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파워맨 조지 클루니가 <그래비티>에 이어 다시 한 번 우주재난극의 외피를 두른 연약한 지구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지난 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드나이트 스카이>(원제:The Midnight Sky)는 2016년 미국 작가 릴리 브룩스돌턴의 소설 <굿모닝 미드나이트>를 영화로 옮긴 것이다. 조지 클루니는 제작, 감독과 함께 주연을 맡아 열일을 한다.
소설에서는 정확한 시점을 밝히지 않지만 영화는 ‘2049년 2월’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북극의 과학탐사기지인 바르보 관측소에는 이제 오거스트만이 남아있다. 3주 전 기지의 모든 사람들이 허겁지겁 수송기를 타고 떠났다. 전 지구에 걸쳐 무슨 엄청난 재앙이 닥친 듯하다. 꾸준히 수혈을 받지 못하면 죽은 거나 다름없는 오거스트는 이곳에서 최후를 맞이할 생각이다. 외부와의 연락도 뚝 끊긴다. 그런데 어느 날 텅 빈 기지에서 그 말고도 한 작은 여자애가 남아있음을 알게 된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리스’와 함께 고독한 북극기지의 생활이 이어진다. 한편, 저 먼 우주에서는 목성의 위성 K-23 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 중인 에테르 호가 있다. 어느 순간부터 지구와의 교신이 끊기며 에테르호 대원들이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통신담당인 설리는 애타게 지구의 누군가와 교신하기 위해 매달린다.
영화는 북극 기지의 황량함과 고독감, 그리고 우주선 안의 적막함과 단절을 교차형식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지구에 어떤 재앙이 벌어졌는지, 그 결과가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어쩌면 핵폭탄일 수도 있다. 바르보 기지를 제외한 모든 문명이 무너졌고, 오거스트(와 아이리스)를 제외하곤 모든 지구인이 절멸한 상태이다. 에테르호가 지구에 오더라도 반겨줄 우주기지도, 가족도, 미래도 없을 것이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어쩌면 지구 최후의 인간이 죽기 전에 떠오른 주마등같은 개인의 추억인지 모른다. 그는 젊은 시절 뛰어난 천문학자로 목성의 한 위성에 인간이 정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구 곳곳의 천체관측소를 옮겨 다니며 연구를 거듭했고, 마지막에 바르보 관측소에 터를 잡았던 것이다. 그가 저 우주를 맴도는 에테르호에 탑승한 한 여승무원-설리-과는 어떻게 연결될까.
소설에서는 더 명확해진다. 젊고, 잘생기고, 유능했던 그를 따랐던 여자, 그리고 결과 정착하지 못한 자유인이었던 그는, 딸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 소설은 우주와 북극을 오가며 극한상황을 선사한다. 현재의 절망, 그리고 생각도 하기 싫은 미래의 끔찍함까지. 영화는 마지막 순간에 ‘아이리스’의 존재(정체)를 밝힌다. 소설에서는 훨씬 먹먹하다. 모든 것이 끝장난 지구의 황량한 북극의 과학기지에서 홀로 남은 지구인.
마지막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절망에 가깝다. 모든 것이 사라진 세상에 무슨 희망이 있을까. 돌아가서 새 출발을 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하지만, 지구의 남자는 저 먼 화성의 아름다운 광경을 꿈꾼다. 호흡이 잦아지고, 신호가 끊기면 새로운 지구인의 이야기만 남을 것이다. 2020년 12월 9일 극장개봉/ 12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미드나이트 스카이/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