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네프의 연인들
1990년대를 사로잡은 세기말의 사랑, <퐁네프의 연인들>을 극장에서 다시 만난다.
<퐁네프의 연인들>은 〈소년, 소녀를 만나다〉, 〈나쁜 피〉와 함께 레오 카락스 감독의 ‘청춘 3부작’ 으로 불린다. 레오 카락스 감독은 이들 작품을 통해 사랑과 고독, 질주와 파멸을 거쳐 점차 극단으로 치닫는 청춘의 초상을 차례로 그려낸다.
카락스의 장편 데뷔작이자 흑백 영화인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는 공개 당시 평단으로부터 ‘제2의 고다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강렬한 주목을 받았다. 사랑 이전의 고독을 응시하는 이 영화는 밤의 파리를 배회하는 청춘들의 단절과 갈망을 흑백 이미지로 포착하며, 누벨바그의 유산을 계승하는 동시에 새로운 세대의 감각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는 이후 카락스 영화 세계를 관통하는 외로운 청춘의 원형을 확립한 출발점이었다.
이어지는 <나쁜 피>(1986)는 흑백의 외로운 청춘을 더 과격하고 컬러풀하게 거리 위로 내던진다. 영화의 가장 유명한 장면에서 주인공 알렉스(드니 라방)는 데이빗 보위의 곡 ‘Modern Love’에 맞춰 거리를 전력 질주한다. 이 장면은 사랑과 자유를 향한 충동이 얼마나 격렬하고 자기 파괴적인지를 응축해 보여주며, 청춘의 에너지를 신체의 움직임으로 폭발시키는 순간으로 영화사에 남았다.
퐁네프의 연인들
이후 레오스 카락스는 자신의 초기작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시네마를 향한 애정 어린 편지를 쓰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었다. 영화 속에서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 고백은 초기 영화들이 단순한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바치는 연서였음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이 모든 흐름이 도달하는 곳이 바로 <퐁네프의 연인들>(1992)이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퐁네프 위에서 만난 두 연인은 더 이상 사회로 돌아갈 출구를 갖지 못한 밑바닥 존재들이다. 이 작품에서 사랑은 이상이나 환상이 아닌, 서로를 붙잡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태로 그려진다. 폭죽이 터지는 밤의 센 강과 불타는 도시 위에서 펼쳐지는 사랑은 청춘의 감정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격렬한 순간을 형상화한다.
줄리엣 비노쉬와 드니 라방이 열연을 펼치는 레오스 카락스의 절한 러브 레터 <퐁네프의 연인들>은 1월 개봉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