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군 중위 서고명. 하지만 전투기를 몰지는 않는다. 뛰어난 관제술을 가진 그는 적군파에게 하이재킹된 일본 민항기를 창공에서 인터셉트하여 ‘가짜’ 평양공항에 착륙시켜야한다. 지난 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변성현 감독의 <굿뉴스>이다. 과연 서고명 중위는 임무를 완수하고 훈장을 받을까, 작전실패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까. 군인 서고명을 연기한 홍경 배우를 만나 영화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많은 분들이 영화가 좋았다고 말씀해 주셔서 고맙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Q. <굿뉴스>의 어떤 점이 좋았는지. 

▶홍경: “기본적으로 작품이 재밌다. 배우로서 이 작품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었다. 재밌으면서도 씁쓸해지고, 웃다가도 어느 순간 뭉클해진다. 다양한 감정을 골고루 느낄 수 있다.”

Q. 변성현 감독이 홍경 배우를 같은 또래 연기자 중 연기를 제일 잘하는 배우라고 극찬했는데.

▶홍경: “작품에 출연한 배우이니 애정을 담고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블랙코미디 영화이다. 서고명이라는 젊은 친구가 궁금했다. 가슴 속의 뜨거움, 쟁취하고 싶은 야망이 끌렸다.”

Q. 관제사로 영어, 일본어까지 해야 했다. 작품을 위해 준비한 게 있다면.

▶홍경: “서고명이 군인으로서 해야 하는 것이 있다. 관제사로 갖춰야할 기본지식이나 용어, 언어 등을 외피적으로 준비했다. 제가 조금 마른 편이다. 감독님 처음 만났을 때 호리호리했다. 감독님이 몸을 좀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 부분도 준비했다.”

Q. 군인 서고명의 야망과 배우 홍경의 야망에 대해.

▶홍경: “그건 제게 조금 부족한 면이다. 설정을 두고 달려가는 편이 아니다. 서고명은 자기 야망이나 야욕이 앞서다가도 어느 순간 윤리적인 문제로 고민한다. 그 순간 이 친구의 솔직한 감정을 무엇일까. 감독임과 함께 신(scene)별로 리딩하면서, 현장에서 만들어갔다. 직관적으로 떠오른 것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만들어갔다.”

Q. 마지막 장면, 손목시계 장면은?

▶홍경: “촬영하면서 제 생각, 아이디어를 많이 말씀드렸다. 그 장면에서는 시계를 차기가 너무 싫다고 했었다. 감독님은 ‘바로 그런 마음으로 그 시계를 차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Q. 등장하는 배우들이 모두 과장된 톤으로 연기를 한다. 서고명은 어떻게 밸런스를 맞췄는지.▶홍경: “그렇게 배우들의 통통 튀는 맛이 이 영화의 매력인 것 같다. 선배들의 에너지가 다양하게 내뿜는 다채로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서고명이 이 영화의 심장이라고 했다. 자기 심장, 야망이 말하는 대로 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민한다. 그 솔직한 감정을 어떻게 관객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까. 감독님은 서고명을 최대한 땅에 붙여놓으려고 했다. 그런 상황을 믿고 정확하게 표현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주문이 있었다.”

Q. 그런 경우 실제 연기하기가 어렵지 않은가.

▶홍경: “조금 우습게 들리겠지만 연기하는데 어려운 게 없었다. 물론 모든 신이 어렵다. 그런데 그런 어려운 것들이 제겐 재미의 요소로 다가온다. 준비기간이 4~5개월 되었다. 풍요로웠다. 그런 배려 덕분에 겁먹지 않아도 되었다. 제 나이에 이런 훌륭한 선배님과 언제 연기적으로 만나볼 수 있을까. 인생경험, 커리아가 저보다 월등하신 분이시다. 같이 호흡할 기회를 받았으니 두려움보다 설렘이 컸다. 내가 찾던 라이프찬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설렜다. 저도 모르게 제 몸이 움직이고 열정이 타올랐다. 서고명이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도나 마음이 너무 컸다.”

Q. 그동안 맡은 캐릭터가 배우에게 어떤 이미지를 주지 않나.

▶홍경: “배우라는 일이 그렇다. 사람이란 게 한 가지 모습만 있는 게 아니니까. 조금은 왜곡될 수도 있고, 단정 짓게 되는 면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저 스스로 넓은 시야를 갖고, 이해해 보려고 노력한다. 일을 할 때에도 그런 마음을 담은 사람이면 좋겠다. 영화는 재밌어야하고, 좋아야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뒤통수를 때리는 것처럼 생각하게 하는 것이 있어야한다. <굿뉴스>처럼.”

Q. 체중 조절을 했다는데, 7킬로 증량한 부분에 대해.

▶홍경: “이건 저만의 생각인데 연기자가 작품을 위해 몸을 부각하는 것은 별로 내세우고 싶지 않다.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되는 거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너무 어렵더라. 다행히 시간적 여유가 있어 천천히, 건강하게 몸을 만들었다.” 

Q. 넷플릭스 영화는 극장에서 관객반응을 체감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토론토국제영화제 등에서 공개되었다. 그 때 관객 반응이 어땠는지. 

▶홍경: “영화라는 것에 대한 유대감, 연대의식은 항상 있다. 그런데 문화권의 차이란 것도 있다. 변 감독님의 유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굿뉴스>는 조금 다르게 시작한다. 토론토에서 상영될 때 관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웃었다. 저런 대사가 통역이 되었을 때에 그들에게 유머가 직관적으로 와 닿았다. 훨씬 재기발랄하게 다가간 모양이다. 다들 재밌었다는 반응이었다.”

Q. 극중에서 일본어와 영어를 무난히 해낸다. <내일의 조> 만화를 알고 있었나.

▶홍경: “일본어는 연습을 많이 했다. 한국인으로서 일본어 하는 것이니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부기장 역의 김성오 배우는 유창하게 구사해야하니 어려웠을 것이다. <내일의 조>는 극중에서 서고명과 카사마츠 쇼가 유대감이 형성되는 요소이다. 작품 하기 전에 제목은 알고 있었지만, 깊이 알지는 못했다.”

Q. 일본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한국영화이다. 그들의 연기를 보면서 어떤 생각인 들었는지.

▶홍경: “야마다 타카유키는 집중도가 대단했다. 테이블을 엎으려다가 그냥 나가는 신에서 에너지가 느껴졌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밀도가 높았다. 그런 집중력 넘치는 상황, 공기가 전하는 에너지에서 도움을 받았다. 카사마츠 쇼는 사람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이 신에 맞을지 고뇌하는 게 동물적으로 잘 체화되어 있는 배우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 함께 연기하며 많이 배웠다. 촬영 틈틈이 한국과 일본의 영화 촬영 현장의 차이에 대해 많이 물어보았다.”

Q. 변성현 감독과는 첫 작업이다. 옆에서 지켜본 변성현 감독은? 

▶홍경: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후반작업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정말 치열하게, 지독하게 작품만 한다. 본인이 가진 모든 것을 하나에 쏟아 붓는다. 현장에서는 유연했다.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빠르고, 명확하게 판단하시고 수용하신다. 의견에 맞춰 영화를 만들어간다. 대사가 달리지면 바꿔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Q. 마지막에 설경구가 연기한 아무개는 ‘고명’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홍경: “그건 플레이어(배우)보다는 감독님에게 여쭤봐야 시원한 답변을 주실 것 같다. 작품에서 저는 그 장면은 보지 못하는 것이니. 솔직하게 그 부분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Q. 관제탑에서 납치된 비행기로 들어갈 때, 활주로에서 넘어지는 슬랩스틱 장면은? 

▶홍경: “어떻게 넘어져야 효과적일지 연습을 많이 했다. 앞으로, 뒤로, 옆으로. 꽈당 미끄러지는 것이 제일 나았다. 테이크를 많이 갔다. 감독님이 원하는 것, 제가 해보고 싶은 것. 그 신이 재밌었다. 서고명에게는 그 장면이 유일하게 자신의 감정을 내뿜는 신이니. 권력구조 안에서 위축되어 있었다. 억눌린 감정, 분통, 울화가 잠깐 표현되는 장면이다. 물론, 촬영은 안전하게 한다. 넘어질 때 매트로 넣어주기도 하고.”

Q. 윤경호 배우가 연기한 감독은 왜 결정적인 순간에 ‘예스냐 노냐’에 대답을 못했을까.

▶홍경: “그 장면 너무 인간적이지 않아요? 그 장면에서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가 나온다. 그 감독은 거짓말을 했을 때 자기에게 닥쳐올 것을 생각했을 것 같다. 비행기의 납치범 리더도 ‘노’인 걸 알고 있으니. 마지못해 그랬을 것 같다.”

Q.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다시 보는지.

▶홍경: “제가 출연한 작품을 잘 못 본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다. 감독과 많은 스태프가 만들어놓은 세계관을 마주할 때 짜릿함이 있다. 자신 있게 이건 잘 만든 영화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영화를 보면 이 한 프레임을 구성할 때 얼마나 많은 노고가 들어갔고, 디테일하게 신경 썼는지, 애정이 들어갔는지 느껴진다. <굿뉴스>는 밀도 높은 에너지가 담긴 작품이다. 볼수록 좋아진다. 한 땀 한 땀 공을 들인 영화이다.”

“내가 맡은 서고명이 가진 열망. 이런 뜨거움을 가진 캐릭터를 만난다는 것은 어렵다. 시대는 다르지만 그런 젊은이를 만날 수 있었던 게 행운이다. 극중 서고명은 제 나이와 같은 설정이다. <굿뉴스>는 제 마음에 깊게 남아있을 것 같다. <굿뉴스>는 관객에게 어떤 위로의 감정을 전할 것 같다. 세대를 막론하고 인물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게 있다고 본다.”

1970년, 실제 발생한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변성현 감독의 블랙코미디 <굿뉴스>는 지난 17일 공개되었다. 홍경 배우와 함께 류승범, 설경구, 김성오, 야마다 타카유키, 시니나 깃페이, 카사마츠 쇼 등이 출연한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