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르인의 사막
20세기 이탈리아 환상문학의 고전, 디노 부차티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탈리아 발레리오 추를리니 감독의 <타타르인의 사막>이 세상에 첫 선을 보인지 반세기만에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국내에 개봉된다.
<타타르인의 사막>은 사관학교를 졸업하여 갓 임관한 조반니 바티스타 드로고는 첫 부임지로 사막과 높은 산맥으로 된 국경에 위치한 외딴 바스티아니 요새로 파견된다. 수비대의 임무는 사막 너머의 타타르족의 침입을 막는 것이다. 영웅적 이상을 위해 건강, 젊음, 친구, 가족 등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있지만 요새를 둘러싼 광활한 공허 속에서 타타르족을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영화는 인간의 실존적 고뇌와 부조리한 삶을 알레고리적으로 다루고 있다. 보이지 않는 적을 기다리는 동안 삶이 소모되는 과정을 통해, 희망 없는 기다림의 공허함과 무의미함을 그려낸다.
이 영화는 당대 유럽을 대표하는 대배우들로 이루어진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의 자크 페렝과 필립 누아레,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제7의 봉인>의 명배우 막스 폰 쉬도브, <남과 여>의 전설적 배우 장루이 트랭티냥, 헬무트 그림, 비토리오 가스만, 줄리아노 젬마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유럽의 대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카리스마 넘치는 압도적인 심리 연기를 펼친다.
타타르인의 사막
영화 속에 나오는 바스티아니 요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란의 고대 오아시스 성채 도시 ‘아르게 밤’인데 2003년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대부분 파괴되어 복원 후에도 예전의 온전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1977년작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공포 영화 <서스페리아>에 촬영감독으로 참여하여 강력한 색채와 표현주의적 기법으로 이 영화의 시각적 스타일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루치아노 토볼리의 시네마토그래피는 사막의 풍광을 웅장하면서도 공허한 분위기로 담아내고 있으며, 황량한 사막과 요새의 미로 같은 풍경은 존재의 부조리함과 허무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가 촬영한 영상은 고독, 기다림, 그리고 허무함을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사막의 느낌을 담고 있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과 어우러져 한 편의 장엄한 대서사시를 만들어 내며 원작 소설을 그대로 시각화시키고 있다. 이 영화의 오리지날사운드트랙은 엔니오 모리코네가 가장 아끼는 작품들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한편 디노 부차티의 원작소설 『타타르인의 사막』운 2021년 문학동네에서 번역출판되었다.
<타타르인의 사막>이 한국 극장가에 첫 소개되는 10월 29일은 이탈리아 로마에서의 최초 개봉일과 같다. 이 날은 '문화가 있는 날'이기도 하다.
[사진=일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