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수) 방송된 KBS 1TV '이슈 픽 쌤과 함께'에서는 음악인류학자 손민정이 대한민국 트로트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날 강연을 펼친 한국교원대 음악교육과 교수 손민정은 2004년 국제 학술 논문지에 트로트와 관련된 논문을 최초로 기재한 '트로트 박사'다. 손 교수는 지난 100년간 한국 트로트가 받아왔던 오명을 벗기고자 '이슈 픽 쌤과 함께'를 찾았다.
먼저 손 교수는 한국 최초의 트로트에 관해 이야기하며 역사를 되짚어보았다. 학계에서도 최초의 트로트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 그 두 주인공은 바로 1927년 이정숙의 '낙화유수'와 1932년 이애리수의 '황성의적'이다. 이에 대해 손민정 교수는 '낙화유수'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 이유는 작곡가, 작사가, 가수가 모여 만들어 대중이 애창한 가요를 트로트라고 정의하기 때문.
현재 남녀노소 사랑받는 트로트는 한때는 이름조차 제대로 갖지 못했다. 더군다나 '왜색가요', '뽕짝' 등으로 폄하되었던 트로트는 '엔카의 아류'라는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심지어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는 왜색이 짙다는 이유로 금지곡에 지정될 정도였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일본 '엔카'의 유래를 지적했다. 2003년도 하버드 논문에 따르면 1973년까지 '엔카'라는 용어가 등장한 적이 없다. 본래 '연설의 노래'였던 엔카는 단순한 반주에 연설이 붙여진 다른 장르의 음악이었다. 이 '엔카'에 당시 유행했던 대중가요의 의미를 가져다 붙여 고유 전통 음악인 것처럼 포장했던 것이었다. 이 때문에 동시대 음악사조에 맞춰 생겨났던 트로트는 '한국형 엔카'라고 불리는 수모를 겪게 된다.
더불어, 일본 학자들이 주장하는 엔카의 특징은 '7-5조 가사', '2박자', '5음계'인데 이중 가사와 박자는 우리나라 고려가요와 시조에도 존재했던 특징이라 고유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손 교수는 덧붙였다. 결국, 트로트는 다양한 국가와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생겨난 우리나라만의 장르였다.
이어 우리나라의 미학은 '한'뿐만 아니라 '흥' 또한 존재한다고 손 교수는 설명했다. 1930년대 초창기 트로트는 일제강점기 시대상이 반영되어 한스러운 트로트가 주를 이뤘으나, 80년대 경제 성장기에 접어들며 노동에 시달리던 이들에게 빠른 박자의 트로트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카세트테이프의 발명과 고속도로 개통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들과 맞물려 트로트에는 공동체적이면서도 서민적인 '흥'의 정취가 묻게 된다.
시대는 흘러 97년 IMF로 향한다. 하루아침 대기업이 무너지고 줄줄이 실직자들이 속출하던 97년 IMF 당시, 한국 문화계에선 신파악극이 부활했다. 30~40년대 비극적 내용의 트로트를 뮤지컬 형식으로 각색한 신파악극은 불경기에도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손 교수는 국가 구성원이 위기에 맞서 하나가 되는 힘을 ‘공동체적 기억’으로 갖게 되었으며, 트로트는 그 기억을 간직한 역사의 산물이라 설명했다.
더불어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요즘 트로트가 유행하는 이유도 이러한 사회문화적 흐름과 연결되어있다고 손 교수는 덧붙였다. 트로트가 힘들 때 사랑받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손 교수는 "트로트는 한국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빨간약이다"라는 말과 함께 강연을 마무리했다. "때로는 빨갛고 촌스럽다며 코웃음 치고 성분을 의심하기도 하지만 상처를 치유하는데 '빨간약' 만한 게 없는 것처럼 트로트도 마찬가지"라는 손 교수의 말에서 트로트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한편, 시대를 읽는 명사들의 인생강의 KBS 1TV '이슈 픽 쌤과 함께'는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40분에 방송된다. (KBS미디어 박채원)
[사진 = KBS 1TV '이슈 픽 쌤과 함께'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