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랑의 무대' (민음사)
201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이제니론이 당선되며 비평 활동을 시작한 문학평론가 소유정의 첫 비평집 『어떤 사랑의 무대』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540쪽에 이르는 방대한 비평집이다.
소유정은 문학잡지 《문학과 사회》 편집 동인으로 잡지를 기획하며 동시대의 문학을 가장 앞선 곳에서 감각하고 체화한 현장 비평가이다. 그는 문학 작품이 시대에 조응하는 지점을 누구보다 빠르게 포착하여, 경쾌한 문장으로 독자들에게 한국문학의 지형도를 소개해 왔다. 작품 속의 문학적 공간은 그의 비평 언어를 거치며 텍스트 내적인 의미의 폭을 넘어서 현실 정치의 영역까지 확장되었다. 박솔뫼, 이서수, 이유리, 임선우, 성해나, 최진영의 작품을 비롯한 여러 소설들에 더하여 강성은, 강지이, 김복희, 김연덕, 백가경, 안희연, 한강 등 다양한 시집을 시의적으로 독해해 온 그의 비평 작업은,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안정적이고 믿음직한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어떤 사랑의 무대』는 등단 후 7년 동안 다양한 지면에서 활발하게 발표했던 소유정의 평론을 엄선하여 엮은 첫 책으로, 그의 비평적 언어가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떠한 경로로 변화하고 있는지에 관한 한 장의 설계도와 같다. 신산한 세상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향한 애착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문학이라면, 비평은 그 사랑을 펼쳐 내는 무대가 된다. ‘사랑’으로서의 문학에 더하여 그것을 이야기하는 비평이라는 ‘무대’까지 모두 조망하는 이 책은, 2020년대를 전후로 한 최신 비평 경향을 살펴보기에 맞춤한 책이자 젊은 문학평론가의 날카로운 사유를 제공하는 책이다.
1부 ‘사랑의 이목구비’에는 평론가 소유정이 그간 천착해 온 ‘사랑’을 주제로 한 글들을 엮었다. 2부 ‘광장에서 손 잡기’는, 2014년과 2016년의 기억을 이어받는 뜨겁고 격렬했던 현장의 비평을 모았다. 2018년에 등단한 20대 여성 평론가에게 광장은 세월호의 광장이자 페미니즘 리부트의 광장이다. 3부 ‘시대의 불안, 환상의 증언’에서는 2020년대 초반 한국 문단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환상소설과 SF 소설, 질병의 감염성이 반영된 좀비물 등의 장르 소설을 살펴본다. 4부에서는 오늘날 한국 문단에서 가장 젊은 작가로 통하는 이들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며, 소설이라는 장르의 현재적 미학을 밝혀낸다. 5부에서는 2018년 등단작인 이제니론부터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에 대한 시론까지, 소유정의 시론 중에서도 대표작만을 엄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