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뿜뿜해질까 해서. 살고 싶은 마음이."
돈에 치이는 공시생, 아픈 어머니를 부양하는 조직원, 그리고 그들의 눈앞까지 밀려온 현실. 돈가방 하나에 웃고 우는 세 인물의 추격전이 벌어진다.
KBS '드라마 스페셜 2020-원나잇'(연출 이호)는 공시생 이동식(김성철 분)이 여자친구인 조주영(김미수 분)을 위해 모텔비를 마련하려다 벌어진 일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동식은 노력했지만 그의 통장에는 3천 원 가량이 남아있을 뿐이다. "인생에 3만원이 없다"며 혼자서 이불킥을 하던 그는 택시 운전사인 엄마에게 전화를 했지만 엄마는 일하느라 바빴다. 엄마는 "용돈 다 떨어졌지. 보내줄까?"라고 묻지만 그는 양심 탓에 말하지 못한다.
그는 결국 자신의 물건을 직거래로 팔기로 하고 지하철 보관함 앞에 서있는다. 하지만 검은 마스크를 쓴 의문의 남성이 그에게 다가가고, 그는 물건과 돈을 교환한다. 그렇게 거래가 끝난 후 동식은 가방을 열어봤고 그 안에는 1억 원이라는 거금이 들어 있었다. 그는 1억 원을 건넨 사람을 찾으려 뒤쫓았지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에게 1억 원을 잘못 넘겨준 남기준(장성범 분) 또한 애틋한 사연을 가진 인물이다. 조직에서 준 거래를 결국 성사시키지 못하고 엉뚱한 사람에게 돈을 건넨 그는 부양해야 할 아픈 가족까지 있어 그 돈을 쫓기 위해 혈안이 되어 이동식을 찾아다닌다.
결국 돈을 경찰서에 신고하지 못하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동식은 레스토랑 앞에 기다리고 있는 주영의 모습을 보고 과거의 모습을 떠올린다. 얼른 합격해서 좋은 곳으로 가라는 의미로 신발을 선물했던 그의 모습을 생각하며 그는 자신이 못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을 떠올린다.
그는 주영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호텔 최고의 방에 데려가지만 동식이 씻으러 간 사이 돈가방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는 동식의 뒷통수를 치고 결국 가방을 들고 도망간다.
'원나잇'은 교육공무원, 경찰공무원 공시생이 범죄 조직의 검은 돈을 가지고 튄다는 점부터 신선하다. 국가를 위해 일하고 누구보다도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쫓는 장면은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돈을 위해 사람을 해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원들, 그리고 겉보기에 악한 인물들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함께한 연인간의 사랑마저 증발되는 모습은 돈 앞에서 증발되는 현실의 무서움을 여실히 드러낸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휴머니즘은 피어난다. 함께 결국 돈을 쫓게 된 동식과 기준은 서로를 도와주게 된다. 혼자 도망갈 수 있었던 상황에서 동식은 기준을 버리지 않았고 끝내 그 둘은 과거 공시생이었던 점과, 동갑이라는 공통점을 찾으며 가까워진다.
현실은 우리를 아프게 한다. 하지만 아픔으로 인해 비로소 가까워지는 관계도 있다. '원나잇'을 통해 가까워지고, 멀어진 관계들은 그들이 지닌 상처를 봉합시킨다. 그렇게 내일의 아침이 아닌, 인생의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이들은 '원나잇'이 자신들의 인생을 바꿔놓음을 깨닫게 되며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를 보여준다. 내일을 향해 걸어나갈 힘만 있다면, 인간이란 언제나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KBS미디어 정지은)
[사진= KBS '드라마 스페셜 2020-원나잇'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