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성 감독 - 권한슬 감독
강윤성 감독은 늦깎이 영화감독이다. 688만 관객을 불러 모은 마동석 히트작 <범죄도시>(2017)로 입봉했을 때 나이가 마흔 여섯이었다. 그리곤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을 찍었고, OTT 바람을 타고는 디즈니플러스의 <카지노>와 <파인:촌뜨기들>로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그의 다음 작품이 무엇일지, 영화일지 OTT일지 궁금한 때에 60분짜리 영화로 돌아왔다. 이번엔 ‘A.I.로 찍은 영화’라는 게 홍보 포인트였다. A.I.로 찍었다는데 변요한, 김강우, 방효린, 임형준, 양세종, 이무생 등 출연진이 꽤 많다. 감독에게 ‘A.I.영화의 정체’에 대해 물어보았다. 영화 <중간계>에서 A.I.관련 연출을 맡은 권한슬 감독도 자리를 함께 했다. 권한슬 감독은 AI단편 <원 모어 펌킨>으로 두바이국제AI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고, 현재 AI전문 프로덕션인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대표로 AI콘텐츠 생태계를 창조하고 있다.
“<파인> 작업을 할 때 KT쪽에서 5분에서 10분 정도 분량의 영상에 대한 제안이 왔었다. 이왕이면 영화로 만들자고 그랬고, 예산이 늘어났다. 러닝타임이 60분이지만 이 정도 작품 만들려면 8~90억 원을 들 것이다.”고 밝혔다. 정확히 제작비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손익분기점은 20만 정도 되어야한다고 덧붙인다.
권한슬 감독은 <중간계>에 사용된 A.I.기술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다. “A.I.로 영화 제작기간을 줄일 수 있다. 포스트프러덕션 기간, CG작업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다. A.I가 싼 기술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는 A.I.툴을 이용한 짤막한 유튜브 영상이 있다. 하지만 <중간계>는 하이엔드 에이아이 영상 신이 있다. 이번에 강윤성 감독과 좋은 스태프, 좋은 배우들과 함께 효율적인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Q. A.I.가 실제적으로 어떤 면에서 좋았는지.
▶강윤성 감독: “이미 예산이 정해져 있었다. 시나리오와 연출료는 제로였던 셈이다. 스태프와 배우, A.I.팀이 많이 희생한 셈이다. 그 예산 범위에서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차량 폭발장면 같은 경우, 일반적인 촬영으로 후반 CG작업까지 하려면 4~5일은 소요된다. 현장에서는 A.I. 슈퍼바이저가 1분만에 만들어낸다. 현장에서 만든 것은 실제 마지막에 집어넣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엄청난 효율을 가져온다.”
▶권한슬 감독: “A.I.툴과 관련하여서는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한다. 내년엔 더 발전할 것이다. 공정 자체가 노하우 습득이다. 그동안 에이아이작업이 아티스트의 개인작업이었다면 이번엔 기업수준이다. 6~70명이 동원되어 체계적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어떤 툴이 어떤 식으로 사용되었는지?) “CG작업에서 마야 툴로 렌더링 하듯이 생성형 AI비디오모델을 다양하게 썼다. 모든 기술을 사용했다. 한 장면에 대해 수십 개 돌려서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었다. SORA 등 알려진 툴들을 여러 개 돌리는 방식이다.”
강윤성 감독
Q. 기존의 영화제작 방식에서 A.I.툴을 활용해 본 소감은.
▶강윤성 감독:“A.I.의 효용성을 실증해보고 싶었다. 지금처럼 침체되어 있는 영화시장에 이런 신선한 활력소가 있어야 외부자본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A.I.’가 새로운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중간계>가 흥행까지 이어진다면 영화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Q. CG 특수효과라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등장하는 염라대왕, 이른바 ‘통 아저씨’ 등장 장면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비주얼 적으로, 완성도 측면에서 말이다.
▶강윤성 감독: “그 염라대왕 캐릭터에 대해서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거대하고 무서운 존재보다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인물을 생각했다. 내면적으로 강력한 인물. 그래서 기괴한 동작을 하면 어떨까. 사천왕을 놀려대는 식으로. <중간계>는 우리가 갖고 있는 상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 작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더 기괴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그런데 전문 연기자가 아니라서 처음 기대한 연기가 안 되었다. 소통의 문제이다. 그런데 찍으면서 한편으로는 저런 부자연스러움이 오히려 나을 것 같았다. 이야기가 힘 있게 가면 이해가 갈 것이라고 보았다.”
Q.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그 캐릭터는 [쿵푸 허슬]에 나오는 인물이나 아니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 리틀 자이언트], 혹은 [반지의 제왕]의 골룸 같이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게 에이아이든 CG든.
▶강윤성 감독: “처음엔 에이아이로 다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연출적 부분도 필요했고, 배우의 연기도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무뚝뚝하게 연기 잘 못하는 그런 부분이 좋았다. 저 세계에서 저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Q. 챗GPT를 잘 쓴다는 것은 프롬프트를 잘 쓴다는 것이란다. A.I.툴은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 예를 들어 ‘비파를 든 사천왕이 위엄 있게 걸어 다니는 장면을 20초로 만들어라’ 식으로 해서 더 추가하는 것인지.
▶권한슬 감독: “훨씬 더 긴 콘티를 쓴다. 디테일하게 작업공정을 해야 한다. 물론 작업 방식은 비공개라서 보여줄 수가 없다. 한 장면을 수십 번, 수백 번 한다. 마치 도자기 굽는 과정 같다. 장인들은 수백 번 거듭해서 베스트를 뽑아내잖은가. 그런 식으로 베스트를 생성한다. 그래서 A.I.작업에서는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베스트를 뽑아내는 것이 창작의 과정이라고 본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져도 그런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인공지능이란 것이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영상도 마찬가지이다. 레퍼런스가 있을 것이다. 그걸 카피하는 것이 아니라 참고하는 것이다. 사람이 창작하는 것이랑 똑같다고 본다.”
권한슬 감독
Q. 영상 창작에서 이런 기술이 사용되는 것에 대한 반발은 없는지.
▶강윤성 감독: “산업은 효율이 좋은 쪽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지금 영화계의 문제는 제작비 상승이다. 이건 인건비의 정상화라고 본다. 이젠 더 이상 줄일 수 있는 영역이 없다. 이런 큰 SF의 경우, CG를 대량 사용하는 영화에서는 고정적인 지출이 생긴다. 여기에 에이아이 도구를 가져오면 시간을 단축하고, 효율을 올릴 수 있다. 시장에 역행한다기 보다는 인력구조가 재편될 것으로 본다. 기존의 모델러나 애니메이터는 다른 분야로 흡수될 것이다. 새로운 자본이 들어오며 선순환될 것이다. 순기능이라고 생각한다.”
Q. <중간계>를 찍으면서 그런 변화를 실감한 순간이 있다면.
▶강윤성 감독: “액션장면 찍을 때이다. 배우에게 와이어를 채워 공중으로 날려 보낼 때 기술적으로 배우의 뒷모습을 찍는다. 그런데 에이아이는 인물을 날아가게 할 수도 있다. 에이아이가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용하게 적용될 것이다. 촬영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배우가 할 수 없는 영역. 이번 작품에서 차가 부딪치는 장면은 에이아이가 다 했다. 사진 한 장만 있으면 할 수 있으니. 통아저씨(염라대왕)의 공중부양 장면 같은 것도 그렇다. 강풍에 얼굴이 일그러지는 효과는 강풍기를 아무리 쏴도 그런 모습 안 나올 것이다. CG로 만들기도 어려운 부분이다.”
Q. 이게 예전에 써놓은 <뫼비우스> 시나리오를 고쳐 쓴 것이라고 했는데. ‘윤회’가 주제인가?
▶강윤성 감독: “25년 전에, 감독 데뷔하기 전에 준비했던 것이다. <중간계>의 원안이 되었다. KT 제안 받고, 시나리오를 다시 끄집어낸 것이다. 요즘 대세가 된 에이아이 컨셉트에 맞게 수정했다. <중간계>는 공간 디자인이 중요하다. 동양적 느낌의 SF같이, 사천왕과 12지신이 등장하는 에이아이 이야기로 수정했다. 원안을 과감하게 다 바꾼 것이다. 12지신의 동물형상을 만들 때 에이아이가 없었다면 다 ‘킬’해야 했을 것이다. 100억 원은 필요했을 것이다. 에이아이니까 가능하겠다고 생각했고, 효과를 극대화해보자고 기획한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제작비 규모, 예산을 감안해서 글을 쓴다. 미국, 러시아에서 찍을 것인가, 돈이 없으면 한국을 배경으로 바꾸는 것처럼. 에이아이가 도움을 줄 것 같다.”
Q. 최근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도 이야기했지만 영화인들은 A.I.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강윤성 감독: “직종마다 그렇게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에이아이는 창작의 영역을 건드린다. 그래서 불안할 것이다. 편의성을 주던 도구였는데 이제 내가 예상 못한 부분을 건드리니. 그건 처음이라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예술은 만드는 것보다 결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걸 하겠다, 저걸 하겠다’식으로 결정은 우리가 하는 것이다.”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분야라면 배우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광고나 숏츠는 충분히 대체할 수 있겠지만. ‘이병헌스타일로, 설경구스타일로 연기해 봐’ 한다면 감정이 느껴지진 않을 것 같다.”
Q. 방효린 배우는 어떻게 캐스팅하였나. <애마부인>에 출연하기 전인가.
▶강윤성 감독: “<파인> 다 찍고, DI 후반작업할 때 ‘엄청난 괴물신인이 있다’고 소개해 주었다. 출연했던 독립영화 영상을 봤는데 느낌이 특이하더라. 마치 예전에 전종서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캐스팅했다.”
영화 '중간계'
Q. 영화에 방송국 시사프로그램 CP로 출연하는 임형준이 ‘요즘 누가 TV드라마 봐?’ 같은 대사를 한다. 그러고 보면 ‘요즘 누가 극장영화 봐?’ 대사로 들리기도 한다. OTT를 경험한 감독으로서 영화의 미래는?
▶강윤성 감독: “OTT는 강물처럼 넓게 열렸다. 앞으로 대중들의 미디어 소비는 그렇게 변할 것 같다. 일반적인 드라마는 오티티에서 소모될 것이고, 극장은 조금이라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살아남을 같다. 우주를 체험한다거나, 레이싱을 체험할 수 있는 ‘F1’같은 작품 말이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측면에서 보자면 코미디도 남을 것이다. 같이 웃을 수 있으니까. 같이 응원할 수 있는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그런 류로 많이 구분이 될 것 같다.”
Q. 영화와는 관계없지만, 요 며칠 캄보디아가 뉴스를 장식했다. <카지노>에서 코리안 데스크를 운영(!)해 본 감독으로서 소감은?
▶강윤성 감독: “필리핀에서 찍을 때 제보를 많이 받았다. 최근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니 심각하더라. 코리안데스크처럼 한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할 것이다. 이게 국가적 차원에서 직접적인 관여가 없으면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더라. 지속적인 협력이 이뤄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건 영화와는 상관없는데..”
“<중간계> 언론시사회를 하기 전까지도 마음이 복잡했다. 1,2편을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1편만 완성해서 공개하는 게 맞는지. 퀄리티를 더 올려야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그래도 일단은 이 작품을 세상에 공개하고 싶었다. 선두에서 기준을 잡아주고 싶었다. A.I.라는 깃발을 꽂고, 상업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강윤성 감독이 연출한 ‘중간계’는 이승과 저승 사이 ‘중간계’에 갇힌 사람들과 그 영혼을 소멸시키려는 저승사자들 간의 추격 액션 블록버스터로 오늘(15일) CGV 단독 개봉 예정이다.
[사진=CJ CGV]

