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물랑루즈!.
짙은 화장을 한 무희들이 화려한 치마를 걷어 올리고 다리를 하늘 위로 쭉쭉 뻗는 '캉캉'은 퇴폐적 파리를 상징하는 시그니처 장면이다. 화가 로트렉이 1889년 그림으로 남겼던 그 시절 물랑루즈의 은밀한 러브스토리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2001년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 <물랑루즈>(바즈 루어만 감독)를 바탕으로 호주 창작진이 탄생시킨 이 뮤지컬은 2019년 브로드웨이 대성공 이후, 2022년 서울 초연 당시 104회 공연 동안 15만 관객을 동원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물랑루즈>는 몰락해가는 카바레 ‘물랑루즈’를 배경으로 그곳에 생계를 의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가의 꿈을 품고 파리에 온 미국인 크리스티안은 가난한 예술가 로트렉과 춤꾼 산티아고를 만나 하룻밤 사이 친구가 된다. 그리고 운명처럼 물랑루즈의 다이아몬드, ‘사틴’을 마주한다. 극장장 지들러는 재정 위기에 처한 카바레를 살리기 위해 부유한 몬로스 공작의 후원을 끌어내려 하고, 그 과정에서 사틴을 이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절박한 생존과 퇴폐적인 미학, 그리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명곡 퍼레이드와 함께 쉼 없이 휘몰아친다.
빨간 풍차 장식으로 유명한 ‘물랑루즈’는 1889년 파리 몽마르트르에 세워진 세계 최초의 극장식 카바레다. 캉캉의 기원지로 알려진 이곳은 등장 즉시 파리 사교계의 핵심이 되었으며, 정재계 인사들이 드나들며 중요한 밀담을 나누는 장소였다. 작품에서 눈치 챌 수 있듯이 이곳은 신사들과 숙녀들의 은밀한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 곳이다.
뮤지컬 물랑루즈!.
공연을 거듭 볼수록 인물들의 전사에 주목하게 된다. 크리스티안의 친구 로트렉은 실제 물랑루즈를 배경으로 수많은 걸작을 남긴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을 모델로 한다. 1884년 몽마르트르에 정착한 그는 밤마다 이곳을 찾아 ‘라 굴뤼’, ‘잔 아브릴’ 등 전설적인 무희들을 화폭에 담았다. 극 중 캐릭터보다도 더 예술적이고 극적인 삶을 살았던 그의 흔적을 찾는 것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묘미다.
<물랑루즈!>는 '쇼'의 정점을 보여준다. 70여 곡의 팝 명곡이 촘촘하게 엮인 주크박스 뮤지컬의 정수다. 오프닝 ‘Lady Marmalade’부터 엘튼 존의 ‘Your Song’, 사틴의 등장을 알리는 ‘The Sparkling Diamond’는 관객의 시청각을 압도한다. 특히 2막의 ‘El Tango de Roxanne’은 질투와 욕망을 폭발적인 탱고로 재해석한 이 작품의 백미다. 레이디 가가, 시아, 아델의 히트곡들이 유연하게 리믹스된 넘버들은 자칫 과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20세기 초 파리의 어둠과 화려함 속에 녹아들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보편적인 감동을 만들어낸다.
작년 11월 27일 시작된 뮤지컬 〈물랑루즈!〉 한국 재연 무대는 2026년 2월 22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재연무대에는 홍광호-이석훈-차윤해가 크리스티안을, 김지우-정선아가 사틴을 연기한다. (박재환.2026)
뮤지컬 물랑루즈!.
▶뮤지컬 ‘물랑루즈!’(Moulin Rouge! The Musical) ▶공연: 2025.11.27.(목)~2026.2.22.(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출연 :크리스티안(Christian) 홍광호, 이석훈, 차윤해/ 사틴(Satine) 김지우, 정선아/ 지들러(Zidler) 이정열, 이상준/ 몬로스 공작(The Duke of Monroth) 박민성, 이창용/ 로트렉(Lautrec) 지현준, 최호중/ 산티아고(Santiago) 서만석, 심건우 ▶연출:알렉스 팀버스 ▶한국협력연출:조지선 ▶극본: 존 로건 ▶번역:김수빈 ▶음악:저스틴 르빈(Justin Levine) ▶제작:CJ ENM, 놀유니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