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호 감독
“백기태, 그 캐릭터가 ’메이드 인 코리아다. 과거도, 현재도, 언제든”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공개된 디즈니플러스의 <메이드 인 코리아>가 배우들의 선 굵은 연기로 ‘제3공화국’ 류의 정치드라마 매니아에게 시네마틱한 경험을 안겨주고 있다. 이미 <내부자들>, <마약왕>, <남산의 부장> 등을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를 해부한 우민호 감독을 만나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작품은 이미 ‘시즌2’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70년 대, 중앙정보부 부산지부의 야심만만한 백기태 과장(현빈)이 ‘마약’으로 정권과 권력가에게 충성을 바치려는 욕망과, 그를 잡으려는 부산 지검의 장건영 검사(정우성)의 대결을 기반으로 청와대 구중심처와 오사카 야쿠자 ‘나와바리’를 오가면 시대의 명암을 그린다.
# 이야기의 시작
“그 시절 미군이 마약거래를 한 것은 실화이다. 실제 그런 사건이 있었다. 한국인 부부가 죽었다. 희생자는 임신 중이었고, 어린 딸이 있다. 사건을 보도한 신문에 난 사진이 기억이 난다. 부부의 시체가 담요로 덮여있는데 발이 삐져나와 있고, 그 앞에는 여자아이가 있다. 1970년대이다. 사건현장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된 채 사진에 담긴 것이다. 3화에서 다룬 사건은 정인숙 사건이다. 총을 맞고 차에서 발견되었는데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이야기를 시네마틱하게 찍었다. 이 이야기가 완결이 되려면 12부작까지 봐야할 것이다.”
# 1970년대의 대한민국을 찍은 이유는.
“대학 다닐 때 동아일보에 연재된 김충식 기자의 <남산의 부장>을 열심히 읽었었다. 매우 충격적이었다. 실화였으니. 미국의 마피아 이야기 같았다. 나중에 영화감독이 되면 꼭 다루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다. 전작들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이번에 담은 것이다. 대한민국에 왜 그런 일이 일어날까. 1년 전에도 그런 사건이 반복되었다.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그 기원은 어디일까. 국가를 위한다며 쿠데타를 일으키고, 권력을 잡으려고 하는 것에 대한 분노.”
'메이드 인 코리아'
# 송강호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마약왕>과의 차이가 있다면
“마약왕‘에서는 개인의 영달을 다룬다. 신념의 무게로 보자면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인물이 더 괴물이다. <마약왕>의 주인공은 국가권력이 아니라 소시민이었다. 거리감을 두고 싶었다. 관객들이 송강호라는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안 한다. 이번 작품에선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백기태에게 감정이 확 이입되기를 바랐다. 욕망의 전차에 올라타서 같이 질주하게 만들고 싶었다. 어느 정도 나의 의도가 먹힌 것 같다. 그 곳은 우리가 못 가본 곳이다. 영화 <대부>를 보면 나쁜 사람인데 보면서 응원하잖은가. 그리고 영화가 끝나면 느끼는 것이 있다. 인생은 저런 것이라고. 유혹도 많고. 우리네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중정요원 현빈 vs. 검사 정우성
- 현빈 배우가 빌런이다. 그런데 너무 멋있게 그려진 것은 아니가?
“그건 아니다. 그 캐릭터는 멋있을수록 좋다. 욕망의 전차에 올라타서 꿈을 향연을 펼치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런 욕망이 투사되어야하는 영화이다. 현빈은 <하얼빈>에서 호흡을 맞췄는데 너무 좋았다. 그때 그 배우의 다른 얼굴을 봤었고, 그걸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하얼빈>보다 이게 반응이 더 좋은 것 같다.”
# 검사보다 중정요원이 더 이성적이고, 냉철하다.
“정우성이 연기한 장건영 검사는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다. 4화를 보면 장건영의 개인사를 보여준다. 그의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때 징용으로 끌려갔다. 노동자에게 각성제를 먹여가며 잠도 제대로 안 재우고 일을 시켰다. 전후 일본 사회도 그 문제로 시달렸고,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검사로서 보여주는 정의감이란 것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한 행동일까? 사사롭지만 그것 또한 우리 역사의 비극이다. <시즌2>에 정우성이 컴백한다. 진짜 나쁜 사람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
# 가족이야기
“이 드라마에는 가족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백기태 가족이 큰 중심을 이룬다. 시즌2에서는 우도환 배우가 큰 축을 맡을 것이다. 그는 왜 형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지. 형은 왜 그렇게나 동생을 통제하려고 하는지. 시즌2에 공개된다.”
#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개인의 욕망을 파고 들다보면, 그 시대가 안고 있는 사회시스템이 문제이다. <내부자들>에서 한 이야기이다. 한 개인의 사사로운 욕망과 감정은 그 시대가, 그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본다. 그럼 그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탐구하고 싶었다. 백기태 캐릭터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괴물이다. 그래서 제목은 ’메이드 인 코리아‘이다. 욕망의 형태는 다양하다. 그 본질을 보고 싶었다. 한 번 올라타면 내려오고 싶어도 못 내려오는 그런 욕망.”
# “나, 마초 감독 아니다”
“새로운 배우랑 작업 해보고 싶었다. 서은수 배우는 <마녀2>를 보고 캐스팅한 것이다. 조여정 배우가 그 중심을 잡아주었다.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난 마초 감독 아니다. 고양이 세 마리 키우는 집사이다. 3부에서인가, 뜨개질하면 여자들이 수다 뜨는 장면이 있다. 생각해 보니 나는 그런 장면을 한 번도 찍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걸 찍고 있는 것이다. 재밌게 나왔다. 소질이 있더라. <시즌2>에서도 여성의 활약이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원지안의 미래는?) “일본이 배경이니 일본적인 느낌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다. 이케다 회장과의 관계가 정확이 무엇인지. 그녀의 욕망도 크다. 시즌2에서는 원지안의 활극이 나올 것이다. 장검을 쓰는 원지안!”
# 정우성의 연기에 대한 호불호가 많다. 원래 의도한 것인가.
“장건영은 통제가 안 되는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다. 당시 검사는 한 해 극소수의 인원만 뽑았다고 한다. 엘리트 중의 초엘리트이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이었다. 당시에는 검찰과 중앙정보부가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었다. 유신정권을 만든 것이 검찰이다. 그런 막강한 조직의 돈키호테이다. 아무나, 함부로 손을 못 대는 존재이다. 그런 장건영은 과장된 모습을 보인다. 아버지라는 개인적 트라우마가 있다. 그걸 감추기 위해, 자기를 보호하려는 허세의 웃음이다. 6화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런 웃음의 의미에 대해. 시청자의 반응을 보고, 복기하고 있다. ’시즌1‘에서는 돈키호테 같은 장건영이지만 백기태에게 박살이 난다. <시즌2>에서는 9년의 시간이 흐른 뒤 컴백한다. 감옥에서 2년을 살았다. 이제 이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막노동을 하며 7년을 버티며 칼을 갈았고, 찬스를 잡아 돌아온 것이다. 9년을 허송세월로 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똑같이 하면 못 이긴다는 것을 알기에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30년차 배우 정우성의 시즌2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노재원의 속내
“중정 부산지부의 두 과장, 현빈과 노재원의 엇박자가 드라마를 강화시킨다. 둘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안 섞이는 것 같았는데 점점 맞춰가는 게 신선했다. 둘은 중앙대 선후배이고, 둘 다 해병대를 나왔더라. 그런 게 재밌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의 노재원 연기가 인상적이어서 캐스팅했다.”
# 비주얼 폭발, 라스트 신의 매력
“현빈의 비주얼은 엔딩 찍을 때 빛난다. 원래 대본에 없었던 장면인데 현장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시가를 입에 물고, 다 함께 박수를 치고, 국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다. 찍으면서 이건 화제가 될 것이라 직감했다. 원래 생각했던 라스트 신은 백기현이다. 시즌2를 기대하게 하는 암시가 있었다. 그런데, 현빈이 장식했다.”
- ’메이드 인 코리아‘라면 자부심이 넘치는 말이지만 이 작품은 부정적인 셈이다.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이래 뵈도 난 <하얼빈> 찍은 사람이다. “시즌1에서 현빈씨는 멋있다. 시청자들이 백기태와 함께 신나게 달리는 것이다. 그런데 시즌2에서는 올라탄 걸 후회하게 될 거이다. ”
현빈, 정우성, 우도환, 조여정, 서은수, 원지안, 정성일, 강길우, 노재원, 릴리 프랭키, 박용우가 욕망의 전차에 올라 1970년대를 질주하는 우민호 감독의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1(6부작)은 지금 디즈니플러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사진=디즈니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