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을 오랜만에 작품에서 만난다. 영화 <언니>와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이후 씩씩한 이시영을 만나게 되는 작품은 무려 190개 나라에서 동시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이다. 네이버에 연재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이 작품은 폐쇄된 ‘스위트홈’ 건물 안에서 끔찍한 괴물이 되어가는 사람들과 필사의 사투를 벌이는 주민들의 이야기이다. 이시영은 원작 웹툰에는 등장하는 않는 새로운 캐릭터 서이경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화려한 액션과 함께 사라진 약혼자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펼친다. 이시영을 만나 서이경을 연기한 소감을 들어보았다.
“웹툰을 재밌게 봤는데 원작에는 없었던 캐릭터여서 감독님과 작가님이 설명하는 것에 많이 의지했다. 대화를 많이 나눴고 서이경이란 인물이 왜 필요한지 연구했다.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전사가 중요했다.”고 말문을 연다.
- <스위트홈>이 공개된 뒤 반응은 보았는지. 이시영의 연기에 대한 평이 어땠는지.
“사실, 저에 대한 기대보다는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컸을 것이다. 이런 좋은 작품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고 관심을 많이 받게 된 것이 기쁘다.”
- 이시영 배우는 액션 여배우로 인식한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액션 장면은.
“소방차 액션이 가장 인상적이다. 찍을 때 가장 재미있었고 힘들었던 장면이기도 하다. 그동안 액션 연기를 할 때마다 좀 더 강한 액션을 하고 싶었다. 특히 하고 싶었던 게 카 액션이다. 운전하는 것 좋아하고 뭔가 특별한 액션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소방차를 드라이빙하며 하는 액션은 하게 되어 기뻤다. 촬영하며 힘들었던 것은 차량에 바싹 붙은 스태프가 많다는 것이다. 급발진이나 급후진 할 때 자칫 사고의 위험이 있다. 충분히 연습을 했지만 어려운 촬영이었다.”
- 그야말로 화난 등근육을 보여준다. 실제 모습인가?
“(하하) 제 입으로 말씀드리려니 민망하다. 실제 근육이다. 부끄럽다. 시나리오에선 등이 나온다거나 배가 나온다는 등 노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고 나중에 콘티를 받고 의상이 속옷이라는 것만 알았다. 어디가 보일지 몰라서 전신 운동을 골고루 했었다.”
- 총기액션은 어땠나?
“이번에 총을 쏘는 장면도 있다. 사격연습도 했는데 실제 촬영해 보니 어색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좀 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맨몸액션이 나은 것 같다.”
- 거미괴물에게 잡혔다가 탈출하는 장면이 있다. 괴물이 되거나, 죽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이 작품에서 괴물은 욕망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내가 맡은 서이경의 경우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결혼식을 앞둔 약혼자를 잃어버린 절망에 빠진 그가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강해지는 계기가 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아이’ 때문일 것이다. 살아남으려는 욕망이기도 하다. 아이를 지키려는 모성애가 빛을 발한 것이다. 아마도 서이경이 괴물화가 안 된 것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스위트 홈>의 큰 이야기는 인간성의 회복일 것이다. 서이경은 괴물이 되어서는 안 되는 롤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 액션이 화려하다. 그럼, 편상욱(이진혁)이 세나 서이경이 세나?
“물론 아이를 가지고 있는 엄마가 더 강한 사람일 것이다. 의지의 측면에서 말이다.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마지막 장면을 보면 분명 <시즌2>에 대한 야심이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만약 만들어진다면 서이경의 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질 것 같은가.
“속편 제작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 (사라진) 남편의 생각을 알기 위해 군과 협조를 하면서 작품은 끝났다. 서이경에게는 살아야할 갈망이 클 것이다. 남편의 상황도 알아야하고, (뱃속의) 아이가 어찌될지 궁금하다. 그게 제일 궁금했던 것 같다. 아마 시즌2가 된다면, 그 아이가 괴물인지 인간으로 태어날지도 궁금하다. 그래서 출산을 선택할 수도 있을 거고.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 거미괴물을 피해 덕트(환풍기,공조시설) 속을 도망가는 장면이 명장면 중 하나다.
“그 거미괴물은 100% CG이다. 사흘 동안 나 혼자 열심히 좁은 닥트 속을 헤집고 다녔다. 그 때가 조금 힘들었다. 촬영하기 전에 PT코치와 몸매 벌크업을 하며 준비했다. 실제 촬영보다 그때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여하튼 매달리고, 먹 졸리고 하는 와이어액션을 혼자 했는데 완성된 것을 재밌었다.”
-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인데, 서이경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강인한 여전사라기보다는 ‘스위트홈’의 세계관을 확장시켜주는 역할인 것 같다. 폐쇄된 ‘스위트홈’ 빠져나가서, 군인들과 접촉하고 그러면서 알게 되는 비밀, 그리고, 결국 공간을 벗어나는 연결까지. 서이경의 역할은 그런 것 같다.”
- 촬영 현장은 어땠나.
“이렇게 규모가 큰 세트장은 처음이었다. 촬영 없는 날엔 구경을 하러 가기도 했다. 배우와 함께 세트투어를 했다. 재난 상황임을 고려해 구석구석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 촬영이 힘들었던 만큼 배우들과의 관계도 훈훈했겠다.
“극중 역할이 거의 혼자 연기하는 것이다. 상대배우는 은혁을 연기한 이도현 배우밖에 없었다. 그런데 은혁은 워낙 냉철한 캐릭터이고 이도현 배우는 캐릭터를 위해 현장에서 자기와 안 친해지기를 바랐었다. 작품이 주는 긴장감이 있어 친하게 지내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작품이 끝나고 친해진 것 같다. 여자배우들의 경우 내가 나이가 훨씬 많고 친구들이 어렸다. 촬영 때 현장에서 친했으면 좋았을 텐데. 현장에서는 만난 적이 몇 번 없다. 막바지에 긴장 풀리고 그때 친해진 것 같다.”
- 작품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캐릭터는.
“슈퍼아줌마 선영(김현)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이다. 홀로 고군분투할 때,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조심하라는 말을 한다. 힘들 때 위로 받을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 역할이 슬프기도 하고. 제일 기억에 남는다.”
- 은혁을 연기한 이도현씨가 인터뷰에서 이시영씨의 펀치를 맞고 숨이 안 쉬어졌다고 그랬는데.
“아, 찍기 전에 그 액션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한 번에 찍었던 것 같다. 기사보고 알았다.”
-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는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열심히 할 것이다.”
- 틱톡에 재미있는 일상을 올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하고 있어요. 가볍게 올리는 짧은 동영상이니. 재밌게 하고 있어요.”
“일할 때는 가족들이 많이 도와준다. 일이 없을 때는 충실히 놀아주고 생활하고 있다. 아이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모성애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숨을 멈추게 하는 펀치와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화난 등근육, 그리고 ‘모성애 전사’ 이시영의 화려한 액션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체 10부작이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이시영, 스위트홈 스틸/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