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테마기행
이번 주 EBS <세계테마기행>에서는 스페인 미식 문화 큐레이터이자 요리사인 이상훈과 함께 스페인 미식 여행에 나선다.
1부. 먹는 데 진심 발렌시아 - 11월 24일(월)
스페인 미식 여행의 첫 여정은 스페인 동부,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미식 도시 발렌시아(Valencia). 1920년대부터 도시의 곳간 역할을 해 온 중앙 시장(Mercado Central)에서 활기찬 아침을 시작한다. 스페인에서는 전통적으로 하루에 다섯 끼를 먹어 왔는데. 아침, 점심, 저녁 삼시세끼 사이에 ‘아·점’, ‘점·저’ 형태의 든든한 간식을 챙겨 먹는 것. 발렌시아주 근교의 작은 도시 부뇰(Buñol)은 인구가 만 명이 채 되지 않는 도시지만, 매년 8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면 인구의 두 배가 넘는 사람들이 세계에서 몰려든다. 바로 세계적인 축제, 토마니타(Tomatina)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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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기다림의 미(味)학 알리칸테·라만차 - 11월 25일(화)
두 번째 여정은 스페인 최대 소금 생산지 토레비에하 염전. 염전이 자리한 지역 알리칸테(Alicante)는 천혜 자연의 축복으로 독특한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특히, 풍부하고 질 좋은 소금과 지중해 황금어장에서 잡은 해산물을 사용하는 염장 문화가 유명하다. 50년이 넘은 노포에서 뇨라와 해물 육수로 맛을 낸 쌀 요리, 농어 소금구이로 지중해의 향기에 흠뻑 빠져본다. 이어지는 여정은 흙먼지가 날리는 메세타 고원을 달려 스페인 중부 내륙의 카스티야라만차(Castilla-La Mancha). ‘돈키호테의 고향’으로도 불리는 작은 마을 빌라누에바 데 로스 인판테스(Villanueva de los Infantes)에서는 매년 여름이 끝날 무렵, 피망 축제(Feria del Pimiento)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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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육(肉)감만족 루트 - 11월 26일(수)
스페인 내륙 깊숙이 자리한 알칼라 델 후카르(Alcalá del Júcar). 절벽 마을을 숯불 향기로 채우고 있던 식당에서 올리브나무 숯에 구운 돼지고기와 라만차 농가의 전통 요리 가스파초 만체고(Gazpacho Manchego)를 맛본다. 이어 도시를 벗어나 해발 1,200m 자연 속에 파묻혀 있는 산간 마을로 걸음을 옮긴다. 살치촌(Salchichón), 초리소(Chorizo) 등 소와 돼지고기를 훈제 건조해 만드는 레온 지역의 전통 소시지는, 산골의 차갑고 건조한 바람과 공기, 그리고 대를 이은 장인들의 정성이 있어야만 완성되는 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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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갈리시아 바다 한 접시 - 11월 27일(목)
대서양 바람이 부는 갈리시아(Galicia)로 향한다. 일요일 점심이면 습관처럼 먹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갈리시아식 문어 요리, 풀포 아 페이라(Pulpo a Feira). 삶아낸 문어를 가위로 숭덩숭덩 잘라 나무 접시에 담고 취향에 맞춰 파프리카 가루와 소금을 뿌린다. 여기에 올리브오일을 듬뿍 두르면 완성. 단순한 조리법이지만, 야들야들한 문어의 식감에 향긋한 올리브오일과 훈연한 파프리카 가루의 풍미가 더해지며 최고의 조화를 이룬다. 콩그리오(Congrio)는 아직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 해산물이다. 최대 길이 3m, 무게 110kg으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되기도 했던 콩그리오. 일명 죽음의 해안, 코스타 다 모르테(Costa da Morte)항구에서 그 전설 속 존재 같은 물고기를 마주하고, 콩그리오 잡는 일 못지않게 힘든 갈리시아의 해산물 채취에 도전한다. 거센 파도를 피해 갯바위 구석에서 조금씩 긁어모으는 거북손(Percebes)과 차가운 개펄의 진흙 속에서 건져내는 꼬막류, 베르베르초(Berberecho)까지. 갈리시아의 해산물 요리에는 녹록지 않은 바다 마을의 삶이 깃들어 있다. 그 순수한 맛에 취한 채 행복했던 스페인 미식 여행을 모두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