준 장건영 검사를 믿고 따르게 되는 것이다. 현장에 계속 투입되면서, 함께 일을 하면서 그에 대한 존경심과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꿈을 꾸게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Q. 헤어 스타일은? 뽀글 머리가 인상적이다.
▶서은수: “감독님 아이디어다. 처음엔 긴 생머리였는데 시대적 느낌이 잘 살지 않더라. 스타일을 바꾸고 나니 펑키한 느낌을 주었다. ‘오예진’다운 날 것의 바이브가 살아났다.”
Q. 영화 <마녀2>에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역할이었다.
▶서은수: “<마녀2>는 청순한 이미지로 오디션을 갔었는데 박훈정 감독님이 ‘너무 잘 생겼다’며 캐스팅 하셨다는 것이다. 뭘 보고 나를 캐스팅했을까 의문이었는데 새로운 얼굴을 발견해 주신 게 고마웠다. 그 뒤 다양한 제안이 들어왔고 ‘메이드 인 코리아’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마녀’에서는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하기싫어도 해야 하는 ‘이건 숙명이야’ 하는 캐릭터였다면, 이번 오예진은 불에 뛰어가는 불나방 같은 인물이다. 더 뜨거운 캐릭터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Q. 이번 작품에서 ‘오예진’ 말고 탐나는 역할이 있다면.
▶서은수: “다 탐이 난다. 그중 고르라면 최유지 역할. 날카롭고, 차갑고, 서늘한 느낌이 매력적이다. 일본어를 많이 한다. 해보고 싶다.”
Q. 장건영 검사의 정우성 배우와 연기하는 신이 많다.
▶서은수: “현장에서는 대본대로 가지 않고 애드리브로 하는 부분이 많았다. 즉흥극을 하는 느낌이 많았다. 그럴 때 정우성 선배가 ‘이렇게 저렇게 할 테니... 예진이는 이렇게 하는 것이 어때?’라면 캐릭터에 맞는 대사와 움직임을 해주었다. 많이 흡수하고, 배우려고 했다.”
Q. 어떤 부분이 애드립이었는지, 감독님은 애드립을 좋아했는지.
▶서은수: “너무 좋아하셨다. 대본대로 가지 않고, 생동감 있게 하는 걸 좋아했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아이디어도 많이 내시고. 저는 부산 사투리에 대해 의견을 많이 냈다. 날 것의 느낌을 주도록. 차 안에서 강대일과 펼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 애드립이다.”
Q. 이번 작품을 하며 서은수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 게 있다면.
▶서은수: “그냥 오예진 역에 빠져있었다. 산에서 막 뛰고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찍을 때는 힘든 줄을 모르고 했다. 예진이도 광기가 있는 인물이지만 나도 뭔가 하나에 꽂히면 그런 식이다. 촬영이 다 끝나고 나서야 ‘아 다리가 이상하네’라고 느낄 정도였다. 이 작품을 보고 ‘저게 서은수였어?’라고 말씀해 주시는 게 제일 기쁘다. 저의 다른 면을 보신 것 같다.”
Q. 1970년대, 한국사회를, 부산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서은수: “따로 영화를 본 것은 없다. 대본을 받고 유튜브를 찾아봤다. 등장하는 사람들은 다들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 시대를 살지 않았기에 잘 몰랐던 부분이 많다. 다큐도 찾아보고, 할머니에게 여쭤보기도 했다. ‘뭐, 살기 바빴다’고 말씀해 주시더라. 다들 욕망이 많았던 시기 같았다. 그 시대에는 어떤 개인적 욕망이 있었을까. 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서은수
Q. 우민호 감독의 연출스타일은?
▶서은수: “영화에 대한 사랑이 많으시고, 배우를 고민하게 만든다. 배우들이 이 작품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소통을 많이 한다. 어떻게 하면 이 인물이 더 살아 있을까 계속 아이디어를 주신다. 그 하나하나를 매력적으로 그려주신다. 우민호 감독님을 만난 것은 축복인 것 같다.”
Q. 한예종에서 찍은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
▶서은수: “단편 하나밖에 없다. 3학년 때 바로 CF모델을 했다. 아르바이트로 시안을 찍었는데 그걸로 데뷔하게 되었다. ‘재는 왜 저리 열심히 하지?’ 그런 이야기를 들을 만큼 열심히 알바를 했다. 그 돈으로 프로필 사진 찍고, 소속사 넣고 그랬다. 빨리 연기를 하고 싶었다. 기회가 일찍 왔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를 찍었다. 휴학이 오래 하다 보니 학교에서는 제적당했다.”
Q. 하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
▶서은수: “데뷔 이후 청순한 역할을 많이 해서인지 그렇지 않은 역할에 대한 갈증이 많았다. 보여주지 못한 것에 많다. 많은 인물이 나오는데 그것에 묻혀 가기 보다는 주체적으로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라면 그 어떤 배우라도 매력을 느낄 것이다. 저도 부산에서 올라와서 신념을 갖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로맨스 작품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뭐든 끝에 가서는 이뤄지는 이야기 말이다. 중간에 떠나지 않고, 죽지 않는 것으로.”
Q. ‘메이드 인 코리아’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서은수: “우민호 감독님의 시네마틱한 연출이 돋보인다. 매 회차가 영화 같아서 계속 보고 싶게 만든다. 지금까지 3번 봤다. 원래 내가 나오는 작품을 잘 보지 못하는데 이 작품은 봐도봐도 좋더라. 이 작품을 함께 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Q. 오늘 인터뷰에서 ‘활어 같은 연기’라고 몇 차례 이야기했다. 회를 좋아하는가 보다.
▶서은수: “너무 좋아해요. 방어해 좋아합니다.”
Q. 시즌2에서는 오예진의 어떤 모습을 볼 수 있는가.
▶서은수: “시즌2에서는 색깔과 결이 많이 다를 것이다. 9년의 시간이 흐른 뒤의 이야기이다. 부산지검에는 사직서를 낸 상태이다. 오예진의 해맑은 모습은 많이 누그러진다.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 것 같다. 더 냉철한 것 같다.”
서은수와 함께 현빈, 정우성, 우도환, 조여정, 원지안, 정성일, 강길우, 노재원, 릴리 프랭키, 박용우 등이 출연하는 우민호 감독의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1은 디즈니플러스에서 정중행할 수 있다. <시즌2>는 현재 열심히 촬영 중이고, 올 하반기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