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더라구요. 사람도, 세상도, 신의 뜻도."
구세주, 영웅, 혹은 희생자. 그를 어떤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까. 배우 김남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연출 이응복)에서 사람들이 괴물로 변하는 기이한 사태에 맞서 싸우는 국어 교사이자 독실한 신자인 정재헌 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신의 뜻인지 아닌지 모르는 거대한 인류의 재앙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Q. 이 인터뷰를 찾아볼 팬들이 많을 것 같다. 본인을 향한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
인터넷 상으로도 관객들의 리뷰나 평을 봐왔기 때문에 의외의 많은 사랑에 많이 감사하고 있다. (웃음)
Q. '배우가 캐릭터를 완성했다', '원작을 뛰어 넘는 캐릭터'라는 극찬도 나오고 있다. 소감은 어떠한가.
드라마에서 조금 더 나아진 인물이 되었던 것 같다. 드라마 작가님과 감독님이 추가해주면서 입체적으로 만들어줬다. 원작을 뛰어넘는 캐릭터라는 평이 되었던 이유였던 것 같다. 국어 선생님에 독실한 신자에 재미 없는 캐릭터고 어찌 보면 초반에는 나쁜 사람처럼 나올 것이라는 기대심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참된 종교인이라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었던 것 같다.
Q.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모리 타카시라는 악역을 맡으며 어눌한 한국말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 여행을 떠나는 등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안다. 이번에도 명대사를 읊조리거나 기도를 하는 톤이 인상적이었는데 연기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재헌의 대사들 중에는 고전 연극 대사 톤의 말투가 많다. 아무래도 학교 다니면서도 고전 연극이나 문어체 위주의 연극을 많이 해봤기에 어려운 부분은 많이 없었다. 단지 외부적으로 힘이 있어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괴물을 검으로 베어낼 정도의 덩치를 만들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Q. 드라마 '도깨비'에서 이어진 이응복 감독과 이번 작품에서 다시 인연이 이어졌다. 작품을 함께한 소감이 어떠했나.
내가 연기를 잘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님 스타일에 맞는 연기였던 것 같다. 역할들이 나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해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Q. 배우 이진욱과 호흡을 맞췄다. 극 중에서 이진욱이 맡은 편상욱 역과 함께하는 신이 많은데 어땠나.
정말 편하다. 이전부터 다양한 작품에서 봐왔지만 전혀 그런 괴리감이나 부담감 없이 촬영했다. 셔터 신도 그래서 더 잘 나왔던 것 같다. 재헌 역시 과거가 마냥 밝은 사람은 아니지 않나. 그러기에 '당신을 구제한다, 용서하겠다'는 느낌 대신 '결국 인간은 다 똑같다. 진심만 있다면 우린 다 살아가도 괜찮다'는 식으로 생각하며 연기했다.
Q. 편상욱과 함께한 신들 속에서 명대사들이 많이 탄생했다. 많은 명대사들 중 가장 자신에게 와 닿은 대사가 있다면 무엇인가.
재헌이가 중간에 술을 필사적으로 찾고 소주를 먹게 되는 모습을 상욱이 발견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재헌이가 처음으로 술을 먹으면서 진심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좋다. "주님께서는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은 주시지 않는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인간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아요." 이것을 들은 상욱도 삶을 깨닫고 살아가는 계기가 된 말이었던 것 같다.
Q.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남들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국이지 않나. 재헌은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인물이다. 괴물화된 세상에 속한 재헌과 이 시국에서 타인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이 닮아보이기도 한다.
극중 재헌의 캐릭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사실 코로나가 올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을 것 같다. 그리고 재헌은 그런 세상이 왔을 때 본인의 역할에 충실히 살아갈 뿐인 인물이었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희생이 된 것이다. 아마 지금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것이 내 업이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기에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더 대단하다. 재헌 또한 그와 같이 당연히 가야 할 길을 간다는 캐릭터였기에 더 큰 감동을 준 것 같다. (KBS미디어 정지은)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