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현장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SIFF2025)가 출품·상영·GV·초청 게스트 등 전 부문에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개막 7일 차에 이미 49회차 매진을 달성하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열리고 있다. 특히 〈교생실습〉〈극장의 시간들〉〈루오무의 황혼〉〈사무라이 타임슬리퍼〉〈오늘의 뒷;풀이〉〈지느러미〉〈호루몽〉 등 전회 매진작이 쏟아지며 뜨거운 관객 반응을 입증했다.
7일 간의 영화제 기간 동안 다양한 게스트가 상영관을 찾아 관객과 만나며 국내 최대 독립영화 축제다운 밀도를 보여주었다. 김일란·박석영·박세영·신수원·윤가은·이광국·이종필·장건재 등 독립영화를 꾸준히 만들어온 감독들이 참석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을 지낸 김동호 감독도 다큐멘터리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로 참여해 현장에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배우에서 연출자로 활동을 확장한 감독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김성현(〈발쩌〉), 장동윤(〈누룩〉), 최성은(〈시온〉)이 연출자로 GV 게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금해나·노재원·봉태규·이레·이여름·이주영·강말금·하윤경·홍사빈·홍예지 등의 배우들도 현장을 찾아 관객과 소통했다.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현장
‘창작자의 작업실’은 독립영화 창작자들이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과 사고의 구조를 깊이 들여다보기 위한 대담 프로그램으로, 총 두 차례 진행됐다. 1회차 ‘Cinematic Face – 강진아×박종환’에서는 강진아 배우가 “아주 작은 떨림을 끝까지 붙잡는 것으로 인물이 완성된다”고 말했고, 박종환 배우는 “작품을 지날 때마다 나는 다시 채워진다”며 배우로서의 감각과 축적을 공유했다. 2회차 ‘한지원, 애니메이션이라는 마법을 위한 그녀의 레시피’ 에서는 한지원 감독이 “빛·공간·신체의 움직임이 합쳐질 때 장면은 생명을 얻는다”고 밝히며 자신의 제작 실험 방식을 설명했다.
독립영화 제작 환경의 현실을 공유하고 해외 협업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해외 교류 프로젝트: 한·일 창작자 간담회’에서도 의미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도에이 국제합작 프로듀서 오카다 와타루는 양국 영화산업의 구조적 조건, 인력 수급, 제작비 상승, 시장 접근 방식 등 공동제작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구체적 변수를 제시하며 협업 시 필요한 현실적 판단 요소를 짚었다. 이어 아드레날린 박준호 대표는 폴란드·대만 등에서 진행한 공동제작 사례를 바탕으로 재원 구성 방식, 인센티브 한계, 캐스팅 지연 등 실제 제작 단계에서 드러나는 절차적 난점을 설명했다.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현장
‘2025 AI 포럼 - AI 시대의 독립영화: 새로운 가능성과 한계’는 독립영화의 제작·유통·법제까지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AI 기술이 창작 생태계에 가져올 변화와 과제를 입체적으로 검토한 자리였다. 사회를 맡은 박꽃 기자, 발표를 진행한 장훈 크리에이티브망고 대표·이상호 법무법인 웅빈 변호사, 그리고 토론에 참여한 김운하·박성원·안상욱·유형준·전예린·조형래 감독, 강기명 트리플픽쳐스 대표가 함께했다.
발표자들은 실제 제작·계약 과정에서 드러나는 AI 활용의 장점과 법적·윤리적 위험을 구체적 사례로 제시했고, 토론자들은 초상권 계약의 공백, 목소리·신체 재현의 기술적 한계, 이미지 일관성 문제, 생성형 툴의 불안정성, 그리고 비용·데드라인·완성도 사이에서 발생하는 현실적 선택들을 생생히 공유했다. AI가 참여한 작품의 표기 방식, 새로운 계약 구조, 시장에서의 수용 가능성과 같은 실질적 질문들이 제기되었고, 2026년 1월 시행을 앞둔 AI 기본법의 파급효과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번 포럼은 다양한 이벤트로 확장돼 온 올해 영화제의 대화 지형 속에서 ‘기술’이라는 새로운 축을 더한 프로그램으로, 독립영화의 미래 방향을 다각도로 탐색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현장
해외대담 ‘일본 독립영화, NOW’는 올해 칸영화제에 일본 작품 6편이 초청된 흐름을 계기로, 최근 일본 독립영화가 산업적·비평적으로 두드러진 활력을 보이는 배경을 살펴보고 양국의 독립영화 생태가 지닌 특성을 함께 짚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패널들은 일본 독립영화의 탄탄한 기반으로 ‘미니씨어터’ 생태계를 꼽으며, 코로나19 이후 관객층이 고령층 중심에서 40–50대와 젊은 층으로 이동하면서 시장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초저예산 제작 환경, 개인 헌신에 기반한 극장 운영, AFF 등 지원 프로그램의 역할 등 일본의 자생적 구조를 언급하는 한편, 한국은 제도적 지원은 견고하지만 다양한 저예산 작품이 상영될 상영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대비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현장
또한 12월 2일(화)에는 남다은 평론가의 진행으로 미야케 쇼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다. 전회차 매진을 기록한 <여행과 나날> 상영 직후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에서 미야케 쇼 감독은 츠게 요시하루의 만화를 영화화하는 과정에서의 창작 원칙을 공유하며 “만화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놀라움을 영화의 숏 전환에서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심은경 배우를 주연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누구와도 닮지 않은 단 한 사람이라는 직관이 들었다. 이 작품의 얼굴이 될 수 있는 배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자연과 계절의 리듬을 포착한 촬영 방식, 언어·내레이션을 최소화하는 미학적 태도 등 작품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이 다각도로 논의되며, 감독의 작업 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하는 시간으로 마무리되었다.
서울독립영화제는 주요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며 남은 일정도 이어간다. 12월 4일(목)에는 이일하 감독의 〈호루몽〉을 주제로 한 마지막 시네토크가 열려, 이일하 감독과 신숙옥이 작품의 제작 배경과 창작 과정을 관객과 함께 나눌 예정이다. 상영은 12월 5일(금)까지 계속되며 같은 날 19시 CGV압구정 4관과 ART 2관에서 폐막식이 진행된다. 사회는 공민정·서현우 배우가 맡으며 폐막작으로는 ‘서울독립영화제2025 수상작’이 상영될 예정이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